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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놀아야 하는 이유

 

 

어린 시절 동네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 방법을 만들어냈다. 놀이기구 하나에서 놀 수 있는 수십 가지 놀이가 있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미끄럼틀에 원숭이처럼 매달려서 땅에 발이 닿지 않고 술래잡기를 하는 게 유행이었다. 그렇게 놀다가 질리면 미끄럼틀 손잡이에 구슬을 굴리는 구슬치기를 하거나, 미끄럼틀 지붕 아래에 잡동사니를 모아 집을 짓고 놀았다. 원하는 놀잇감이 없으면 상상으로라도 만들어서 하루를 재밌게 보냈다.

 

포유류의 공통적 특징 중에는 자유놀이가 있다. 어른의 개입 없이 아이들이 심판이 되어 규칙을 만들고 플레이어도 되는 놀이를 뜻한다. 다양한 동물들이 꼬마 시절에 아무렇게나 노는 것 같지만 자유놀이를 하며 사회화되어 간다. 놀면서 타이밍에 맞게 대화를 하거나,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기술을 익힌다.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어린이에게 자유놀이 시간이 부족해지면 말 그대로 사회성이 부족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요즘은 놀이터에 정글짐이나 높이가 긴 놀이기구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아이들이 매달려서 놀다가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낙상을 막기 위해 놀이터 바닥이 모래에서 우레탄 재질의 탄성 고무로 바뀌었다. 시간이 더 지나자 다칠 위험이 있는 놀이기구들은 모두 제거되었다. 대신에 엄청나게 안전하고 놀이 규칙이 정해져 있는, 상상력을 덜 자극하는 기구들이 놀이터에 남았다.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어른들의 마음이 무균실에 가까운 놀이터를 만드는 중이다.

 

상황이 더 나쁜 건 무균실에 가까운 놀이터마저도 이용할 시간이 없다는 거다. 대신에 자유놀이를 경험하지 못한 채로 스마트폰 가상 세계에 빠진다. 놀이터의 모래와 위험한 기구를 치우는데 열중했던 어른들은 가상 세계의 번지점프대나 낭떠러지 같은 놀이기구들은 치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 현실 세계의 아이가 얌전히 앉아서 액정 화면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어른의 뇌가 감당하기에도 벅찬 내용들이 많다.

 

자유놀이가 대신 가상 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나쁘기만 할까. 가상 세계에서 친구들 간의 우정이나 대화법 같은 걸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의 연구로는 그렇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다. 2010년 스마트폰 사용이 확대된 이후로 아이들의 정신건강 지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10대의 우울증 비율이 2010년 이후 10년 동안 여자아이 145%, 남자아이 161%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에서는 2022년도에 처음 소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7% 정도의 아이들이 도움이 시급한 정신건강의 문제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년에 다시 조사하는 시기에는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비율이 더 늘어있을 확률이 높다.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밀접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아이들에게는 현실에서 경험하는 놀이가 필요하다. 어른들이 없는 곳에서 자유롭게 규칙을 만들고, 갈등을 일으키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놀면서 무릎, 팔꿈치 등에 각종 상처를 얻는 것도 좋다. 그래야 통증에 둔감한 어른이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빠진 채 성장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인류 전체에게 비극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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