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간 /백석 달빛도 거지도 도적개도 모다 즐겁다 풍구재도 얼럭소도 쇠드랑볕도 모다 즐겁다 도적팽이 새끼락이 나고 살진 쪽제비 트는 기지개 길고 홰냥닭은 알을 낳고 소리치고 강아지는 겨를 먹고 오줌 싸고 개들은 게모이고 쌈지거리하고 놓여난 도야지 둥구재벼 오고 송아지 잘도 놀고 까치 보해 짖고 신영길 말이 울고 가고 장돌림 당나귀도 울고 가고 대들보 위에 베틀도 채일도 토리개도 모도들 편안하니 구석구석 후치도 보십도 소시랑도 모도들 편안하니 놀이의 한마당처럼 즐겁다. 생생한 토속어로 근원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인의 마음이 잘 담긴 시를 만나는 즐거움으로 가슴이 뛴다. 평화로운 시골마을에 고즈넉한 풍경의 농촌에는 누가 살고 있는 것일까 가족처럼 이웃들이 경호원이었고, 삶의 가치와 희망이 있었다. 작금의 세태를 비교해 보면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의 살 냄새가 그리워진다. 연자간이라는 이 시는 고즈넉한 정서를 잘 보여주고 있지만 실상은 풍경의 외로움들이 베여있다. 연자간은 연자맷돌, 말이나 소로 끌어 돌려서 곡식을 찧는 맷돌을 놓은 방앗간이다. 필자역시 해남 고향마을에서 어머님께서 두부공장을 하셨다. 맷돌에 콩을 갈고 이러한 공정과정을 거쳐 더운물에 잘삶은 장…
세상살이가 팍팍하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시름 속에 싸여 산다. 있는 자는 있는 자 대로 없는 이는 없는 이 대로 나름의 시름이 있다. 나도 시름을 안고 산다. 때로는 이룰 수 없는 욕구에 부대끼고 때로는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도 있다. 나에게 매일 전화를 해오는 한 친구가 있다. 호구지책으로 나가는 직장상사가 그렇게도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그자는 늙고 병들어 판단력도 흐리고 걸핏하면 화를 내고 만사를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 비위를 맞추는 것이 바윗돌을 옮겨 태산을 이루는 만큼이나 이 친구에겐 무겁고 힘들다. 단 하루도 마찰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없다. 그런데도 좁은 사무실 안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주쳐야 한다. 금실 좋은 부부도 한 공간에서 지내다 보면 싸운다. 하물며 옹고집의 노인과 그 친구 사이를 말해서 무엇 하랴. 나는 그 친구의 하소연을 묵묵히 들어준다. 그게 내가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나도 직장생활을 하며 상사를 떠받들고 살았다. 하루하루가 나에겐 전쟁터 같았다. 그 갈등의 세월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라면 차라리 늙어 죽는 쪽을 택하겠다. 나름대로 편안한 삶을 누리는 나
지금은 ‘SNS(Social Network Service) 시대’다. SNS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구축해 주는 온라인 서비스다.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빠르게 많은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홍보가 쉽고 파급력이 크다. 빈부나 상하 관계 없이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격식 없이 접근할 수 있고, 반응과 의견 교환이 즉각 이뤄지는 것도 SNS의 장점이다. 특정한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겐 신체의 일부분과 같다.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업이나 공공기관들도 SNS 통한 홍보에 적극적이다. 중앙정부와 전국의 지방정부들도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렘, 트위터, 카카오톡 등 SNS를 홍보에 활용하기 위해 고민하면서 앞 다퉈 SNS 계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운영실태는 큰 차이가 난다. 관리가 소홀한 지자체도 많지만 ‘열린 행정’을 내세운 지방정부들은 시·도·군·구정 소식을 전하고 현안에 대한 주민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화성시가 (사)한국소셜콘텐츠진흥협회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이 후원한 ‘제5회 2019 올해의 SNS’의 페
고맙다. 안산시가 ‘볼모 논란’까지 일고 있는 국회의 ‘민식이법’ 처리와 상관없이 지역의 모든 초등학교에 과속단속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해서다. 이로인해 국회의 법처리와 관계없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린이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물꼬를 텃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최근 이 법안은 물론 민생법안을 미끼로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국회의 속내가 여실히 드러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에게) 선거법 주면 민생법 통과시켜 줄게”라는 상식 이하의 제안을 한 야당 야당 원내대표, 여순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민의 대화 요청에 “하지마세요, 왜 이러세요”라고 오만한 속내를 드러낸 초선의원, 일본 아베 정부가 주장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 지소미아) 연장 등을 요구하며 단식을 펼친 국적 불명의 당대표까지, 말 그대로 난장판 국회였다. 그나마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말처럼, 또 ‘자식을 지키려는 어미의 심정’으로 안산시가 ‘제2의 민식이’를 막기 위해 2021년까지
한동안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바라보면 가슴이 설레였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의미가 사라지자 무감(無感)해졌다. 한때 나의 가슴을 뛰게 했던 소중했던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순간 고독해지고 먹먹함이 밀려온다.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이 시작됐다. OECD국가의 평균 자살률 인구 10만명당 11.5명의 2배 이상인 24.7명. 주춤했던 자살률이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시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가 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올해는 연이은 유명 연예인의 자살이 모방자살인 베르테르효과로 이어져 우리사회의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연예인, 이들은 왜 자살을 하는 걸까? 악풀, 우울증, 정체성혼란 등 다양한 요인이 있으나 필자는 이들에게 ‘의미의 상실’은 자살행동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본다. 연예인 자살이나 사망 뉴스를 접할 때 마다 필자는 떠오는 얼굴 둘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신해철과 김광석이다. 이들은 필자에게 한때 의미 있는 친구들이었다. 지금은 대학에 몸을 담고 있지만 오랜 기간 방송작가로 활동을 했던 필자는 다양한 가수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아이들 생명 지켜달라는 그 부모의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야하나요”라고 오열을 쏟아냈다.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국회를 찾아서 의원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어린이생명안전 관련법안 통과를 호소하며 눈물을 흘린 지 며칠 만에 그동안 큰 진전이 없어 보였던 발의 법안이 상임위에서 통과하여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국회파행으로 인해 본회의가 무산되었다.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신호등, 과속방지턱 등을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안전을 강화하는 ‘민식이법’과 경사진 주차장 고임목 설치로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하준이법’은 첫 문턱인 상임위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어린이 안전사고에 대한 응급조치를 의무화하는 ‘해인이법’, 축구클럽 차량 사고 후 어린이 통학버스 관리 대상을 확대하는 ‘태호?유찬이법’, 통학버스 내 CCTV 설치하는 ‘한음이법‘ 등 어린이 생명 안전과 관련된 다른 법안들은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이다. 귀하고 소중한 자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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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예방 담당 공무원은 기초지자체의 경우 평균 0.71명에 불과했다. 전국 기초지방정부 평균 자살예방예산은 총 예산의 0.016%였으며 경기지역도 0.02% 밖에 되지 않았다. 조금 높다고는 하나 미미한 차이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국회자살예방포럼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안실련이 발표한 ‘2018 지방자치단체 자살예방현황 조사’ 결과다. 이 조사는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진행됐는데 전국 229개 지자체를 전수 조사했다. 도내에서 광주시(廣州市)는 아예 내부나 외부 할 것 없이 자살예방 관련 조직조차 없었다. 인천시 옹진군도 마찬가지였다.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자살예방 조직을 둔 곳은 8곳으로써 16곳은 외부에 자살예방센터를 두고 있었다. 수원시의 경우는 수원시정신건강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정신건강사업단은 관내 정신건강 관련 6개 기관의 통합 명칭인데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 수원시아동청소년정신건강복지센터, 수원시성인정신건강복지센터, 수원시노인정신건강복지센터, 수원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수원시자살예방센터 등이다. 홍창형 수원시행복정신건강센터장(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얼마 전 다양한 자살예방사업 및 정신건강증진사업
문화재는 무형과 유형 구분없이 소중하다. 예술과 종교, 민속, 생활양식 등에서 문화적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양한 장르와 전수방법 등으로 인해 한자리에서 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인간문화재의 경우 어려운 수련과정과 각자의 고유 영역 등을 이유로 한자리에서 접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경기도 인간문화재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제를 벌인다는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도가 12월 6~8일까지 부천시 오정아트홀에서 ‘천년의 자랑, 전통愛 물들다’를 주제로 마련하는 ‘2019 경기도 인간문화재 대축제’가 그것이다. 이번 행사는 도가 주최하고 ㈔경기무형문화재총연합회가 주관한다. 이런 단체가 있는지조차 몰랐던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무관심과 관련있다. 오랫동안 우리 것을 경시하는 풍토가 만들어낸 왜곡된 현상이겠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 행사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증명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행사에서 도 무형문화유산 가운데 공예기술과 음식 등 기능분야 40종목과 음악·무용·놀이와 의식 등 예능분야 27종목이 공개된다. 예능종목들의 공연은 물론, 기능종목 작품전시와 실연(實演), 전통주 시음과 무
얼마 전 블라디보스토크를 다녀왔다. 아침부터 태풍 ‘링링’과 같은 바람과 싸라기눈으로 인해 볼이 따가워 우산도 펼 수 없고, 한 두 걸음 떼기도 어려웠지만, 그 곳에서 느낀 점은 사람들의 여유와 사람을 우선으로 여기는 교통문화였다. 그곳에는 크락션소리 한번 나지 않고, 신호등이 바뀌어도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사실 우리의 경우 사람중심보다는 차를 우선으로 하는 교통체계로 인해 정해진 시간에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뛰듯 서두루지 않으면 시간 내에 건너가기 어렵다. 가끔 어르신들이 건너는 모습을 보면, 조마조마했다. 충분한 시간을 주어 배려했으면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중심 교육을 말하고, 지자체마다 사람중심, 시민중심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사람중심이 뭔지, 학생 중심이 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이 배려다. 억지로 일을 만들지 말고 도움의 손길이 꼭 필요한 곳에 지원을 해야 한다. 오래 전 미국에 갔을 때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고 감동한 적이 있다. 멀리서 차가 오는 것을 보고 차가 지나간 뒤 가려고 했는데, 오질 않았다. 쳐다보니 운전자가 방긋 웃으며 먼저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