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 유산 15개 가운데 조선 시대 임금이 살았던 창덕궁, 묘소인 왕릉, 그리고 제례를 지내는 종묘가 포함돼 있다. 놀라운 것은 조선 태조에서 순조에 이르는 왕과 왕비의 능 40기가 모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왕릉이 서울, 경기, 강원에 흩어져 있지만 모두 거의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고 있고, 세계에서도 찾기 힘든 자연과의 조화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전례에 힘입어 현재 경기도, 충청남도, 경상북도는 조선 임금의 태실(胎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태실은 탯줄을 묻은 곳이다. 조선 왕실은 태(胎)가 그 주인의 안녕은 물론 국운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왕자와 공주의 태를 격식에 따라 잘 보존한 뒤, 전국의 명당자리를 찾아 태실을 만들었다. 그 후 태실의 주인공이 왕위에 오르면 화려한 석물(石物)로 다시 치장하는 가봉(加封)을 해 더욱 엄격히 보존했다. 이런 왕실의 장태(藏胎)문화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유산이라고 한다. 일제는 조선의 기운을 뺏고자 이 태실을 훼손하고 태를 한곳에 모아놓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현재 서삼릉의 태실이다. 이렇게 훼손
화가 이중섭이 좋아한 시인 폴 베를렌느. 그는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스케치하러 나가기 전 귀여운 당신이 그리워 설레는 마음으로 폴 베를렌의 시를 적어 보내오.”라고 썼다. 그 시는 아마도 다음 시가 아니었을까. 거리에 비 내리듯/마음엔 눈물이 흐른다. 이토록 마음 깊이 스며드는/이 서러움은 무엇일까? 견딜 수 없는 마음엔/아 아, 비의 노래여! 다정한 비의 속삭임을/땅 위에도 지붕 위에도(.......) 베를렌느가 쓴 ‘거리에 비내리듯’이다. 허전한 마음을 유연하고 음악적인, 그리고 우수어린 운율로 노래하고 있다. 그의 애조 섞인 음조는 비운의 화가 이중섭의 감수성을 터치하기에 손색이 없다. 불멸의 시인 베를렌느. 1844년 봄, 프랑스 북동부 메츠에서에 태어났다. 그가 시를 쓰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 하지만 판사가 되려고 법과대학에 들어갔다. 가세가 기울자 중퇴하고 보험회사에 취직했지만 전혀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몽마르트르의 문학서클과 고답파 시인들을 찾아다니며 시를 썼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외동아들이 시를 쓴답시고 파리의 보헤미안들과 어울리는 것을 심히 걱정했다. 결국 그녀는 베를렌느를 서둘러 결혼시켰다. 그렇다고 그가 시를 포기할리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다. 말이란 새어나가게 마련이니 그만큼 말조심하라는 뜻이겠다. 늘 이놈의 새나 쥐가 골치였던 모양이다. 오죽하면 무슨 일을 처리할 때 아예 “쥐도 새도 모르게”하라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쥐나 새가 우글거리는 동네에 살면서 모르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인데.. 애초 미군기지 바로 옆으로 대통령실을 옮길 때 야당에서 보안관련 우려를 제기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알다시피 미국은 도청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전력이 화려하다. 2013년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SA) 계약요원 스노든의 기밀자료 폭로사건이 있었다. NSA와 영국의 GCHQ 등 정보기관들이 전 세계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 사찰해온 사실을 드러낸 것이었다. 스노든 사건으로 전 세계에서 비난이 빗발치자 미국 클린턴 국무장관은 “우리만 정보 수집하냐? 다들 미국 정보에 의지해놓고 이제와서 왜 이러냐?”식으로 반응했다. 당시와 지금의 차이는 대한민국 정부의 대응이었다. 당시 미국은 대한민국을 미국의 이익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초점 지역으로 분류하고 미군 기지와 공관에 특별정보수집부를 설치하고 전방위적으로 도청 활동
한국 정치는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정치개혁을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외치는 정치개혁이 국민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이유는 언행일치 정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편, 정치 기득권 타파, 거대양당 체제 극복 등 정치개혁 아젠다를 내놓았지만 국회의원삼선제한, 국회의원국민소환제,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정치문화를 개혁하는 법과 제도 개선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득권이 기득권 체제를 스스로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300명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검사, 판사 등 법조인, 고위공무원, 중앙 언론인, 교수, 대기업 CEO 등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리며 살아왔던 사람들이 서로 밀어주면서 그들만의 정치를 해 온 결과가 지금 한국 정치문화의 부끄러운 현주소이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가는 자기 행위의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고 자기 행위의 탓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은 없고 정쟁만 난무하는 한국의 정치문화 속에서 국민의 삶은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밥 한 공기 다 비우
‘도시재생’이란 쇠퇴하는 도시에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기능 부여로 도시를 사회적·경제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말한다.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어떤 도시를 원했고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을까? 현 정부 들어 도시재생 사업이 크게 수정되고 사업 규모가 축소되는 모양새이다. 작년 7월, 도시재생사업이 전면 개편되어 경제거점 조성과 지역특화 재생이 강조되며 기존 5개 사업유형이 대폭 간소화되고 효율적인 공공지원을 위해 지역 기반의 주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에 집중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 1호 마을인 서울 종로구의 창신동 마을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도시재생을 연장할지 도시재개발을 시작할지 갈등을 겪고 있지만, 주민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 보존되고 삶의 질 또한 개선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도시재생사업은 2017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추진되면서 하드웨어 중심의 주거복지 사업 중심에서 주민이 주도하는 사람 중심의 사람복지사업으로 진화하였다. 도시재생사업 지원 기간 내에 주민 역량강화 사업이나 주민공모 사업 등으로 주민 참여형 비즈니스모델 기획과 사업화를 잘 이루어
국회에서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년 만의 일이다. 이라크 파병 기간 연장을 놓고 전원회의가 개최된 이후 처음인 것이다. 이번 전원회의의 주제는 선거제 개편 문제다. 그런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난데없이 국회의원 정수를 30명 줄이자는 제안을 들고나왔다. 이런 제안을 하게 된 이유는, 국민 대다수가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실언 시리즈”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런 제안을 들고나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국민의 수는 17만 명이어서, OECD 국가들의 지역 대표성 평균을 두 배 넘게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원 주장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우리 국민들이 무조건 국회의원 증원을 반대하는 것인지, 아니면 “특권을 가진 이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증원안을 들고나온 것과 현재 국민의힘의 감원 주장을 비교할 때, 얼핏 반대 방향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쪽은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고 하고, 다른 한쪽은 줄이겠
왕의 나라 조선의 역사에서 정도전은 신권국가(臣權國家)를 꿈꾼 발칙한 혁명가였죠. 태종 이방원에게 되치기당해 뜻을 다 이루지는 못했지만, 당시 정도전의 이상에 동조한 여론이 있었다는 것은 무소불위 왕권국가(王權國家)에 대한 민심의 저항이 만만찮았다는 정황을 반증해요. 조선의 역사를 아예 ‘신하의 나라’로 보는 해석도 있어요. 마음에 안 드는 왕들은 독살로 명을 끊곤 했었다는 끔찍한 주장까지 나와 있죠. 현대정치에서 테크노크랫(technocrat 기술관료) 세력이 권력의 핵으로 등장한 것은 우연한 결과물이 아니에요. 인구가 늘고, 문명이 발달하고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칼 잘 쓰는 무사들 둘러 세우는 일로만 리더 십이 발휘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테크노크랫이 직접 권력자가 되는 일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됐어요. 젊은이들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망(羨望)해 온 역사는 깊어요. 5급 행정·외무·사법고시라는 현대판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집단을 이뤄 공부하는 신림동 녹두거리가 가장 먼저 생겨났죠. 그리고 21세기 들어 9급, 7급 공무원 열풍이 일면서 공시생들이 즐비한 노량진까지 고시촌이 늘어났지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청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직
지난 3월말, 3박 4일이란 짧은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 교토, 나라, 고베를 다녀왔다. 도쿄는 몇 차례 다녀왔지만, 나머지 유수한 도시들은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루다 지인들과 다녀오게 되었다. 마침 윤석렬 대통령의 전격적인 일본방문으로 문재인 정부시절 경색되었던 한일관계에 새로운 물줄기가 형성되고 있었기에 가고픈 열망이 솟구쳤다. 소설 같은 상상일 수 있겠지만, 일본 저변에 흐르는 한국에 대한 감정도 느끼고 싶은 것도 전격적인 투어의 요인이기도 했다. ‘나라’는 고대 우리와 인연이 깊은 곳인데다 경주처럼 일본 고도의 흔적이 상당부분 남아 있어 인상적이었고, 오사카의 대표적 명물인 오사카성은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히데요시를 대하는 일본인의 시각을 간접적으로 웅변해주고 있었다. 오사카성 입구에 히데요시를 배향한 ‘豊國神社(풍국신사)’가 자리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사카 중심가를 비롯한 그 어느 곳에서도 반한 감정이나 물결을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의 심성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으나, 적어도 외양만은 그랬다. 오사카 중심가에서는 한국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
정부는 지난 3월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용인에 세계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용인시 남사읍,이동읍 일원 710만㎡(215만평)에 2042년까지 300조 원을 투입하여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공장(팹)5개를 구축하고,국내외 소부장,팹리스 기업 150개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현재의 글로벌 경쟁은 죽느냐 사느냐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정부가 발표한 용인 세계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기 위해서는 먼저 시작한 현재까지 세계최대인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120만 평의 조성과정을 되돌아보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필자가 경기도 투자진흥국장과 경제투자실장등으로 근무하면서 추진했던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캠퍼스와 동탄 캠퍼스 조성사업,그리고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과 협력업체 단지조성사업등의 추진과정을 되돌아 보면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성공적인 추진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실수요 기업의 의견이 100%반영되고, 독립채산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입주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위
"독도! 끝내 창씨개명 되는건가. 왜놈들이 조만간 이곳에 대나무를 심을건가. 그리하여 마침내, 다께시마, 竹島로 소유권 이전을 완료할건가. 세찬 바닷바람 몰아치는 대숲 한가운데서 욱일기 당당하게 펄럭일건가." '2023년 대통령 3.1절 기념사 쇼크' 이후, 나는 홀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계제에 독도 관련 서책들을 여러 권 읽어보았다. 그 중 조선 숙종 때 인물 안용복 장군(1658~ ?)과 6.25 참전 상이용사 33인이 결성한 독도의용수비대 홍순칠 대장(1929~1986)의 삶에 특별히 마음이 쏠렸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부 여당 사람들이 한결 같이 이 위대한 인물들의 대칭이기 때문이다. 야당의 정치모리배들도 별 차이 없고. 역사적으로 '우산국(于山國)'이었던 울릉도는 신라 지증왕이 복속한 때(512년)부터 우리 영토로 되어 있다. 우산국은 신라가 강성해지는 과정에서 먹힌 군소 왕조의 저항세력들이 도주하여 건너가서 세운 나라였다. 대마도와도 가깝기 때문에 오랫 동안 왜인들도 다수 거주하거나 왕래하였다. 고려와 조선은 울릉도와 독도를 중시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으니 관심 밖이었고, 왕래는 죽음의 리스크를 져야만 했다. 세종조차 울릉도를 무인도로 만들어버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