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 경우 보통 사람들보다 몸이 급격히 쇠약해진다. 아무리 건강해도 보통 사람들보다 10년은 먼저 늙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지금 60세인데 신체 나이로는 70세쯤 생각해야 한다. 체력이 고갈될 때까지 휠체어를 안타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팔을 다쳐 정형외과를 찾았을 때 의사선생님은 이제 목발보다 휠체어를 타시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조언해주신다. 그 이유는 양쪽 팔 인대가 모두 달아 지속적으로 목발을 짚고 다닐 경우 그나마 거동도 못하게 될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하여 요즘은 멀지 않은 거리도 휠체어를 자주 이용하게 되고 목발을 짚고 다녔던 예전에 비해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20대 중반에는 계룡산과 용봉산을 오를 만큼 체력이 강했다. 친구들과 산에 올라가도 문제가 없었던 나였다. 쇠를 씹어 먹어도 될 정도로 힘이 넘치던 그때는 장애가 큰 벽이 되지 않았다. 이제 60대가 되고 보니 고관절, 무릎관절 등이 시원찮다. 고관절이 망가지면서 계단을 올라갈 때 힘들다. 고관절의 힘으로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1~2계단만 올라가도 몸의 무리를 느낀다. 앞으로 남은 평생 전
지난 1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코로나 발생현황은 확진환자 3천735명, 검사진행 3만3천360명, 격리해제 30명, 사망자 18명으로 집계됐다. 그야말로,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가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고 있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레프트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감정은 공포이며,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 버트런드 러셀은 “두려움은 미신의 주 근원이자, 잔혹성의 여러 근원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혜로워지는 첫 걸음은 두려움을 정복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에 따라 공포감과 두려움은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전해졌고, 개학연기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교육부는 지난달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결과 브리핑에서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가 폭증함에 따라 전국 유·초·중·고 개학을 1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사람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존재로 다가오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공포심이 되고…
검은 등 뻐꾸기 /문용희 수백 년 된 팽나무 숲속 병영성을 울려오는 새의 노랫소리 홀딱버꼬~ 세상의 어두운 가면과 내 마음의 무거운 짐 다 벗고 싶네 세상 끝 날 주 앞에 설 때 내 모든 것 다 드러나면 검은 등 뻐꾸기의 노래처럼 모든 것 홀딱 벗고 당당히 맞이할 수 있을지 ■ 문용희 1955년 전남 완도 출생으로 한울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옴. 완도군청에서 공직생활을 했으며, 한울문학상을 수상했다. 전남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완도문인협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
‘택시총량제’는 택시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200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택시총량제는 전국을 156개 사업구역으로 나눈 뒤 인구와 택시 대수 등을 고려해 택시 적정 대수를 산출, 이를 지키도록 한 제도다. 택시 감차가 목표인 것이다. 그런데 획일적인 감차정책엔 문제가 있었다. 신도시 등 인구급증 지역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았고, 택시 부족 지역에도 감차 위주의 획일적인 총량제 기준을 적용했다. 이에 지난 2017년 국토교통부가 ‘택시 사업구역별 총량제 지침’을 일부 개정했다. 감차 위주의 획일적인 택시총량제 지침을 지자체가 각자 사정에 맞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2019년 2월 택시총량제 산정 시 인구증가율을 적용토록 했던 지침 내용을 삭제했다. 이로 인해 택시 대폭 증차를 요구하는 하남·광주시 주민들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현실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국토부의 택시 총량 산식(算式)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20일에는 ‘하남-광주 지역 택시부족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으며, 지난달 26일엔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김진일의원(더불어민주당·하남1)이 제34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
정부가 코로나19 환자의 치료 체계를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중증도를 기준으로 증세가 가벼운 환자는 별도로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격리해 고위험 환자 치료에 집중한다는 방침이 주된 내용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검토했던 방역 전략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하루 수백명씩 늘어나는 대구·경북 등 전국의 확진자 증가세로 볼 때 불가피한 선택이다. 특히 아직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전파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대구·경북 외 지역은 전염병 유입을 차단하는 ‘봉쇄 전략’과 피해 최소화에 방점을 둔 대책이어서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완화 전략’을 일정 기간 더 병행하되 환자가 집중된 대구·경북 지역은 ‘완화 전략’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지역 맞춤형 대응이 가능해져 그나마 다행이다. 대구·경북에서는 확진을 받고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환자가 자가 격리 중 사망하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수의 확진자를 한 곳에 모아 놓고 관리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한 거주 한국인을 아산과 진천에 수용했던 때와도 상황이 전혀 다르다. 당시는 인원이 수백명 규모였고, 대부분 환자도 아니었다. 더구나…
누군가에게 전화라도 걸고 싶은 저녁. 차에 앉아 휴대폰 연락처를 들여다본다.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것이 여러 날. 만만하게 전화할만한 이름을 떠올려본다. 몇 명 되지 않는 중에서 퇴근시간이라 망설여지는 몇을 빼고 나면 한 둘 정도만 남는다.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울어도 받지 않는다. 바쁜 시간이니 당연하다. 저무는 하늘 끝으로 시선을 돌린다. 나무가 보인다. 하늘로 뻗은 가지가 허공을 나눈다. 가지와 가지 사이 삼각이나 사각으로 분리된 허공. 그 사이에 걸린 저녁의 채도가 짙다. 이내 나뭇가지와 허공의 경계를 어둠이 흐려 놓는다. 경계가 모호해진다. 심리적인 경계는 보이지 않는다. 타인들이 암묵적으로 설정한 경계가 그렇다. 나만 모르는 경계를 타인들이 공유하면 ‘왕따’가 된다. 그 경계는 성벽처럼 견고하다. 빈틈 하나 없이. 어쩌면 그것은 내가 만든 경계선이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만든 선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것. 일명 ‘자발적 왕따’라고 하지. 생각해보면 내가 먼저 뒤돌아서고 금을 그어놓은 경우도 있지 않았던가. 환했던 낮은 침몰하는 배처럼 조금씩 어둠에 잠긴다. 나무들도 검은 형상으로 굳어간다. 어느 누가 저 어둠을 말릴
2009년 어느 가을 아침, 6학년 부장교사가 교장실로 뛰어들었다. “신종 플루 때문에 수학여행을 못 가게 됐습니다!” “저런!” “어떻게 하죠?” “아이들 실망이 크겠죠?” “그럼요!” “대책을 세웁시다!” “어떻게요?” “가라면 가고 말라면 말고, 그러면 누가 교육을 어렵다고 하겠어요?” 그날 교사들은 예전에 모스크바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동유럽 나라를 ‘가상 탐사’하는 여정을 정해 그 나라의 지리와 역사, 문화, 언어, 일상생활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리포트를 작성했더라는 ‘학급여행’ 이야기를 읽고(유네스코 핸드북, 1981), 3일간의 ‘경주 가상여행’을 구상했다. 카페를 개설해서 자료를 모으고 토론회, 가장행렬, 보고서 작성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기로 한 것이다. 아이들은 여행이 취소됐다는 발표에 실망하면서도 이 대안에는 절대적인 지지를 보여주었고 더구나 적극적이었다. 첫째 날, 우선 경주에서 파는 달콤한 빵을 맛
“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근심, 걱정 때문에/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흰 눈이 채 녹지 않은/내 마음의 산기슭에도/꽃 한송이 피워 내려고/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3월의 바람 속에/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당신이 계시기에/아직은 시린 햇볕으로/희망을 짜는/나의 오늘…/당신을 만나는 길엔/늘상/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당신이 계시기에/나는 먼 데서도/잠들 수 없는 3월의 바람/어둠의 벼랑 끝에서도/노래로 일어서는 3월의 바람입니다.” 시인 이해인 수녀는 ‘3월의 바람’을 이렇게 노래했다. 아직은 쌀쌀함이 몸을 움추러 들게 하지만 봄을 알린다는 3월이 돌아온 것을 보니 가는 세월은 변함이 없는 모양이다. 며칠 전만 해도 심술을 부린 날씨도 제법 살랑거림을 느끼게 한다. 햇볕도 완연해 3월을 맞는 기분이 과거를 회상케 한다. 모레가 경칩이다. 대지가 아지랑이의 호위를 받으며 활갯짓을 시작하는 시기다. 이럴 때쯤이면 3월의 봄바람은 더욱 봄을 실감나게 해줄 것이다. 3월을 두고 흔히 ‘춘삼월 호시절’이라 말한다. 봄의 경치가 가장 좋은 철이란 얘기다.…
연필이 지우개에게 /신진호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나는군 뽀오얀 피부빛이 눈길을 끌었지 네모이면서 묘한 말랑말랑함도 매력이었어 더구나 그 특유의 풋풋한 향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지 널 만난 뒤로 좋지 않은 기억은 저장되지 않았어 온전한 것만 남도록 네 몸을 문질러 내 잘못을 지워버렸거든 때론 연필깎이 몸단장에 새신랑 같다며 환히 반겨주곤 했지 세월이 강물처럼 느껴지는 날 우리 둘 모두 점점 작아지는 서로의 모습에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길 바래 조금씩 닳아져 간다는 것 너와 나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삶을 잘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잖나 이 친구야 ■ 신진호 1964년 충남 공주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졸업. ≪대한문학≫으로 〈억새〉 초회 추천(2017. 가을호), 〈젓가락이 숟가락에게〉 추천완료(2017. 겨울호). 시집: 《젓가락이 숟가락에게》 대한문학작가회, 지송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