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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워크에식

 

몇 년 사이에 스포츠 팬들이 자주 사용하게 된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워크에식’이다. 직업에 대해 성실한 정도를 의미하는데 한국어로는 직업 윤리로 번역될 수 있다. 유명한 스포츠 선수 중에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술, 담배를 비롯한 각종 몸을 해치는 일들을 꾸준히 해오지만 성적이 좋은 선수들이 있다. 팬들이 이런 선수를 비판할 때 워크에식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반대로 늘 몸 관리를 하고, 팀에 헌신하는 자세를 가진 스포츠 스타에게 워크에식이 좋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며 더그아웃의 쓰레기를 줍는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는 직업 윤리가 좋은 대표적인 선수다. 특정 종목에서 슈퍼스타라고 해서 꼭 직업에 대한 자세가 좋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공무원에 속하는 교사의 워크에식은 어떨까. 교사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도는 이야기가 있다. 업무분장을 할 때 눈물을 잘 흘린다면 일을 맡지 않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학교는 오는 업무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최대한 일을 많이 가져가는 구조라는 거다. 공무원이기에 일을 더 한다고 돈을 더 받는 게 아니니 일단 업무를 피하고 보는 게 유리하다.

 

이러다 보니 똑같은 연차이지만 누구는 업무에서 모르는 게 없어지고, 누구는 부장 한번 해본 적 없는 상황이 생긴다. 몇몇 학교에서는 특정 사람에게 부장 업무가 쏠리는 걸 막기 위해 근무하는 동안 부장 업무를 한 번 이상 해야 한다는 걸 내규로 정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것도 휴직이나 만기를 채우지 않고 다른 학교로 옮기며 피하는 경우도 있다. 주어진 업무를 피하려면 어떻게든 피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주어지는 업무를 피하는 게 적극적인 행동이라면 소극적인 행동도 있다. 서이초 이후 인터넷의 젊은 교사들은 최대한 문제가 될 일을 만들지 말자, 돈 받는 만큼 일하자는 분위기다. 급여가 그 직업의 권위를 나타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교사는 이전만큼 매력적이거나 가치 있는 직업이 아니게 되었으니 우리도 그만큼만 일하자는 거다. 5년 미만 교사들의 급여를 생각하면 그런 마음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공무원이니 공무원 마인드를 갖는걸 비판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러던 차에 얼마 전에 만난 몇 명의 선생님과 대화하며 직업 윤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 선생님들은 누가 봐도 너무 많은 양의 업무를 혼자서 해오고 있었다. 이유를 묻자 답변이 돌아왔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이 잘 굴러가기를 원한다. 업무를 더 하는 걸로 해결이 된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 “아이들에게 정말 꼭 필요한 경험과 활동이라 정말 잘 해내고 싶어서 조금씩 조금씩 더 하다 보니 일이 많아졌다.”

 

길지 않은 교직 경력에서 멋있었던 선생님들은 모두 일을 피하지 않고 성실하게 해냈던 분들이었다. 어떤 모습으로 경력을 쌓고 싶은지 생각해 보면, 일을 잘하고,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는 잔뜩 많아졌는데 업무를 몰라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멋이 없다. 새해에 생각보다 다양한 업무를 잔뜩 하게 되었지만 일은 일이니까, 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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