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내렸다. 일행만 아니었으면 객석에 혼자 남아 조명 꺼진 무대를 보며 꿈같이 지난 한 시간 반을 음미하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런데 왜 연극 제목이 돈데 보이래?’ 지난 16일을 마지막으로 서울 왕십리의 소월 아트홀에서 닷새간 올린 연극 ‘돈데 보이(Donde Voy)’이야기다. 젊은층에게는 낯설겠지만 ‘돈데 보이’는 20년 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배반의 장미’ 삽입곡으로 소개돼 당시 불황에도 10만장 넘는 음반이 팔려 화제가 된 노래다. 스페인어를 모르니 잔잔한 기타 선율에 맞춘 애절한 목소리가 딱 ‘님아 나를 버리고 떠나지 마오’의 느낌이라 지레 사랑타령으로 생각했고 노래의 히트로 양산된 경박한 유머들에 웃기도 했다. 남자친구에게 밥값 뒤집어씌울 때 쓴다는 ‘돈 대! 보이’. 뭐 이런 식이다. 뒷날 노래의 유래와 뜻을 알게 된 뒤 그 전과(?)에 화끈거렸다. 돈데 보이를 부른 미국가수 티시 이노호사(Tish Hinojosa)는 이름과 외모에서 짐작되듯 멕시코 이주민의 딸이다. 돈데 보이는 우리 말로 ‘어디로 가야 할까요’ 정도의 뜻이고 가사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 국경 넘는 멕시코인들의 공포와 밀입국자로서 살아가
웃음을 잃어버린 사회가 되었다. 마음에 평안함이 없고 불안하다 못해 한숨짓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19로 그랬고 장맛비는 물 폭탄이 되어 온 국토가 처참한 재난지역으로 변하게 했다. 가난한 농민과 산촌 사람들과 가축들이 희생을 당한 채 넋을 잃고 하늘만 쳐다보게 하였다. 어떤 마음으로 기도해야 하며 무슨 공부를 하여 생활인으로서 건강한 삶을 되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때일수록 신뢰감 넘치고 듬직한 국가적 지도자가 그립다. 거기에 더 보탠다면 유머 감각도 있고 낭만적이라면 비단옷에 금무늬가 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 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의 처칠 수상의 현직 시절 이야기다. 그가 몇 개국 수뇌들과 회담 중 살짝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보는데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들어와 갑자기 두 사람이 대면하게 되었다. 그 순간 처칠은 루스벨트를 향해 ‘대통령 각하 우리 대영제국은 모든 것을 숨김없이 각하에게 보여드리고 말았습니다’라고 말하여 두 정상은 크게 웃었다고 한다. 유머는 재치요 순발력이요 센스다. 인문학적 소양의 꽃이요 우리만의 풍류이다. 이럴 때일수록 “못생겨서 미안하다”는 코미디언 고 이주일 씨나 “요즘 왜 안 웃기느냐?”고 물어오는 국회의원
‘내가 하늘에 올라갈지라도 거기 계시며, 음부에 자리를 펼지라도 거기 계시나이다. 내가 새벽 날개를 치며 바다 끝에 가서 거할지라도 곧 거기서도 주의 손이 나를 인도하시며, 주의 오른손이 나를 붙드시리이다.’ 시편 139편 7~10절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와중에도 우리나라는 ‘K방역’이라는 브랜드가 생길만큼 세계적으로 방역에 성공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고 이에 대한 전 세계적 찬사가 끊이질 않았다. 그만큼 빠르고 선제적인 대처가 세계적 귀감이 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를 입증해 주듯이 얼마 전 발표한 한국 경제 성장률을 보면 전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OECD국가 중 대한민국이 1위라는 것은 전 세계의 코로나로 인한 성장률 저하는 세계적 차원의 위기라 할지라도, 그만큼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의 대처 및 극복에 있어서도 정부의 역할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방역에 성공했다고 전 세계로부터 칭송받는 우리나라에도 두 차례나 방역의 심각한 위기가 있었고,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다 종교계와 관련이 있었다. 필자도 기독교인이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니만큼 종파나 이단임을 이야기 하려는
사법고시, 행정고시에 여성 진출이 늘고 최근 경기도청 5급 승진에서도 여성 약진의 모습을 기록했다. 5급 승진 예정자 61명 중 여성 공무원이 23명으로 37.7%이다. 10명 중 여성 6급 4명이 사무관 자리에 승진한 것이다. 중간 관리직급인 5급 공무원의 여성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향후 고위직 여성 공무원의 비율을 높이는 기초가 된다고 언론이 평가한다. 경기도청 소속 전체 공무원 4232명 가운데 여성은 1532명으로 전체의 36.2%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5급 이상 관리직 여성 공무원의 비율은 18.6%로 2018년 15.1% 대비 3.5%P 증가했다. 1984년의 어느 토요일 오후. 사무실에 과장님 손님이 왔다. 차를 한잔 대접하겠다고 물을 끓이고 잔을 준비하자 주무계장님이 황급히 말리신다. 토요일 오후이지만 다른 과에 ‘여직원’이 있을 것이니 가서 데려오라신다. 제가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안된단다. 그때는 그랬다. 여성공무원이 아니라 여직원이라 칭했다. 이 시대 모두가 미안한 일이다. 그래도 기꺼이 우리 사무실에 와서 차 대접을 해주어서 고마웠다. 이후 6개월이 되지 않아 우리 팀 선배들에게 커피와 녹차를 타주었고 새로운 차(茶) 문화로 자
19일 오후 정부와 의료계가 간담회를 가졌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의료계가 지난 7일 전공의 집단 휴진, 14일 의사 총파업에 이어 21일 예정된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집단휴진, 26~28일 예고했던 대한의사협의 2차 의사 총파업을 앞둔 시점이었다. ‘의정(醫·政) 간담회’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의협회장 등이 참석,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코로나19 위기대응 등 정부의 의료정책과 관련된 대화를 했다. 간담회가 이루어진 것은 18일 복지부의 대화·소통 제안과 의협의 긴급 회동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정원 10년간 매년 400명 증원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공공의과대학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육성 등의 정책도 반대해 왔다. 의료계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발표한 정책들의 원안을 고수함으로써 입장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려왔다. 그러나 전광훈 목사의 서울 사랑제일교회 발(發) 코로나19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퍼지자 정부와 의료계가 동시에 소통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10년에 걸쳐 의과대학 정원을 한시적으로 매년…
안락사 김 현 장 혈관을 묶는다 검은 길이 솟는다 몇 방울의 투명한 액체 하얀 명줄을 노린다 주사 후 빈지문 닫듯 느려지는 숨 줄기 바투한 마음 수십 번 갈아엎고 애처로운 백구의 눈빛마저 외면한 채 노랗게 타들어 가는 햇볕의 난장이다 행간을 건너가는 공포의 시간들 심장의 판막이 멈추는 순간까지 뜬 눈에 못다한 인연 눈가에 맺힌 이슬 김현장 64년 전남 강진출생, 전남대 수의학과 졸업하고, 경기대 한류문화대학원 시조창작을 전공하고 있다. 현재는 백제동물병원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백련문학에서 창작활동하고 있으며, 중앙일보 시조 백일장 장원한바 있다.
법무부가 일선 검사들과 시민단체 등이 반대하는 전국 검찰청 직제 개편 법령 개정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기세다. 검찰 내부의 의견을 뭉개는 것은 물론 일반 국민 의견을 묻는 입법예고 절차마저 생략하는 등 졸속 추진을 강행하는 배경과 저의를 의심받는 상황이다. 겉으로만 ‘검찰개혁’이라고 부르고 내용은 정치세력의 ‘검찰 장악’ 음모라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사숙고하지 않고 이렇게 마구 밀어붙이는 것은 분명 무리다. 대검은 18일 법무부가 보낸 검찰 직제 개편 수정안에 대한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수렴해 법무부에 제출했다. 대검은 2차 회신에서도 1차 회신과 마찬가지로 거듭 ‘수용 불가’ 취지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수정안에는 애초 감찰부로 이관할 예정이었던 인권감독과를 인권정책관 소속으로 바꾸는 등 찔끔 조정만 이뤄졌다. 특히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차장검사급 직제 4개를 축소 개편하거나 폐지하는 내용은 수정안에서도 그대로 유지했다. 개편안은 20일 차관회의 심의를 거쳐 오는 25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사법체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변화임에도 검찰개혁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최근 MBC의 광복절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1.5%가 검
촛불은 제 눈물을 녹이며 혼자서 탄다. 문학적 상상력은 혼자의 외로운 작업이라는 점에서 촛불의 미학과도 같다. 문학만이 그러한가. 미술도, 음악도 무용도 연주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도울 수 없는 혼자만의 외로운 작업이라는 점에서 촛불과 같다. 혼자 타오른다. 누가 뭐라 해도 굳힘도 없이 꿋꿋이. 혼자만의 절대적인 힘이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으로 주변을 밝힌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죽이며 어둠을 밝힌다. 어둠이 없다면 촛불은 초라해진다. 있는지 없는지 그 존재를 알기 힘들다. 소란한 곳에서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촛불은 죽음과도 같은 침묵을 지녔다. 빈소에 촛불을 켜는 순간 빈소는 거룩해진다. 망자를 위하여 누구도 험한 말을 하지 않는다. 지나온 날을 반추하며 아름다운 시절을 회상하게 한다. 어디 함부로의 죽음이 있는가. 다 사연이 있고 아픔이 있는 것이 죽음이다. 촛불은 신성한 힘을 지녔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신화시대와 같은 절대 권력을 지녔다. 촛불 앞에서 큰 소리로 말하지 말라. 큰소리를 하는 순간 촛불은 꺼진다. 촛불은 조용하면서도 수직으로 상승하는 힘을 지녔다. 옆으로 눕지 않는다. 빛을 발하며 어둠을 밝힌다. “불꽃
봄날에 연애 양 선 희 봄을 타시나 봐요 당신도 타고 싶어요 사나운 꿈을 연명장치처럼 붙들고 산 날 흔들린다 그가 내 집을 물어뜯는다 구멍을 만든다 새순을 꿈꾸는 나 끄집어낸다 그가 나의 골 깊은 겨울을 벗기고, 씻긴다 내 몸 샅샅이 색들이 살아난다 봄 탄다 양선희 1960년 경남 함양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 구름감상협회 회원이며, 사진 찍는 일과 커피, 꽃을 좋아한다. 북카페 ‘봄날에 연애’를 열었다. 시집 ‘일기를 구기다’, ‘그 인연에 울다’, 에세이집 ‘엄마 냄새’, ‘힐링커피’, ‘커피비경’이 있다.
‘후즈유어시티(WHO'S YOUR CITY)’의 저자인 런던대학교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이 책에서 2만 8000명을 대상으로 한 갤럽 조사 ‘장소와 행복에 대한 조사 survey'에서 입증된 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장소는 개인의 행복은 물론 직업, 경제력, 인간관계의 향상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조사되었다. 우선 치안과 경제적인 안정, 공공 서비스가 원활함, 그 도시 지도자의 자질과 실행력, 도시의 유연성과 개방성, 경관, 쾌적성, 문화적인 환경과 같은 도시의 미적 감각 등이 도시 행복지수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것은 전통 경제학에서 토지, 노동, 경제적 자본에서 지식, 교양, 취미, 감성 등 경제력으로 살 수 없는 ’문화적 능력‘인 문화 자본의 개념을 도입한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브루디외의 창조계급의 생산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것을 지역 문화 자본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방안으로 지역문화재단이 설립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자체에서 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고자 하는 취지는, 지역 예술을 활성화시키고 지역 소통을 문화를 통해 확대, 발전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거기에 공공의 영역에서 경영성과 동시에 공공성을 담보한 재단법인은 대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