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주말 경기 화성시 동탄의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하면서 한 발언을 둘러싸고 쩨쩨한 시비와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의 대수롭지 않은 발언 하나를 놓고 조잡한 논쟁이 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 우리 국민의 주택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정직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택을 ‘거주공간’으로 보지 않고,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여기는 왜곡된 인식이 근본적인 문제다. 임대주택 방문에서 문 대통령은 13평형(44㎡) 소형 아파트를 둘러보고 “신혼부부에 아이 한 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두 명도 가능하겠다”고 발언했다. 2022년 공공임대주택 200만 호 시대를 열겠다면서 “입주 요건을 중산층까지 확대해 누구나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청와대 사이에 대통령의 말이 ‘13평 4인 가족’에 대한 ‘규정’이었는지, ‘질문’이었는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우선 언론들이 대통령의 발언을 ‘규정’으로 보도하자 청와대가 발끈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12일 낮과 밤 두 차례나 대통령의 발언은 ‘규정’이 아니라 ‘질문’이었다는…
노래를 듣다 가사가 쏜 살에 심장에 명중돼 숨 못 쉬는 체험을 한 적이 있는지. 월드뮤직 중에 노랫말이 기가 막힌 곡이 적지 않다. 오늘 소개할 아르헨티나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의 ‘그라시스 아 라 비다(Grasias A la Vida)’ 도 그 중 하나다. 월드뮤직과 친해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언어다. 월드뮤직은 지구상 200개 넘는 나라의 7천개가 넘는다는 언어와 만나는 일이기도 해서 가사해석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월드뮤직과의 첫 만남의 호불호는 음률, 가수의 목소리, 노래 분위기같은 것에서 비롯된다. 그건 가수와 음률이 마음에 안들면 바로 내쳐진다(?)는 얘기기도 하다. 월드뮤직에 빠지기 시작한 20여년 전 내 모습이기도 하고 그 초자의 거름망에 걸려 빠져나갈 뻔했던 위대한 곡이 있었으니 바로 앞에 언급한 소사의 노래다. 귀에 익은 듯한 음률도 살짝 씩씩한 목소리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패스. 그런데 나보다 앞서 월드뮤직에 빠져 전문가가 된 분들의 책을 보니 그녀의 노래에 대한 상찬이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찾아 듣게 됐고 가사도 알게 됐다. 기억난다. 청춘을 막차에 태워 보내고 사랑도 일도 다 실패
우리는 지금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반으로 한 우리의 민주주의적 대응 모델은 미국의 자유방임적 모델, 중국의 전체주의적 모델, 일본의 관료주의적 모델, 그 어느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친인간적인 방식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아직 너무 어리다고 평가한다. 70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수많은 굴곡을 겪어 제도적으로는 완비했지만 정당 민주주의도, 책임정치도, 정책선거도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시민의식은 성숙한 민주주의라 일컬어지는 유럽 여러 나라들의 행태보다 훨씬 더 훌륭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휘하는 시민의식의 근간은 무엇일까? 아마도 불편을 감수하면서 기꺼이 마스크를 쓰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사회경제적 영역에서만큼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우리 모두를 위해 ‘동참’할 수 있는 성숙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지만 이러한 마인드는 후보자를 평가하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선거과정을 제외한 일상적인 정치영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위에서
시집을 발간한 후배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자 우체국을 들렀다. 창구 여직원이 반기면서 새해 캘린더를 선물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세월이 고개를 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세월은 모든 것 위에 있다. 작가로서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한 해의 삶이 어떠했는지? 자문하게 된다. 누군가는 ‘인간은 덧없는 이슬의 자식’이라고 했다. 나이 숫자가 불어날수록 삶이 두루마리 화장지같이 끝으로 갈수록 더욱 빨리 사라지는 것 같다. 지금은 살아 있는 자로서 누군가에게 감사드려야 할 때다. 그동안의 12월은 쉼 없이 달리는 고속열차의 뒷모습같이 속도감 속에서 정신없이 보냈다. 문학단체의 행사를 비롯하여 망년회, 향우회, 동창회, 직장 모임 등 술기운 속에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12월은 투명한 마음으로 보내야 한다. 정직한 시력으로 사람과 사회를 보면서 지금껏 어떻게 열두 달을 살아왔는지 성찰하며 참회하는 마음이어야겠다. 먼저 코로나 19라는 역병으로 생명을 잃은 영혼과 가족들을 생각할 일이다. 뒤이어 코로나라는 뿔 달린 바이러스의 침해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수고한 방역 당국과 정부에 감사할 일이다. 또한 한국의 의료 수준을 세계에 알려 거의 존경에 가깝도록 우러름…
“말 그대로 믿을 건 국민의 힘 밖에 없다.” 요즘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는 자조섞인 말이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톤) 등으로 저지를 해보려 하지만 174석을 가진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어쩔 수 없다. 공수처법도 그렇게 통과됐다. 공수처법 지뢰가 터진 포연속에 윤희숙 의원은 12시간47분이라는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 국민의힘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서 위풍당당했던 모습들을 생각하면 좀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억울하면 출세하라 했던가. 국민의힘은, 좀 멀리는 1990년1년22일 3당 통합으로 공룡이 된 민주자유당(218석)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했다. 2004년 3월12일에는 한나라당 간판으로,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과 함께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경호권으로 묶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가 갑과 을의 위치만 바뀌지,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현재 여야의 희비는 2017년 대선과 올 총선에서 갈렸다. 만약 국민의힘이 현상을 타파하려면 2022년 대선이나 다음 총선을 기약하는 수 밖에 없다. 시련에 대응하는 요령은 두가지다. 첫
더불어민주당이 개혁 입법 추진과정에서 미뤄두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의 12월 임시국회 상임위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정기국회 처리를 미룬 일로 정의당 등으로부터 모진 비난을 받아왔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페이스북에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그 책임을 강화하는 법을 최대한 이른 시기에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늦은 만큼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부작용을 철저히 차단한 이상적인 입법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산업재해 유가족은 지난 11일부터 국회 본청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해 있다. 정의당과 중대재해법 제정 운동본부는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향해 연내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CJ E&M에서 사망한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 등 유가족도 단식에 들어갔다. 중대재해법 제정의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사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무려 23년간이나 부동의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산재 사망자는 연평균 2천400명에 달
“엄마 어디 가?” 자반고등어를 구워놓고 검찰청 앞으로 뛰어간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나를 보고 의아하게 묻는 아들은 항해사다. 코로나로 인해 일 년가량 배에서 내리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2주 동안 자가격리 생활하더니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휴가 기간이라도 아들과 밥 먹으려는 계획이 어긋났다. 슬며시 짜증이 올라온다. 촛불정부가 들어섰어도 또 일인시위다. 대한민국 국민 노릇 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이제는 불의한 꼴을 더는 안 보겠구나’ 싶었다. 돌이켜보면 그 ‘불의한 꼴’의 대부분은 법을 집행하는 검찰의 소행이었다. 검찰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에는 없다. 일제강점기에서 현재까지 검찰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존재했다. 항일독립군에서 민족주의자, 학생, 야당 인사, 진보단체 등 시기에 따라 사냥감만 바꾸어 권력에 충성했다. 간첩 조작은 물론 유서 대필로 몰아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하기도 했다. 편파 수사와 여론몰이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악행도 똑똑히 보았다. 그런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는 철저했다. 김학의 동영상에 맹인행세까지 하던 코미디도 기억한다. 그들의 정
막힌 남북관계의 재개는 물론 남북교류협력의 활성화 그리고 남북경제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북한 핵문제 해결의 프로세스가 정상괘도에 들어서야 가능함을 우린 모두 잘 알고 있다. 명의는 병의 원인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가지고 처방을 내 놓는다. 30년을 끌어온 북한핵문제도 그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바르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의 정치인과 대북정책 전문가들, 그리고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들은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원인을 북한정권이 세습독재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 보유에 집착하고 이를 위해 전략적 도발을 한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사실 북한이 헌법을 수정하면서 까지 핵무기 보유국가임을 강조하는 등 그들의 주장을 표면적으로 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협상을 직접 경험했던 우리 정부 관료들과 전문가들은 그 책임을 미국측의 무지와 독선, 우리 정치권 및 많은 대북전문가들의 현실안주적 미국 의존성과 편견, 그리고 용기의 부재에서 찾는다. 한마디로 북한 핵문제 해결의 걸림돌은 북한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신들을 불량국가, 폭정의 전초기지, 악의 축 등 비정상 집단으로 간주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