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고 책을 만들고 책을 알리는 책문화 현장의 최전선에 있다 보니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난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출판저널’ 편집부 책상에는 출판사에서 만든 새로 출판된 도서들이 쌓이는데 손님처럼 도착한 책들을 검토하다 보면 책은 시대를 기록하고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점을 실감한다. 최근 출간된 책 중에서 ‘세계를 이끈 경제사상 강의’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한국은 진정한 선진국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이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하기 어려우면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우리나라는 강대국인가? 우리나라는 경제강국인가?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 어려운 질문일 수 있겠다. 첫 번째 질문, 우리나라는 강대국인가? 이 책을 쓴 경제사상가 김민주 저자에 따르면 G7그룹에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가 들어가는데 유엔의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G7그룹에 들어가야 자타가 공인하는 강대국이라고 하니 우리나라는 강대국은 아니다. 두 번째 질문, 우리나라는 경제강국인가? GDP 규모로 보면 우리나라는 2018년도에 10위, 2019년 12위, 2020년 10위였다. 구매력…
2012년 8월 10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했다. 그 이후에도 적지 않은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독도를 방문했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의 독도 방문도 여기에 포함된다.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독도를 방문할 수 있고, 이것이 특별한 뉴스가 될 이유가 없다. 마치 어떤 정치인이 부산이나 제주도를 방문했다고 뉴스가 될 수 없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기사다 일본 총리의 방한 때, 윤 대통령이 “일본의 독도 침탈”에 대해 한마디도 따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민주당의 주장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민주당은 집권 경험이 있는데도, 이런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독도를 “실효 지배”를 하고 있다. 우리의 경찰이 독도를 수비하고 있고, 독도에 주민등록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도 다수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일본은 안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본은 어떻게든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일본이 수시로 독도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도,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세계에 심기 위해서다. 이런 차원에서 일본은 자신들의 “궤변”에
개전 2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소모전으로 이어지며 ‘인내심 싸움’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배후지원 세력인 서유럽은 단일대오 실종으로 ‘반러연대’가 흔들리고 있는데다, 전쟁장기화로 인한 탄약· 미사일 등이 고갈 상태에 이르러 전쟁양상은 미국 등 서방이 원하는 방향대로 굴러갈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뜻밖의 수혜(미국의 동북아 집중도 저하, 러시아의 중국 의존 제고)를 입고 있는 중국이 종전 내지 휴전을 위한 중재 의사를 비추고 있는 것은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전황과 정세 변화는 서방의 입장에서 ‘플랜B’ 준비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미국은 먼저 희망적 사고를 버리고 냉혹한 실상을 깨닫는 것이 우선이다. 아무리 우크라이나가 발버둥을 쳐도 러시아군을 패퇴시키거나 극적인 돌파구를 만들 수 없는 중과부적의 실상이다. 미국의 희망은 우크라이나 군이 푸틴을 밀어붙여 푸틴으로 하여금 평화협상무대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지만, ‘반러연대’의 흔들거림 등으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중립화란 애초의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는 협상장
그는 1885년 연길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중국 서당에 다니며 한문을 익혔다. 아버지 최우삼은 약관 20세에 고종으로부터 연변의 도태(道台. 오늘의 도지사)로 임명된 큰 인물이었다. 그는 아들 넷을 두었는데, 운산이 차남이다. 중국사람들 보다 중국말을 더 잘했다. 운산은 그 탁월한 능력으로 중국의 고위인사들과 교류했다. 그 과정에서 청나라의 토지정리 사업을 도왔는데, 그 때 능력을 높이 인정받았다. 그 대가로 광활한 토지를 소유하게 되었다. 실은 그 땅이 쓸모 없는 황무지여서 큰돈 들이지 않았다. 운 좋게도 소유지 여러 곳에 도시가 생기면서 땅값이 치솟았다. 이십대에 연변갑부가 된 것이다. 1908년, 운산은 자신의 여러 소유지 가운데, 사람 살지 않는 한 시골로 조모, 부모, 형 진동 등 4형제와 그 가솔들과 함께 이주했다. 두만강 건너 고향 함경도 온성의 최씨집안 친인척과 지인들을 불러들여 신한촌(新韓村)을 세웠다. 이 마을이 바로 봉오동(鳳梧桐)이다. 봉황은 오동나무에만 둥지를 튼다는 전설이 작명의 배경이었을 것이다. 초거대 농사와 목축업에 더하여 국수, 콩기름, 비누, 성냥, 술, 과자 등 생필품 공장을 차렸다. 제품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신
‘강화된 확장 억제’를 주 내용으로 한 한미정상의 ‘워싱턴 선언’이 있었던 지난 달 27일은 공교롭게도 5년 전 ‘판문점선언’이 있었던 날이다. 판문점 선언 이 후 급속히 진전된 남북관계는 6.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이끌면서 북미관계가 정상화 되고 북한비핵화 문제도 해결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였고, 9월의 평양 5.1경기장에서 문대통령이 북한 주민 15만 명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과 김정은위원장과의 백두산 동반등정 모습에서 우리 국민 모두 통일의 꿈이 현실로 가시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 5년이 지난 지금 한미의 정상이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한 확장 억제를 더욱 강화시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바이든대통령이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할 시 북한정권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위협적 발언을 해 북한의 심기를 몹시 흔들어 한반도 상황이 더욱 불안하게 되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우리가 잘 아는 손자병법의 가르침에 따라 현 남북간의 긴장상황을 평화롭게 관리하고, 종국에는 북한 핵문제 해결이 가능한 길을 모색해 보고 싶다. 아마도 북한 지도부는 워싱턴선언 내용을 접하면서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우리
나 나탈리야 파우스토바의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애잔하고 신비로운 음률 때문일까. 러시아의 오래된 자장가 한 곡에 매혹되었는데, 해석된 가사를 보고 흠칫 놀랐다. 1절은 세계의 모든 자장가처럼 ‘자장 자장, 잘자라 아가야’ 분위기인데 2절로 가면서 확 바뀐다. (2절) 테레크강은 바위 따라 콸콸 흐르며/ 탁한 파도가 철석 거리네/ 나쁜 체첸족이 강변을 따라 기어오며/ 칼날을 가는구나/그러나 네 아빠는 노련한 전사/전장을 누빈 불굴의 전사(후략) (3절) 너도 알겠니 그 때가 올 거야/ 싸움의 날이 찾아올 거야/용감하게 말 등자에 발을 걸고/손에 총을 쥐거라/내가 전투용 안정에/비단으로 수를 놓아주마(후략) 인생이 고해라도 자장가만은 평화로워야하지 않나. ‘ 아가, 나쁜 놈 잡기 위해 칼날을 갈자, 싸움의 날이 오면 총을 쥐거라’ 라니. 돋보기를 대보자. 노랫말 속의 카자크(Cossacks/ 혹은 코사크)는 전쟁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러시아를 수호해온 군대 이름이다. 아이가 성장해 카자크가 돼 달려가 싸울 전쟁 적수는 러시아 남쪽의 체첸 공화국. 러시아와 체첸은 왜 싸우는가. 러시아의 역사와 함께 짚어보자. 기원 후 880년대, 유목민들이 산발적으로 살던 땅에
정지아의『아버지의 해방 일지』를 읽고 나면 싱겁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한 시대의 모순을 온 몸으로 막아내고자 몸부림 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진감 넘치는 서사가 펼쳐지는 것도 아니어서 실망감마저 인다. 실패한 인생의 그저 그런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이 소설인 까닭이다. 소설은 문제적 인간의 패배에 대한 기록이며 우리는 그 패배에서 교훈을 얻기 마련이다. 아버지는 좋은 세상을 꿈꾸며 빨치산이 되어 현실에 역류하다 오랜 수감 생활을 한다. 하지만 동지였던 장기수들과 달리 아버지는 자수를 했기에 일정 형기를 마치고 고향인 구례로 돌아온다. 아버지는 여느 농부들처럼 농사에 매진한다. 유물론자로서 관념적으로는 투철하지만 일상은 그렇지 않다. 집안일이나 농사일이나 서투르기 그지없다. 노동 중심의 이데올로기 신봉자로서 낙제가 아닐 수 없다. 아버지는 심지어 초등학교 동창들과 선술집에 출입하며 주모의 엉덩이를 만지기까지 한다. 성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에 저항은커녕 무릎을 꿇은 것이다. 빨치산에게 일상은 이처럼 뛰어넘기 힘든 벽이다. 하지만 그에게 일상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인간 관계망이다. 농사일 하다 동네 사
오장육부 중, 유일하게 문학적인 것, 시 속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심장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쇼팽 연주를 듣다가 든 생각이다. 마흔도 못 채우고 떠난 생애 내내, 고국 폴란드의 혁명 실패로 타국에서 떠돌다 절명한 쇼팽. 그의 유언은 심장을 고국에 묻어달라는 것이었다. (바램대로 바르샤바의 ‘성 십자가 성당’에 안치됐다.) 쇼팽과 같은 떠돌이 삶들의 유언은 대개 ‘내 뼛가루를 고국(고향)에 묻어다오’ 정도지, 심장을 떼내 묻으라는 경우는 드물다. 심장은 마음, 영적인 것의 상징이니, 평생 피아노와 살았던 쇼팽에게 심장은 자신의 예술혼을 담은 장기였을 것이다. 내게 폴란드는 쇼팽이고 쇼팽의 음악은 심장이다. 그리고, 폴란드를 각인시키는 또 하나의 심장이 있으니, 폴란드 민요 Dwa Serduszka(Two Hearts; 두 개의 심장)이다. 폴란드 민요하면 ‘산새들이 노래한다. 수풀 속에서, 아가씨들아, 숲으로 가자......’로 시작하는 동요 ‘아가씨들아(Szta dzieweczka)’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폴란드 영화 ‘콜드 워(2019개봉/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 ’속 주제가 Dwa Serduszka를 듣고 감동 끝에 심장이 ‘총 맞은 것처럼’ 되었
2002년 영국에서 출간된 장하준 교수의 명저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는 ‘선진국의 후진국 죽이기’를 별도로 정리한 책이지요. 보호무역이라는 사다리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간 선진국들이 갑자기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것을 개발 도상국들이 뒤따르지 못하게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동이라고 명쾌하게 비유한 이 책은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렀죠. 원래 외국에서 ‘별장’이나 ‘저택’을 뜻하는 용어인 빌라(villa)는 한국에서 묘하게 변화했어요.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집합건물인데, 집장사들의 묘한 차별화 상술이 소비자들의 기호와 맞아떨어졌다고나 할까요. 주거환경에서 비싼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는 빌라건축 붐은 우리 사회에서 지금도 실로 대단해요. 빌라는 오피스텔 대비 전용률이 높고, 아파트에 비해 동일 면적대비 가격이 낮다는 이점이 있어요. 주차장이 넉넉하지 않은 단점을 빼면 그냥 살기에는 참 괜찮은 집 형태에요. 빌라는 무주택자들에게 아파트를 소유하기 위한 사다리처럼 기능해왔어요. 그 사다리의 가장 든든한 뼈대가 바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대제도인 전세(傳貰) 방식이지요. 전세 빌라는 고정지출을 절약해 목돈을 모
미국,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끝났다. 한반도와 미래세대에 관한 생각이 없는 언론들은 찬양으로 넘쳐났지만 남은 것은 굴욕감뿐이다. 일본에 100년 전 일로 무릎 꿇게 하지 말자더니 미국에서는 그렇게 외치던 핵공유는커녕 NCG(핵협의그룹)라는 감시기구만 만들어 왔다. 앞으로 한국에서의 핵개발이나 핵관련 모든 사안은 NCG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남북교류에 사사건건이 발목을 잡았던 그 워킹그룹이 윤석열 정부의 NCG가 될 모양이다. 외교에 있어서 최우선적 고려사항은 국익이다. 어떤 나라도 대외적으로는 그것이 원칙이다. 국익이라는 명제 앞에 이념도 가치도 후순위일 뿐이다. 정의와 불의의 전쟁으로 인식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제재에 동의하지 않거나 소극적 개입에 그치는 인도, 튀르크에, 사우디, 브라질 등이 그 증거이다. 그중에서 중국의 대두를 주목해야 한다. 이미 세계 경제에서 위안화의 결재율이 달러를 능가했고, 적대국가였던 사우디와 이란의 평화협정을 중재한 것도 중국이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방중 이후 동맹은 속국이 아니라며 미국 위주의 국제질서를 공격하였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이제 달러의 시대를 끝내자고까지 하고 있다. 모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