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유럽, 미국증시가 끝없는 추락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필두로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이 모두 파격적 금리 인하와 함께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시장 불안은 오히려 증폭하는 양상이다. 증시가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향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로 인한 금융·실물 복합 위기 해소는 지구촌이 얼마나 빨리 코로나19에서 벗어나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에 비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대처는 허술하기 짝이 없어 상황을 조기에 통제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키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보듯 유럽의 팬데믹은 수습이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고 있어 더욱 그렇다. 이에 따라 위기가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본다면 각종 경제 관련 대책도 상황에 맞게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여당은 애초에 편성한 11조7천억원에 6조원을 더한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고, 한국은행은 1.25%인 기준금리를 0.5% 인하했으나 이 정도로는 부족해 보인다.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노동자는 소득 감소와 실직, 폐업 공포에 떨고 있고, 여행업 등 관광산업은 빈사 상태이며 항공사들은 자금난에 봉착
봄은 퍼즐이다. 꽃눈은 가지에 끼워지고 골짜기를 나온 물은 들판으로 끼워진다. 새는 나무에 분홍 발목을 끼우고 맑고 높은 소리를 공중으로 끼워 맞춘다. 봄의 각본대로. 이때쯤 조향사는 바쁘다. 흔히 아는 향수 브랜드의 조향사가 아니다. 샤넬이나 디올도, 조말론이나 불가리도 아니다. 누구에게도 고용되지 않은, 인공의 어떤 것도 불허하지 않는 자연의 조향사다. 매년 봄의 초입에 간판을 걸었다가 꽃이 지면 간판을 내린다. 조향사는 예민하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봄의 향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온도가 조금만 내려가도 개업이 늦춰지는 봄의 특성상 바람에게 단단히 주의를 당부한다. 3월에는 한발 한발 서두르지 말고 안단티노로, 4월에는 적당한 온도의 알레그레토로 오라고. 가끔 조절을 못해 꽃잎이 얼어버리는 일도 있으니. 향을 빚을 땐 1밀리리터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봄 시즌 한정판은 늘 긴장 하라고. 공급물량 부족으로 주문수요를 감당 못할 수도 있으니 눈 똑바로 뜨고 있으라고 말이다. 잠깐 한 눈 팔다간 봄이 금방 소진 되므로. 마수걸이가 좋아야 다음 품목도 히트 친다. 프리지아는 이른 봄만큼 상큼하고 화사한 향을 준다. 졸업시즌부터 출하되는 인기 품목이다. 지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은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걸쳐 생활의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는 가운데, 기업 및 산업계도 그 태풍을 비켜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외출을 자제하고 모임이나 행사참석을 감염공포로 인식하면서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국내외 출장, 각종행사, 외근 및 미팅을 자제하며 재택근무를 장려하거나 원격 화상회의를 도입하는 추세이다. 저마다 얼굴에 K94인 한 장의 마스크를 두르고 거리를 나서고 있지만 사회·심리적 거리는 한 겹의 장막을 두르는 듯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오프라인 소비보다는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언택트(un+contact) 사회’가 대두되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소비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것으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로 비용 절감 효과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의 경제 파급 영향으로 경제활동과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됨으로 인해 지역 식당가 매출은 떨어지고, 지역경제는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할인점…
조선시대 전통적 교육기관에서도 방학이 있었다. 더운 여름철이나 추운 겨울, 일정기간 휴식 취하며 학습의 능률을 올리고자 했던 게 그것이다. 종친 자제의 교육기관인 종학(宗學)에서 매년 6월 초부터 7월 말에 이르는 하기, 11월에서 12월에 이르는 동기방학도 그중 하나다. 초등교육기관인 서당에서도 한여름엔 손에서 책을 놓고 시를 지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지금으로 치면 지금으로 치면 계절교육 형태의 방학을 실시 한 셈이다. 근대교육제도가 실시되면서 공식 도입됐고 지금은 모든 교육기관에 의무화 되어 있는 ‘방학’의 역사는 이처럼 오래됐지만 의미는 변함이 없다. 그중 2월 수업과 봄방학이 생긴 것은 1961년 ‘3월 학기제’가 도입되면서부터다. 그 전에는 일본의 4월 학기제와 미국의 9월 학기제가 혼용되고 있었다. 세계에서 거의 유례가 없는 학기제였다. 때문에 혹한기 겨울방학이 아무리 길어도 2월엔 개학을 해야 했고, 교사들은 학사업무 마무리 등을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 때우기식 2월 수업과 어설픈 ‘샌드위치’ 형태의 봄방학이 등장한 배경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명칭은 봄방학이지만 실제로 봄에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겨울방학의 분할 연장선이라 해야 맞는
우리네 삶을 보면 매번 밝게만 살기는 힘들다. 여러 갈등적 요인과 힘든 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흘러간 노래를 보면 부른 가수의 운명을 예감할 수 있다. 어둡고 슬픈 노래는 가수 오디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에는 좋겠지만 그런 노래를 하루에도 몇 차례 부르다 보면 인생이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세뇌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가슴 시린 노래가 필요하지만 나는 이제 슬픈 노래는 애써 외면한다. 개인적으로 고 김정호 가수의 노래를 좋아하지만 그의 노래는 너무 어둡고 스산하다.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가창력이 뛰어날수록 듣는 이의 가슴을 후벼판다. 가삿말의 절규를 듣다보면 가슴을 먹먹해지고 어둠이 스멀스멀 다가온다. 조용필이 부른 노래 중 몇 곡은 그래서 내겐 금지곡이다. 그가 부른 ‘세월’의 노래 가사에 “뜨거운 눈물이 두 빰을 적셔 외로이 홀로 걸었네” 소절을 빠져듣다 보면 눈물이 흐를 것 같다.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강동원 군이 불러 화제가 되었지만 이 노래를 결혼식장의 축가로 부를 수는 없다. ‘고향역’,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남자라는 이유로’로 알려진 임종수 작곡, 조운파 작사의 ‘옥경이’는 원제목이 ‘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장기전이 되고 있는 와중에 봄은 찾아왔다. 마른 가지에 돋은 눈이 새삼 강인하다고 느껴진다. 땅을 비집고 나오는 옅은 초록처럼 희망도, 우리 안의 생명력도 언제나처럼 고개를 들 것이다. 성큼 다가온 봄이 반가우면서도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봄의 입구에서 문득 천경자의 작품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951년 천경자는 <생태 生態>라는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화단에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수십 마리의 뱀들이 뒤엉켜 꿈틀거리는 형상은 매우 독특하면서 신선했다. 게다가 이처럼 파격적인 주제와 구도의 작품이 여성 화가의 손에 의해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여성 화가들의 활동이 드물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화가는 뱀의 생생한 움직임을 그리기 위해 동네 시장의 뱀 장수를 매일 찾아가 한동안 뱀을 관찰했었다 한다. 각기 다른 색깔과 무늬를 지닌 뱀들이 구불거리며 뒤엉켜 있는 모습은 생명이 지닌 강인한 힘과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은 허구를 그린 것이 아니라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지만, 관객들의 상상력을 크게 자극한다. <생태>를 그렸을 당시 천경자 화백은 어려움을 겪고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증가세가 조금씩 감소하는 모양새다. 다만 서울·경기지역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정도가 거주하고 있고 이동 인구도 많아 정부와 지역의 방역 노력에도 불구, 신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신규 확진자는 전체적으로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5일 신규 확진자는 완치자 120명보다 적은 76명이었다. 23일 만에 신규 확진자가 두자릿수로 내려간 것이다. 이에 반해 격리 해제된 환자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정부의 대처는 비판과 시험을 열린 자세로 대하기 때문에 더 강력하다며, 그 덕분에 한국의 공공보건과 경제 상황은 더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프랑스 AFP통신도 한국의 코로나19 대처방식은 확산세가 격화하는 일본과 이탈리아 등에 모범이 된다며, 적극적이고 빠른 대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NHK와 산케이신문 등은 자국의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한국의 3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국의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미국과 일본에 견줘 훨씬 큰 규모라면서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높이 평가했다. 다른 언론들
오는 23일로 예정됐던 전국의 유치원, 초·중·고교 개학을 4월로 재차 연기하는 방안이 오늘 발표될 모양이다. 그동안 교육계뿐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개학을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을 감안하면 개학 연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서는 다수의 학생이 장시간 한 공간에 붙어서 생활하고 급식까지 함께한다.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섣불리 개학했다가 학교에서 집단으로 확진자가 나온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소아나 청소년 연령층은 발병률이 낮고, 걸리더라도 가볍게 넘어간다고 하지만, 이들을 매개로 가족이나 지역사회, 특히 고령자나 기저 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안심할 수 있을 때까지 학교 문을 열지 않는 것이 옳다. 문제는 법정 수업일수이다. 4월로 연기할 경우 방학을 줄여서 190일의 법정 수업일수를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교장 재량으로 10% 범위에서 감축할 수 있지만 짧아진 수업일수 동안 한해 전체 수업 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내신 시험과 대학 입시 일정도 걱정이다. 고3 학생들의 경우 1학기 중간고사를 치르지 못해 수시모집 전형에 차질이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1920년대 이상화 시인에 의해 발표 된 반일 민족의식을 표현한 대표적인 시로 비탄과 허무, 저항과 애탄이 깔려 있다. 일제강점기 민족 현실을 ‘빼앗긴 들’로 비유한 시인은 국토는 잠시 빼앗겼을망정 우리에게 민족혼을 불러일으킬 ‘봄’은 빼앗길 수 없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 내고 있다. 코로나 19가 급속도로 확산 되며 전 세계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특별한 치료제 없어 그저 개인위생과 마스크에 의존한 원론적인 방법 외에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만 있다. 발병의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 지역은 말할 것도 없이 한국 그리고 이탈리아 등을 비롯 매일 신규 환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전염병과의 전쟁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확산에 대한 이슈가 두달 이상 지속 되면서 국민들의 심리적 피로도가 어느 때 보다 깊어진 상태다. 확
세상에서 시류에 부침하며 나 홀로 고고한척 하며 살 수가 없다. 세속적 가치관을 떠난 성(聖)스러움이란, 인간 최고의 경지를 말하는데, 음악(音樂)은 악성(樂聖)이고, 시(詩)는 시성(詩聖), 글(書)은 서성(書聖), 바둑에서는 기성(棋聖)을 각각의 최고의 경지라고 한다. 성(聖)자를 보면 참 뜻이 깊고도 오묘하게도 귀(耳), 입(口), 왕(王)의 3요소가 합해진 글자다. 남 얘기와 역사(歷史), 진리(眞理) 소리를 조용히 듣고 고용히 말하는, 가장 뛰어난 존재는 성인(聖人)이다. 남의 이야기를 바로 듣고 깊이 이해하려면, 많은 체험과 사색과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와 사색과 체험이 부족하면 피상적으로 듣고 느낄 뿐이다. 들을 줄 아는 귀를 지녀야 들리는 법이고 문맹은 글을 볼 수 없으며 색맹은 빛깔을 분간하지 못하 듯, 지혜가 부족하면 깊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공자(孔子)는 나이 60이 돼 비로소 이순(耳順) 경지에 도달했다고 한다. 남의 얘기가 귀에 거슬리지 않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 걸 관용하는 경지이다. ‘이청득심(以聽得心)’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는 귀를 기울여 경청하는 것이라 한다.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나, 경청을 배우는 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