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선포 사태 후 환율 오름세와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도 진정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번 정국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 높게 인식하게 된 것 같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자본시장이 개방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들이 한국의 자본시장을 대변하는 용어로 즐겨 써 온 말이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말 그대로의 뜻은 한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어서 실제 기업 가치에 비해 주식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거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남북 간 대립이나 지나친 수출의존형 경제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1960년대에 경제개발을 추진함으로써 비로소 빈곤에서 벗어나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런데 한국의 경제성장은 몇몇 대기업 재벌이 주도해왔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경유착에 의한 재벌 주도의 경제 성장은 결국 한국의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남북 분단의 지정학적 리스크뿐만 아니라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그에 따른 낮은 주주환원 등으로 그 원인이 확대된다. 기업지배구조란 기업 내부의
나는 정치적으로 우파도 좌파도 아니다. 가톨릭교회의 수도자이며 사제이니 굳이 말한다면 “예수파” 혹은 “그리스도파”이다. 개인적 성향은 보수적이다. 글쎄 누군가 “당신은 진보요? 보수요?”라고 묻는다면 답을 하는 사람들 중 80% 이상이 “나는 보수적이다”라고 답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지구상의 물리적 법칙 중에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관성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각도 그와 비슷하다. 살아온 방식대로 사는 것이 에너지가 덜들고 쉽기 때문이다. 그러니 많은 사람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기면 그 변화에 적응하느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게 힘을 써야 하는데 누군들 변화를 좋아하겠는가? 그.러.나. 어떤 “변화”는 힘이 들어가더라도 내 삶에 신선함을 주고 재미있을 수 있기에 그나마 우리 삶의 모습이 조금씩 변화하고 발전해 나아가는 것이다.(발전이라는 단어는 다시 돌아볼 필요는 있다) 또 한 가지는 생활의 불편함을 극복하거나 혹은 좀 더 나은 생활 방식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과학적, 기술적 발전으로 급격한 변화를 일으켜 인류가 아주 크게 진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산업혁명, 전기, 인터넷, 스마트 폰 등은 인류의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얼마 전 경기도는 ‘2024년 결산-기후 편’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기후변화와 탄소 중립에 적극 대응하는 경기도의 노력을 정리한 것이다. 도의 기후위기 대응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에서 기록적이면서 이상한 기상재해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우리나라에서는 불지옥 같은 폭염이 이어졌다. 30도를 넘는 살인적인 더위가 계속되고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 했다. 얼마 전에 내린 첫눈은 기록적인 폭설이 됐다. 올해 미국은 폭염과 허리케인으로, 스페인과 브라질, 케냐에서는 폭우와 홍수로 많은 인명·재 산피해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 찾아온 재해의 원인을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올해 1~9월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4도나 더 높았다. ‘기후 마지노선’이 1.5도인데 이를 넘어선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해를 거듭할수록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난 수준의 폭염 일수가 길어진다는 얘기다. 이로 인한 위험도 감지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과 남극지방의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에 따라 2
한자 ‘우(迂)’는 평상시에는 잘 쓰지 않는 한자다. '한자 자전'에서 이 글자를 찾으면 ‘멀다’라는 뜻으로도 나오고, ‘에돌다’라는 뜻으로도 나온다. 그런데 ‘멀다’라는 뜻이나 ‘에돌다’라는 뜻은 서로 멀지 않다. 사촌쯤 되는 친밀한 뜻이다. ‘에돌다’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다시 찾아보면, ‘곧바로 나아가지 않고 멀리 피하여 돌다’로 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迂)’가 지닌 ‘멀다’라는 뜻에는 단순히 거리가 멀다는 뜻보다는 그 어떤 대상을 멀리 두고 피해 가려 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그런 뜻이 잠재해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회(迂回)’라는 말이 떠오른다. 곧바로 가지 않고 멀리 돌아서 가는 것이 ‘우회(迂回)’이다. 이 한자어에 대응하는 고유어가 ‘에돌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우(迂)’가 품고 있는 뜻, 즉 ‘곧바로 가지 않고 멀리 돌아서 가는’에 담긴 인생론적 의미는 간단치 않다. 우리가 인생의 길을 걸어가면서 곧바로 가지 않고 멀리 돌아서 가게 되는 경우는 많다. 그것이 나의 뜻이었던가. 그런 결정을 내가 확실히 내렸던가. 딱히 그렇지도 않다. 그렇게 보면 ‘우회의 인생길’은 내 마음대로 좌지우지하지 못하는 ‘운명의 길’인지도…
누구나 한번, 이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몹시 힘든 과정을 거친 후에 떠올릴 수 있는 ’죽고 싶었다’ 는 마음을 종종 만난다. 간단한 자가보고식 질문을 통해서 혹은 오래된 병을 앓게 된 과정을 토로하는 중에 불쑥 드러난다. 구토와 어지럼 등으로 잘 먹지 못하는 배우자를 간병하느라 응급실에 수차례 방문했다는 할아버지는 부인의 치료를 위해 여러 곳을 수소문하다가 내원했다. 진료의 끝에 다다를 즈음 “·많이 힘드시죠” 라고 말씀드리니 “매일 죽고 싶지만 차마 이 사람을 두고는 죽을 수 없어서 하루 하루 버티고 있는 거지요”라고 말한다. 오래도록 잘 낫지 않는 신체화 장애로 내원한 한 30대 청년은 치료를 해가던 어느날 기억을 꺼내보인다. 엄마에게 홀대했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기억. 열 살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한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 가난, 학창시절 왕따의 경험, 직장에서의 따돌림의 고백이 이어진다. 죽고 싶었다고 말하며 울먹인다. 한 중년의 환자는 무너져 있는 몸과 마음을 원인을 묻다가 보니 얼마 전에 딸이 자살했다 한다. 위태한 결혼생활을 견디며 열심히 하루 종일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 매일이 과로였다. 딸이 죽기 전날 유독 일이 많았다. 그 고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경기도가 경기도의회를 중심으로 ‘외국인 간병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서 화제다. 2025년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20%)에 진입한다. 노인은 급격히 늘고 젊은이는 부족한 상황에서 간병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다. 외국인 간병인에게 한국어 등을 교육한 뒤 병원과 요양원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이 골자다. 하늘만 쳐다본다고 해결책이 나오는 게 아니다. 경기도의 계획이 좋은 성과로 귀결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동규 경기도의원은 지난달 말 ‘외국인 간병인 제도의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울시가 시행하는 필리핀 가사 관리사 시범 사업과는 다르다. 다른 국가·기관과 협력해 외국인 간병인을 모집한 다음 일정 기간의 교육·훈련을 거쳐 비자를 전환하여 현장에 배치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2~3월쯤 조례안을 도의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목표다. 경기도의회는 외국인 간병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할 방침이다.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으면 외국인 간병인이 돈을 더 주는 다른 일자리로 이탈해 불법 체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최저임금(시간당 1만30원)을 적용하면 이들은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할…
2024년의 겨울, 대한민국 국민들은 내란 소요가 일어난 현장에서 또는 미디어를 통해 역사를 보았다. SNS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계엄령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잠 못 이루던 그날 밤, 미디어는 전 국민을 역사의 기록자로 만들었다. 미디어가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미디어 연구자라면 그날의 현상에 관해 이런 질문들을 던질 것이다. 계엄령 관련 정보를 접하기 위해 이용한 미디어가 이용자의 정치 태도와 참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미디어 연구는 미디어가 일반 시민의 인식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며, 정치 엘리트가 전략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할 것이라 전제한다. 그러한 까닭에 정치 엘리트는 시민이 접하는 미디어와 정보를 통제한다. 언론 보도를 정정하려 하고, 심의를 통해 특정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다. 물론, 민주주의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그간 주목하지 않았던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였다. 당혹스럽게도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은 계엄령이 그들이 내릴 수 있는 가장 정의롭고 ‘합리적’인 결정이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합리성’은 도대체 어떻게 구성된 것인가?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는 극단적 결정을…
한 해가 저문다. 벅찬 마음으로 문을 열었던 2024년. 새해 첫날 제일 먼저 한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손수 제작한 연하장(年賀狀)을 국내외 친지·선후배·동료들에게 보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시간·거리·비용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을 글로벌 IT문명의 이기(利器)인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그리 힘들지 않게 새해 인사를 보냈던 것이다. 연하장의 배경은 재외동포재단의 제주 근무 당시 찍었던 사진들 중에서 정성껏 골랐다. ‘새로운 날의 이미지’를 물씬 느끼게 할만한 것으로 한정했다. 한라산 등정 중에 짝었던 멋진 설경(雪景) 사진과 서귀포시 법환동 해안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범섬이 담긴 제주 바다 사진이 유력 후보였다. 승자는 남쪽 바다에 은은히 담긴 아침 서광(曙光)이었다. 문제는 연하장에 어떤 문구를 담을 것인가였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가슴에서 우러나는 문장을 흰 종이 위에 자필(自筆)로 써내려갔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갑진년 새해, 자유와 평화와 번영의 선한 기운이 이 땅끝에서 저 땅끝까지 두루두루 퍼져나가 지구촌 모두가 행복하길 기원합니다”라는 인사에는 전쟁과 기근, 질병과 분쟁, 시기와 질투, 다툼과 미움, 고소와 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