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를 따라 올라가며 흥남, 신포, 청진, 나진은 예전부터 유명한 명태어장이었다. 대륙의 찬 공기와 해양의 더운 공기가 마주하는 이곳은 명태의 생존에 적합하여 크기도 적당하고 맛도 좋아서 러시아 명태에 비기지 못한다. 가장 많이 잡힌 때가 1970년대로 새까맣게 밀려오는 명태떼의 길이가 무려 3천미터에 달했다고 한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해안으로 밀려와 산란을 하고 2월이나 3월이면 다시 깊은 바다 밑으로 내려간다. 당시 그 많은 명태를 잡아들이고 저장하고 가공하고 건조하는데 많은 기술이 필요해 명태밸 따는 기계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명태알은 포장되어 일본으로 수출했다. 명태는 산간 오지까지 실려와 집집이 할당으로 나누어 주기도 했다. 기차를 타고 동해바다를 지나다보면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집집이 명태덕대를 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싫도록 먹었던 명태가 사라진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지역적 환경으로 함경도 음식은 명태로 가공한 식품인 명태식혜, 명태김치, 명태깍두기, 명란젓, 창란젓 등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함경도 명태깍두기는 가을무로 만든다. 김치가 반년 식량이라면 무는 그에 못지않다. 김치를 하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내일이라도 당장 항구적 평화가 오고, 김정은이 핵고도화를 포기할 것이란 낙관적 분위기가 팽배할 때, 필자는 한 세미나에서 외로이 외쳤다. 북한은 본질적으로 변화하기 어려운 체제로서 환타지로 귀결될 것이며, 새로운 형태의 냉전의 한 귀퉁이를 차지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었다. 엄동설한인 1월 5일부터 시작하여 심야열병식을 끝으로 한 북한의 8차 당대회는 필자의 전망이 그다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준다. 일각에서 지난 5개년 경제발전 계획의 실패를 자인하고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점을 두고 ‘경제발전’에 더 비중을 두는 것으로 해석하지만, 국가방위력 강조 부문을 더 주목해야 한다. 특히 핵능력 지속을 강조하면서 비핵화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전략무기를 선보인 행태는 매우 실망스럽다. 병진노선 강조도 경시할 수 없는 레토릭이다. 경제발전과 군사발전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병진노선은 김일성 시대부터 주창되어 온 슬로건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병진노선은 다르다.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의 병진 노선은 ‘가짜병진노선’, 즉 경제는 팽개치고 군사부문을 더 강화한 것이라면, 김정은식 병진노선은 군사와 경제를 함께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
“누가 이런 권리를 당신에게 주었는가? 우리는 준 적이 없는데.” 지배세력과 맞선 미라보의 연설은 프랑스 혁명의 심장을 뛰게 했다. “인민들이여, 어제의 투쟁은 그대들의 오늘을 결정하오.” 시이예스의 연설은 투쟁의 의미를 일깨웠다. “왕이 무죄면 혁명이 유죄가 된다.” 혁명을 기득권과의 타협으로 바꾸려 한 세력에게 던진 로베스피에르의 일격이었다. 왕은 연설하지 않는다. 명령할 뿐이다. 거만하게 웅얼거려도 어떻게든 알아들어야 하는 게 절대군주의 칙령이었다. 루이 16세는 혁명이 일어난 이후에도 이렇게 바보처럼 읇조렸단다. “내가 다스리는 왕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란을 묵과하지 않겠다. 나의 백성들이여, 내가 그대들을 보호하는 것을 믿고 내 사랑 안에 거하라.” 하지만 왕도 이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지경에 몰렸다. 1789년 7월, 프랑스는 왕에게 복종하던 백성이 혁명의 주체가 되는 걸 목격한다. 새로운 인민의 탄생이었다. 무너져야 할 낡은 체제 “앙시앙 레짐”이라는 말이 파리의 카페에서 유행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거리에는 다음과 같은 구호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우리가 먹을 빵을 강탈해간 자들이여, 너희들은 부자의 종이며 가난한 자를 억
지난 8일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추위가 절정을 이루면서 중부내륙 등 일부 지역의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등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한파의 원인이 북극진동이라고 한다. 북극진동은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이 공기가 우리나라에 접근하면 말 그대로 '북극 추위'가 되는 것이다. 북극권 나라인 모스크바 8일 아침 기온은 영하 4도, 서울은 영하 18도였으니 말이다. 이번 추위에 한강도 꽁꽁 얼어붙었다. 요즘의 우리 삶은 코로나19로 경제적인 위기에 놓여있다. 더군다나 한파까지 불어닥쳐 모두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다. 요즘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견디는 것이라고 할 만큼 버거운 일상이다. 이번 한파로 어민들은 양어장의 숭어가 얼어 죽는 큰 피해가 있었다. 시설 농가에서도 기록적인 한파로 농작물이 얼고, 비싸진 연료를 더 사용해도 가격은 오르지 않아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 나는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가 제정한 제36회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과분하리만치 많은 축하를 받았다. 등단 30년 만에 큰 상을 받으니, 뜻밖에 잊고 지내던 시인으로부터 축하 전화가 오기도 했다. 휴대전
새해들어 여권이 검찰 개혁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있은 뒤 “기소권 중심의 조직 정비를 위한 검찰의 제도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과 공수처법 국회 통과 등으로 중대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공수처가 마침내 21일 공식 출범했고 수사권을 넘겨받은 국가수사본부도 출항했다. 이제 임기 5년차인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 섬세한 붓 솜씨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지만 이른바 ‘추-윤 갈등’(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대립)으로 많은 시간과 힘을 소모했다. 월성원전 수사 등이 혹시라도 부담이 됐는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좀 더 의연하게 검찰의 제도개혁이라는 본래의 궤도 진입에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의 신년 회견 직후 나온 여당 원내대표의 제도개혁에 방점을 둔 언급은 시의 적절한 방향 설정이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 등 5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검찰인사·직제 개혁, 조직문화·수사관행 개선 방안 등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역시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청마(靑馬) 유치환의 명시 ‘행복’이 문득 떠오르네요. 청마는 돌싱 시인 정운(丁芸) 이영도를 지독하게 짝사랑하여 무려 5천 통이나 되는 연서를 날린 시인으로 유명하죠. 정치권 화두 중 하나인 ‘이익 공유제’ 뉴스를 읽다가 다시 ‘기부문화 선진국’ 생각에 빠져들던 끝이었습니다. 모두가 죽을 쑤는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돈을 많이 번 기업들로 하여금 피해 기업들을 돕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라고 했던가요.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발적”이라면서 정부의 “강력한 인센티브”를 언급했네요. 참 좋은 뜻이 담긴 아이디어인데, 왜 자꾸만 ‘준조세’의 쓰라린 기억이 떠오를까요. 결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만들던 케케묵은 ‘억지 춘향전’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왠지 구태처럼 보입니다. ‘기부문화 선진국’ 미국 얘기가 생각납니다. 미국을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존재하게 하는 힘이 바로 최상 수준으로 발달한 ‘기부문화’라는 사실은 상식입니다. 미국에서 ‘기부 정신’은 가정과 학교의 2세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입니다. 미국의 부자들은 기부 경쟁에서도 치열합니다. 정부에서
1. 승어부(勝於父)란 말이 있다. 자식이 가문을 빛냈을 때 쓰는 말이다. 그 집 자식이 승어부했다는 말은 큰 칭찬이어서, 듣는 이마다 즐거워했다. 아버지는 무섭고 엄한 존재다. 아버지는 금지하고 벌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기 욕망을 억누르고 타인과 공존하는 덕성을 사회성이라 하면, 아버지는 바로 사회성을 길러주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 아버지는 수시로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말한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고, 공중도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어기면 제재를 가하는 사람도 아버지다. 아이에게 아버지란 압제자이며 훈육자이며 벌을 내리는 사람이다. 그것은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인류의 전통이다. 무서운 아버지, 그를 이겨야만 하는 아들이 겪는 갈등과 고통은 대를 거듭해서 전해질 끝나지 않는 이야깃거리다. 2. 아버지 이기기가 가끔 엉뚱한 결론을 내기도 한다. 뛰어난 소설가였지만, 극우의 나팔수란 평가도 듣고 있는 이문열이 좋은 예이다. 그의 아버지 이원철은 서울대 농대 학장을 지낸 인텔리였지만 가족을 버리고 월북했다. 정보과 형사들이 노다지 찾아와 남편 행방을 대라며 이문열 어머니를 두들겨 패서 야반도주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그런 고난을 겪던…
홀아비 석공 비석과 망부석 바라보다 늦게까지 단짝으로 살고 싶어 암수 한쌍 맷돌을 다듬는다 수쇠 암쇠가 만들어지자 일심동체로 불평불만 않게 먹을 입만 만들고 도망갈 수 없게 다리 없는 앉은뱅이 싸울 수 없게 한쪽 팔 꽂을 자리 뚫고 보니 참 어처구니없다 어차피 맺은 인연 둥글게 살아보자 하고 우주처럼 돌고 돌리니 해 뜨고 달도 뜬다 최진자 김포 출생 [미네르바] 신인상 등단 시집 [하얀 불꽃] [신포동에 가면] 영진공 시나리오 당선 현대미술대전 서예부분 대상
코로나-19로 고립된 마음이 따스함을 갈구할 때, ‘최강 한파’는 세찬 눈보라를 몰고 왔다. 지청 앞의 소나무에도 하얀 눈이 내렸지만, 가요 ‘상록수’의 한 소절처럼 눈보라 속에서도 소나무는 항상 푸르기만 하다. 시린 눈을 맞으며 의연히 버티는 소나무처럼, 대한민국도 혹독한 위기들을 버텨왔다. 그리고 그 역사의 현장 속에는 자신을 희생한 국가유공자들이 있었다. 국가보훈처는 작년 한 해 ‘든든한 보훈’의 실현을 위해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고, 국가유공자들을 보다 충실하게 예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비상 의료체계를 가동하고, 생활이 어렵거나 고령인 보훈가족, 제대군인을 위한 배려정책을 추진했다. 또한 독립·호국·민주 10주기 사업을 통해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포용과 화합의 장을 마련했다. 이러한 성과들을 바탕으로 국가보훈처는 ‘2021년 달라지는 보훈정책’을 통해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에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상금과 수당이 인상된다. 보훈가족의 보상금과 수당은 물가상승률 등 경제지표보다 높은 수준인 3%가 인상되며, 전상군경 수당은 약 4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