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은 좋으신 분들이다. 늘 젠틀하시고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도 많이 해주신다. 그분들로 인해 힘과 위로를 얻는다. 올해 나는 운이 좋아서 좋은 학부모님들만 만났다. 문제는 운이 나쁘면 죽음을 결심할 수 있을 정도로 괴로워진다는 거다. 일당백을 하는 진상을 만나면 버틸 수가 없다. 진상 학부모 감별기 같은 건 없지만 아래 사례 정도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진상 축에 들어갈 수 있다. 그저 한 통의 메시지와 전화를 했을 뿐인데 수십 명에게 연락받는 교사는 정신과 약을 삼키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1) ‘선생님 시간되실 때 전화 주세요.’ 별거 아닌 내용이지만, 이 내용을 받는 순간 심장이 덜커덕거린다는 교사가 많다. 교사와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일은 대체로 부정적인 사건이 생겼을 때다. 역으로 교사가 학부모에게 시간 있을 때 전화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해보자. 메시지를 보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지 않겠는가? 용건을 구체적으로 써서 메시지를 보내는 게 좋다. 2) 애가 친구한테 맞았는데 / 욕을 먹었는데 / 싸웠는데 선생님은 알고 계시나요? 이런 멘트까지 문제가 되는 건가 싶을 수 있다. 멘트 자체가 문제라기
꽉 막힌 남북관계. 그래도 소망을 버리면 안 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과거 남북간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의 추억을 나눈다. 2006년 4월 말, 평양 역포구역 고구려 고분군 진파리 4호분 앞에 남북의 역사학자, 문화재 전문가들이 모였다. 남북 학술교류단체인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주관하여 유네스코에 등재된 고구려 고분군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주장으로 고분에 들어가기 전에 제사의식을 갖는다. 안주는 유 청장이 그린 ‘돼지머리’ 그림, 술은 페트병의 물이다. 유 청장이 먼저 절을 하고 제사상 앞에 달러 지폐를 놓았다. 다음은 최광식 교수, 그리고 남측 참가자 모두가 절을 했다. 유 청장의 명령으로 모두 헌금을 해야 했다.(모두가 싱글벙글 웃음 꽃이 활짝 폈다!). 모인 돈을 고분 개복작업을 위해 일한 북한의 작업 인부들에게 유 청장이 정성스럽게 전달하며 오늘 저녁 술값이란다. 인부들은 허리를 굽혀 절을 한다. 신이 났다. 유 청장의 유머 감각, 배려심, 따뜻한 마음을 읽었다. 고분 안 벽면의 사신도, 천장의 일월성신, 연꽃무늬 현실 통로의 소나무, 새 등을 관찰하면서 고분 보존 상태 등에 대해 남북의 학자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양 시내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말이 있지요. 말을 잘못하면 재앙을 받게 되니 항상 말조심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어요. 옛 선인들이 삶의 지혜로 여기고 지켜온 지혜 중에도 ‘신언(愼言)’은 참으로 소중해 보여요. 말을 삼가지 않는 사람 중에 ‘좋은 사람’, ‘쓸만한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지요. 사람이 즐기는 도박 가운데 투견(鬪犬)보다 잔인한 노름은 없을 거예요. 불법 투견장 단속 뉴스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걸 보면 투견은 마약 같은 매력이 있는 모양이에요. 개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서로 물어뜯는 장면을 도박으로 삼는 불법이 극비리에 끈질기게 유통되는 건 참으로 불가사의한 현상이죠. 물리고 찢겨 악귀처럼 만신창이가 되는 개들을 보며 투기꾼들은 과연 어떤 희열을 느낄까요? 투견장의 광분을 부채질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이 걸어놓은 ‘판돈’일 거라는 짐작은 들어요. 자기가 베팅한 개가 이기면 돈을 벌 수 있으니 그럴 개연성이 높죠. 그러나 왜 하필이면 피투성이 개싸움일까요. 사람이나 짐승이나 피를 보면 흥분하기 마련이라는 이치를 보면 또 다른 분석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아까운 인명이 스러지는 비극엔 아랑곳없이 정치
경기도심리지원센터가 개소한지 2년도 안돼 7월말 폐쇄됐다. 센터가 개소하자마자 심리상담신청이 몰려왔고, 채 2년이 안되는 동안 개인상담을 받은 내담자들만 1200명이 넘었었다. 센터 위탁계약기간이 3년이었음에도 왜 2년도 안돼 폐쇄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경기도민으로서 경기도내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경기도청과 경기도의회 예결위 J의원과 보건복지위원장에게 묻고자 한다. 첫째, 경기도청 정신건강과에 묻는다. 담당부서로써 왜 센터를 지키지 못하고 폐쇄했는가? 운영되는 동안에도 조례에 있는 아동청소년 상담과 개인심리상담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는데, 조례에 명시된 심리지원센터의 기능들이 온전히 작동될 수 없도록 하였던 것은 무슨 이유인가? 또한, 정신건강센터와 심리지원센터의 일이 중복된다고 하였는데, 조례내용과 업무를 보면 주 서비스의 내용과 대상이 엄연히 다르다. 혹여 약간의 중복이 있었다한들 그것이 센터를 폐쇄해야 할 정도의 중대한 결함인가? 중복이었다면, 애초 2년 전 심리지원센터를 왜 설치하였는가? 설치 2년도 안돼 경기도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은 어떤 이유인가? 둘째, 예결위원인 국민의힘 J의원에게 묻는다. 용인시는 100만이 넘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는 2018년에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치크와 대니얼 지블랫 두 명이 쓴 책이다. 이들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점차 무너지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목격하면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책을 썼다. 극우적 발언을 일삼던 트럼프는 기존의 미국 사회 질서와 좌충우돌 갈등을 유발하고 대립을 극대화했다. 정치적 반대파를 적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때는 적폐로 몰아 경제적 불평등으로 불만이 가득했던 백인 노동자층의 분노를 사회의 전면으로 이끌었다. 헌법이 공인한 국민의 기본 권리를 부정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 기본인 상호 존중, 관용의 정신은 실종되고 혐오가 극을 이루는 트럼프의 미국은 분명 세계 최초로 민주주의가 실현된 국가가 아니었다. 저자들은 21세기의 민주주의는 결코 파시즘이나 공산주의의 공격 또는 군부통치 같은 노골적인 폭력으로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선거로 선출된 지도자의 손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사회에서 이런 후보가 등장하게 된 것은 정당이 민주주의의 문지기로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당은 사전에 반민주적이거나…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언제나 오려 나…’ 이것은 노래 가사이다. 김용호 작사 이시우 작곡 김정구 노래로 ‘눈물 젖은 두만강’이란 대중가요의 후렴이다.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언제나 오시려나?’ 이 얼마나 간절한 소망과 애타는 기다림에 목이 메었을까. 나 또한 총각 때 애타게 불렀다. 꿈을 이루지 못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셀프서비스로 부르기도 했다. 학교 졸업하고 기다리는 영장은 나오지 않았다. 시골에서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답답한 가슴 죄어드는데 사랑도 직장도 돈벌이도 되는 것이 없었다. 마치 하늘 없이 사는 것 같았다. 그럴 때 뒷산에 올라 목이 찢어지도록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지금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은 그 당시 나와 같은 심정으로 님을 부르며 그리워 할 것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에게는 건강한 꿈(님)이 절대적이다. 1980년 11월 ‘왕문사’에서 낸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이란 책 ‘군말’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중생(衆生)이 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 장미화의 님이 봄비라면 마치니의 님은 이태리다. 님은 내가 사랑할 뿐 아니라 나를 사랑하느니라.……
책 ‘1402 강리도’의 의미와 재미를 전해드리겠다고 전에 언급했었다. 좀 늦게 이제야 그 기억을 치켜들었다. 두툼한 책, 재미있었다. 우선 이 책의 힘으로 ‘지도의 날’이 만들어진 것을 알려 드린다. 책 읽은 감동을 공유한 전문가들과 관련 단체, 예술가 시민 등의 열성이 하늘을 찌른 결과다. 겨레가 지도학으로 인류에 기여했음을 확인하는 뜻이다. 6월 23일 강원대에서 열린 대한지리학회에서 관계 전문가들은 매년 9월 첫 토요일을 ‘지도의 날’로 선포했다. 세계의 지도 관련 중요한 책들의 상당수는 이 지도를 표지 그림으로 쓴다. 세계사적 의미를 짐작하자. 지도에서 넓이는 ‘정치’다. 조선이 중국과 비교될 만큼 크다. 인도 아라비아 아프리카보다도 훨씬 크다. 선조들, 눈 들어 중국 땅 힐끔 흘겨보고 인도양과 파로스등대의 지중해, 베네치아 파리 찍고 포르투갈 호카곶과 남서아프리카 오렌지강까지 삽상(颯爽)하게 관조했다. 그 시기, 강리도 작가들은 사대주의(事大主義)를 그렇게 찢어버렸다. 후손들 혹 쩨쩨해질까봐 통찰의 착목(着目) 지점을 멀고 크게 잡은 것이리. 공공(公共)의 용도로 널리 쓰인 지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저자 김선흥 선생은 판단한다. 가슴 뛰는 지도다.
통일부장관으로서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이 대세이지만 그래도 하늘의 뜻이 있어 장관으로 임명되는 김영호 장관께서 꼭 유념해야 할 몇 가지 바람을 전하고 싶다. 극우 보수 인사인 신임 통일부장관이 추진하는 유연한 대북정책은 ‘국민적 합의’의 전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통일부의 정체성에 대한 바른 인식이다. 정부조직법상 본질적으로 통일부는 남북간의 대화와 교류협력 나아가 평화적 민족통합의 길을 모색하는 일을 해야 한다. 신임 장관이 역점을 두겠다는 북한 관련한 정보 분석 기능 강화와 북한 인권을 신장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통일부 성격상 상대방과 직접 상대하면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통일부가 직접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정부의 다른 기관이나 시민단체 등에 맡기면 된다고 본다. 정보분석 기능도 기존 국정원이나 국방부와 유기적인 업무협조로도 충분히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정책결정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고급 정보는 북한의 지도급 인사들과의 접촉과정에서 얻어 진다는 사실이다. 과거 남북대화에 나섰던 인사들의 경험이 중요한 이유다. 현재 북한이 지속적으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면서 도발을 지속하
집을 처분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면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세금에 관한 궁금정이 먼저 떠오른다. 특히 보유기간이 오래 여서 차익이 큰 경우에는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게 되는데 이런 고민과 걱정은 세금이 어떻게 계산되는 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더욱 커진다. 하지만 약간의 정보와 세금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다면 걱정을 크게 덜어내고 전문가와의 상담 과정에서도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업과 관련된 세금인 부가가치세나 소득세, 법인세 등에 대해서는 사업을 하는 분들의 경우이므로 대부분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대처하거나 전문가를 통해서 처리하지만, 개인에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와 관련하여서는 많은 경우 부적절한 대응으로 인해 안타까운 상황을 왕왕 보게 된다.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운 세금 계산 과정과 수많은 조항의 중과세 규정으로 구성된 양도소득세에 대하여 사전에 전문가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상담을 한다면 세금을 절약하거나 적어도 낼 필요가 없는 세금을 아낄 수 찬스가 많이 있다. 하지만 거래를 완결하고 등기부와 토지대장 또는 건축물 관리대장을 정리한 후라면 양도소득세의 절세를 위한 대부분의 기회를 상실한 상황일 수가 있으며, 더
해묵은 건국절 논란이 다시 부상하였다. 크게 1948년 8월 15일 건국설과 1919년 4월 11일 건국설이 대립한다. 전자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상 국가성을 부정하고, 1948년 8월 15일에 비로소 유엔으로부터 정상 국가로 인정받았으므로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자는 전자에 대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반국가적 주장이라고 비판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 11일이 건국일이라고 주장한다. 제헌헌법 전문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이라고 명문화하였고, 현행 헌법은 이를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수정하였다. 1919년 건국설은 이 문언들을 근거로 한다. 한편 제헌헌법 전문은 “단기 4281년, 단기 4287년” 등 단기를 연호로 사용하였는데, 이를 근거로 기원전 2,333년 10월 3일(개천절)을 건국일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여하튼 간에 헌법이 1948년 건국을 상정하고 있지 않음은 명백하다. 국가 존재의 의미는 시간성에서 찾을 수 있다. 국가는 과거, 현재, 미래의 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