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새해들어 최대 화두로 등장한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두 전임 대통령이 수감된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면서도 “국민의 공감대가 없는 사면은 국민통합을 해치게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집권 여당의 이낙연 대표가 ‘국민통합’을 내세워 ‘사면 건의’를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상당한 비판이 일자 “당사자의 사과가 전제”라며 한발 물러서야 했고, 차기 대권에 시동을 걸어야 하는 이 대표의 구상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이 대표는 평소 통합의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의 사면론의 진정성을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해석하며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 시의적 적절성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사면의 고유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인한 초유의 탄핵 사태와 촛불혁명은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마음 구석구석에 아직도 치유할 수 없는 상흔이 깊이 패여 있다. 따라서 사면권자나 또는 여당 대표라고 하더라도 매우 신중한 접근이
역사는 일상 속에서 반복된다. 2011년 어느 초여름쯤 서울 한남동에서 술을 마시다가 술상을 엎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 적이 있다. 10년이 된 얘기지만 40대 후반의 나이였을 때니 아무리 화가 나도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기억하기로는 그 자리에 꽤나 스노비시(snobbish)한 인간들이 모였었는데 건축가 변호사 방송인 패셔니스타 시인 등등이 있었을 것이다. 장소도 한남동 유엔빌리지 근처였다. 비교적 여유가 넘쳐나던 분위기였던 건 불문(不問)이 가지(可知)다. 자연스럽게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이, 무상급식을 놓고 벌인 정치 도박에 대한 얘기가 화제가 됐다. 그중 여자 시인의 말이 화근이 됐다. 그녀가 말했다. “왜 내가 낸 세금으로 강남 집 애들까지도 공짜로 밥을 먹여야 해? 미친 거 아냐?” 술에 취해 제 정신이 없었던 탓에 말을 더듬었고 그런 나 자신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걸 만회한다며 한 짓이 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뛰쳐 나오고 말았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랬어야 옳았다. 제 정신으로 차분하게. “그럼 한줌도 안되는 강남집 애들 공짜로 밥 먹이는 게 겁이 나서, 대다수 없는 애들, 가뜩이나 못먹는 애들까지 다 굶겨?! 꼭 그
6.25전쟁으로 고아가 되어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워싱턴주 시애틀 외곽의 세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아일랜드계 양부모는 미국으로 입양된 후 열병을 앓고 지적장애인이 된 여자아이를 정성껏 키웠고 후에 미혼모가 되어 나은 손자까지 사랑으로 정성껏 돌봤다고 한다. 그 손자인 리처드 용재오닐은 여러 인터뷰에서 그의 조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다.“ 할머니가 10년 간 기사 노릇을 해주셨다. 차로 30분이나 되는 거리, 배로 3시간 걸리는 곳, 나중에는 5시간 거리를 갔다. 80대 나이에도 왕복 200km를 다니며 제가 15살이 될 때까지 10년 간 운전기사 노릇을 하셨다.” 며 넉넉치 않은 가정환경에서도 조부모님은 용재오닐이 대학에 진학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고 사랑한다는 말을 뛰어넘는 행동들을 몸소 보여주셨다고 회고한다. 나는 작년 온라인으로 송년음악회 온라인 공연들을 통해서 그의 연주와 마음에 많은 감동을 받았었고 그 후 그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되면서 위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지만 그를 훌륭히 키워주신 조부모님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2019년 6월 10일 출생,
하루 종일 산길을 걷다가 희망이 안 보여 나무 그늘에 주저앉았습니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자니 한 무리 새떼들이 내 시선을 끌며 날아갑니다 언감생심, 짐작이 갑니다 희망이 없는 자에게 날개는 하늘 같은 감동입니다 1982년 [한국문학] 시인상으로 등단. 시집 [시간의 사금파리] [적소謫所] [사춘思春] 등등. 최계락문학상, 창릉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밤새 내린 눈으로 세상이 하얀색으로 변신했다. 뽀드득 뽀드득하는 소리에 어릴적 세배 가는길 추억도 생각난다. 시베리아 한파로 기온은 곤두박질 치며, 땅바닥은 얼었지만 수북히 쌓인 눈은 어찌보면 따뜻하다.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아내의 걱정어린 당부도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걸음을 도덕산 정상으로 옮긴다. 가는길에 어린아이와 눈싸움을 하는 젊은 아빠가 보이고, 조금 떨어진 곳 엄마는 눈사람을 만드는 듯 눈을 크게 뭉쳐 굴린다. 누구는 눈덮인 산을 보러가고, 누구는 눈으로 놀이삼아 웃으며, 엄동설한 한파 속 즐거움 가득담은 추억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가는길 마다 소복히 쌓여있는 함박눈은 하얀 선녀의 고운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온 천지를 깨끗함과 정갈함으로 새하얗게 물들여 놓은 눈은 필자의 마음을 정화시키며 도덕산으로 발길을 이끄는 마력의 원천이다. 나뭇잎 떨어진 앙상한 가지위에 눈옷을 입은 나무와 겨울 풍경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어느덧 강렬한 추위는 상념 밖에 있다. 도덕산에서 ‘도덕(道德)’은 사회를 구성하면서 인식한 것이 모습으로 드러난다. 사람 서로 간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람이 지켜야하는 준칙을 정해 같이사는 공존의 삶 속에 사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와 실질적인 행정수요, 국가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시·군·구에 행정·재정 운영 및 국가의 지도 감독에 대한 특례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수원시와, 용인시, 고양시, 그리고 경남 창원시 등 인구 100만 명 이상 기초 4개 대도시는 2022년부터 ‘특례시’가 된다. 특례시란 기존 광역지방정부(시·도)와 기초지방정부(시·군·구)의 중간 단계 지방정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해당 도시들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국회통과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100만 명 이상 4개 대도시의 맏형격인 수원시 염태영 시장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기초지방정부의 지위와 권한과 지위를 제도화하는 초석이 될 것” “100만 인구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고 행정수요·국가균형발전·지방소멸위기 등을 고려한 시·군·구 특례조항을 넣어 각자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다양한 행정을 펼칠 수 있게 된 점도 큰 진전”이라며 기뻐했다. 그동안 이들 기초 지방정부들은 매우 불합리한 차별을 받아왔다. 지난 2002년에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고 2020년 말 기준 123만 명을…
죽음의 순간에 전 생애를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 지구 반대편 나라의 가수, 칠레의 빅토르 하라(1932- 1973) 이야기를 하려한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월드뮤직을 접하기 전 먼 바람을 타고 전설처럼 흘러 내 귀를 스쳐갔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 청춘을 보냈는데, 우리처럼 군부독재탄압에 신음하던 칠레에 민중가수 김민기같은 존재가 있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20여년 전 체 게바라 열풍이 불어 거리에 그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젊은이들이 넘치던 때, 어느 술자리에서인가 ‘칠레에도 체 게바라같은 대단한 존재가 있는데.....’는 말이 오갔던 기억이 있다. 월드뮤직에 빠지면서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접했고 노래를 찾아 듣던 중 유독 가슴에 꽂히는 곡을 만났다. ‘Manifesto’(선언). 감미로운 기타 전주 후에 나오는 미성의 달콤한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저변을 흐르는 슬픔. 회환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내가 노래하는 것은 목소리가 좋아서, 노래하기 좋아서가 아니지/내 기타도 이성과 감정이 있기 때문이야/내 기차는 대지의 심장과 비둘기의 날개를 갖고 있어/마치 성수와 같이 기쁨과 슬픔을 축복하지(중략)내 기타는 돈 많은 자들의 기타가 아니야/내
빨간 방울토마토는 꼭지가 꽃이다 꼭지가 별이다 바구니를 들고 별들에게서 동그란 위성 똑똑 딴다 별은 원래 방향이 없다 동그란 것들은 방향이 없어 굴러가는 쪽을 방향으로 제멋대로 굴러가면 된다 어디까지 가 볼까 동쪽으로 멀어질까 서쪽으로 다가갈까 엉뚱한 방향으로 부딪치다 튕겨져 나간다 빨간 위성을 가르면 별의 씨앗이란 너무 부드럽다 빨간 방울토마토를 먹는 동안에는 내 입속에 아무런 방향도 없다 이때 말들을 저장해 놓으면 좋겠다 방울토마토가 멈췄다 한순간 아슬한 난간 위 떨어질까 말까 한 마음이 한 마음을 붙들고 있다 저자 약력 대전일보 신춘문예당선, 시집 [시간이 머무른 곳], [덤불설계도] 외 유심신인상, 천강문학상, 한올문학상 국전 우수상(서양화 비구상) 현재 : 삼정문학관 관장, 한국미술협회이사
어떤 주인이 모든 걸 다 준비해주고 누군가에게 일을 맡겼다. 그런데 정작 상대는 딴 맘을 먹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애초에는 신뢰할 만하니 그랬을 텐데 말이다. 과연 그 끝은 어찌 될까? 예수가 들려준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포도농사를 위해 직접 울타리도 세우고 즙 짜는 틀도 만들어놓고 망대까지 세웠다. 이렇게 일일이 다 챙겨 주는 주인은 없었다. 그는 마을의 어떤 이들에게 세를 받기로 하고 여행길을 떠났다. 이제는 수확철이겠거니 하고 세를 거두려 자기 수하를 보냈다. 주인없다고 어느새 주인 행세를 하던 자들이 주인이 보낸 이를 실컷 때리고 빈손으로 보내버렸다.” 뭔가 잘못 알아보고 그랬지, 하고 주인은 다른 자기 하인을 이곳으로 보냈더니 머리를 거의 박살내다시피 하고 능욕까지 했다. 상황이 좀 이상하긴 했으나 그래도 혹시, 하고 또 사람을 보냈단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예 죽여버리기까지 했다. “내 아들을 보내면 다르게 대하겠지.” 오산이었다. 상대가 얼마나 악한 지 미처 알지 못했던 거다. 아들이 오자 “이 자는 상속자다. 해치우면 이 포도원은 모두 우리 차지가 된다.” 그리고는 그 시신(屍身)을 밖에 버렸다. 너무나 무서운 사태가 벌어졌다. 어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