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코치. 오래 전에 코칭 스터디 모임에 참가했을 때 내가 자주 들었던 애칭이다. 참가자 10명 중 나만 코치 자격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미 자격 인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고 스터디 모임에서는 나름 인정을 받는 실력이었는데도 말이다. 선의의 자극을 주려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못 코치라는 말을 들으면 귀에 거슬리기 일쑤였다. 그럴 때 마다 내 대답은 한결같았다. 1년 만 기다려 주시면 금방 뒤따라 가겠노라고. 그러고 나서 1년이 조금 넘긴 했지만 인증코치를 넘어 전문코치 자격까지 취득했다. 못 코치의 약속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 후 나는 코치 양성을 위한 스터디 모임을 운영하면서 10명이 넘는 코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 간접적으로 기여한 것까지 따지면 그 보다 훨씬 많지만 말이다. 스터디 모임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내가 최대의 수혜자라는 것이다. 코칭 강의도 하고 코치를 양성하려면 이런 저런 정보를 찾고 자료도 만들어야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론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이해해야 한다. 실기를 생생하게 지도하려면 이론뿐 아니라 실전 경험도 있어야 한다. 이 모두가 결국엔 내 것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못 코치라는 말을 회상하면서 MOT (Moment of Truth)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진실의 순간이라는 뜻으로 투우사가 소의 급소를 찌르는 순간이고, 피할 수 없는 순간이며,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뜻이다. 이 MOT는 마케팅 학자 리차드 노먼 (Richard Norman)이 처음 사용한 말로 스페인어로는 ‘Moment De La verdad’로 표현한다. 마케팅 용어로는 ‘고객 선택의 결정적 15초’라는 의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로 영업이나 방문 등으로 고객의 선택을 받는 상황에 직면하는 시간이다. 스칸디나비아항공의 전 CEO 얀 칼슨 (Jan Carlzon) 또한 『Moment of Truth』라는 책에서 직원들이 고객을 만나는 순간의 응대 태도가 기업의 이미지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했다. 오래 전 TV 속 어느 회사의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광고 카피도 기억이 난다.

코치와 고객의 만남에도 이 MOT는 중요하다. 처음 대면할 때부터 시작하여 코칭을 진행하고 또 코칭을 마무리할 때까지 고객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다. 국제코치연맹 (ICF)의 8가지 코치의 역량 중 ‘신뢰와 안전감을 키우기’와 ‘코치다운 태도를 유지하기’가 있다. 파트너로서 고객이 자유롭게 이슈를 공유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지원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상호 존중과 신뢰의 관계를 구축하라는 것이다. 또한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충분히 준비된 모습으로 고객과 함께 하라는 것이다. 코치로서의 준비된 확신과 자신감, 그리고 고객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신뢰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고객의 결정적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첫 대면할 때부터 자신감과 신뢰감이 보이는 코치에게 코칭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얘기다. 또한 코칭대화를 진행하면서 진실된 눈빛으로 고객의 말 뿐만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것에도 집중하여 고객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한다. 적극적이고 공감적인 경청과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질문을 통해서 고객의 알아차림과 잠재능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해 주면 자연스럽게 다음 코칭으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고객의 도전과 성공을 함께 축하하는 파트너십은 기본이다.

현재 나는 또 하나의 코치자격을 준비하고 있다. ICF의 전문 코치가 되기 위한 도전이다. 벌써 1년이 훨씬 넘는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올해 안에 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전진 중이다. 예전의 못 코치가 아니라 MOT 코치가 되어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에게 전문코치로서 진실의 순간에 결정적 선택을 하여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코칭서비스를 제공할 날을 기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