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포천시청 회의실에서 한탄강 개발 사업 자문위원 위촉식이 열렸다. 그 자리는 박윤국 포천시장과 시의 관계자들, 개발 계획의 용역을 맡은 업체, 그리고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사람들이 가지는 일종의 첫 번째 상견례와도 같은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박윤국 시장은 친환경적이면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개발을 해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위촉된 자문위원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환경 생태학자가 2명, 건축 설계 사업자가 2명, 한탄강 주변 주민 2명, 수자원공사 직원 1명 등이 포천시 관계자를 제외한 외부자문위원들이었다. 자문위원들의 면면을 보면서 스토리 발굴과 작성을 할 수 있는 인문학자가 한 명도 없는 상황으로 인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관광이라는 것은 결국 관광자원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관광객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스토리텔링 또는 스토리 메이킹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인기를 끄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가 대유행인 것은 각자 개인이 만들어 낸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이 공감해주고 ‘하트’나 ‘좋아요’를 통해 당신의 이야기가 나에게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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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츠펠트-야콥병’. 이름도 생소한 이병은 백만 명 중 한 명의 비율로 나타난다고 하는 매우 희귀 질환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등에 비하여 빠르게 퇴행성 뇌 질환이 진행되면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병이다. 인간 광우병이라 불리며 발병원인도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제도 없어 국제보건기구 등도 ‘대단히(extremely) 희귀한 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이같은 희귀질환은 7찬여 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수는 약 2억5천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뇌전증, 루게릭병 등 926종의 희귀질환이 등록되어 있고, 약 50만 여명의 환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희귀질환은 어떻게 분류하는 것일까. 나라마다 다르지만 미국은 20만명 이하의 유병률을 가진 질환을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당 의약품 분류를 위해 2만명 이하의 유병률 질환을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정의한다. 희귀질환은 이처럼 많지만 이중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은 10%도 안된다. 확실한 치료법이 개발된 질환 또한 20여 개에 불과하다. 희귀질환은 대부분 유전성·난치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치료제 마저 가격이 비싸 치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글을 배우는 입문서로서 천자문이 널리 사용되어왔다. 오늘날까지도 한자(漢字)를 알든 모르든 대부분 사람들은 천자문이 무슨 책인지 정도는 알고 있을 만큼 일반화되어 있는 교과서이다. 이 책은 원래 중국 양나라 주흥사라는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만들고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해서 흔히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한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는 확실한 기록이 없지만, 일본서기(日本書紀)에 285년 백제의 왕인(王仁)이 일본에 ‘천자문(千字文)’과 ‘논어(論語)’를 전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이보다 먼저 보급되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천자문으로는 명필 한호(韓濩)가 쓴 ‘한석봉천자문(韓石峯千字文)’이 있지만 이밖에도 많은 판본의 천자문이 시대마다 지방마다 또는 집집마다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다. 이렇게 시대와 계층, 지역을 망라하여 천자문은 한자교육의 기본 입문서 이자 백성들이 말과 글을 배우는 첫 관문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중요한 교재였다. 왕가에서 세자나 대군들이 배우는 천자문은 비단이나 채색된 고급 장지에 당대 최고의 석학이 써서 만들었고, 사대부가나 일반 서민들은 주변에서 가장 학
옴부즈만(ombudsman) 제도는 여러 기능이 있을 수 있으나 행정권의 확대·다양화 및 재량권 증가에 따른 권리 보호의 불충분에 대하여 의회의 개입을 통한 행정 구제 제도의 결함을 보완함으로써 국민의 권리 보호 기회를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 주요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행정 옴부즈만제도는 현대 행정국가화 현상의 심화에 대응한 행정 통제와 국민권리 보호 차원에서 도입됐다. 최초의 옴부즈만 제도는 1809년 스웨덴에서 시작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제도’로 시행되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행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되자 이에 대한 통제와 국민의 권리구제 차원에서 세계 각국에 널리 보급돼 있다. 옴부즈만 제도는 세 가지의 성향을 보유하게 되는데, 이는 시민사회의 옴부즈만이기 위한 전제이기도 하다. 첫째, 옴부즈만 제도는 정부의 잘못을 정부 스스로 시정하는 하나의 제도로서 시민 위주 성향을 갖는다. 인간은 누구나 전지전능하지도 않고 감정의 지배를 받으므로 인식과 판단에서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올바르고 좋은 의견을 제시하면 반대하거나 화를 내다가도 잘못을 깨닫고 그 의견을 따른다. 또 어떤 사람은 계속해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이승하 오죽했으면 죽음을 원했으랴 네 피고름 흘러내린 자리에서 꽃들 연이어 피어난다 네 가족 피눈물 흘러내린 자리에서 꽃들 진한 향기를 퍼뜨린다 조금만 더 아프면 오늘이 간단 말인가 조금만 더 참으면 내일이 온단 말인가 그 자리에서 네가 아픔 참고 있었기에 산 것들 저렇듯 낱낱이 진저리치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을. - 시집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 문학사상·2018 시인의 윤리성은 고통을 발견하고 표출하는 곳에서 발현된다. 이러한 시적 노력은 참혹한 고통 속에도 생은 값진 것이니, 좀 더 참고 견뎌보자는 정언이다. 시적 주체는 ‘오죽했으면 죽음을 원했으랴’ 타자의 고통과 직접 소통한다. 시인은 제 고통을 차단하고자 했던 타자의 한계상황과 끊임없이 정동하며 묻는 것이다. 이승하 시인은 표제작인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에서 이렇듯 새로운 대속적(代贖的) 고통관을 제시하고 있다. ‘네 피고름이 흘러내린 자리에서/꽃들 연이어 피어난다’는, 이를테면 ‘너’의 ‘참음’의 영향이 미래의 가능성으로 부활한…
다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엔 22일 오전 미세먼지가 몰려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초 우리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미증유의 미세먼지가 다시 등장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근본 대책을 세우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거세다. 중국 발 미세먼지에 대한 긴밀한 국가 간 협조와 함께 국내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제거하라는 것이다. 특히 디젤차량을 수소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 일환으로 2035년까지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과 건설기계 동력을 디젤 등 화석연료에서 수소·전기로 전면 교체키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특히 수소 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수소차 보급 확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국내 수소차 보급은 2017년 말 170대였는데 올해 7월에 1천898대로 증가했고 연말에는 6천400여대(누적기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40년까지 수소차 290만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1천200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의 경력한 의지는 내년 예산에서도 드러난다. 수소승용차 1
경기도가 보행안전 위협 요소 제거를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다중이용건축물 주변에 설치된 이동편의시설과 교통안전시설이 대상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기준에 맞지 않거나 파손된 채 방치됐기 때문이다. 비장애인 보행에 위협이 될 정도라면 장애인들은 오죽 힘들었을까, 할 말이 없다. 이처럼 생활 속에 심각하게 널린 장애물들은 4천956건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도가 시민감사관 20명과 함께 지난달 2~27일까지 14개 시·군에 있는 전철역과 관광지, 종합병원, 장애인·노인복지관 등 다중이용건축물 30곳 주변 도로를 감사한 결과 드러났다. 대상은 보도·점자블록, 음향신호기 등 이동편의시설과 횡단보도 신호기, 안전표지, 과속방지턱 등 교통안전시설이다. 심각한 문제는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거의 전무(全無)하다는 점이다. 대중 교통의 대표주자인 버스정류장만 봐도 그렇다. 점검대상 170곳의 79%인 135곳이 휠체어 진·출입이 어렵고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이 없다. 뿐만이 아니다. 도로면 배수덮개는 틈새가 넓어 휠체어가 빠질 위험이 크다. 점검대상 439곳 가운데 76%인 334곳이 이 모양이다. 또 있다. 점자블록 2천440곳, 음향신호기 569곳, 자동차진입방
예부터 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 하여 책을 가까이 하는 계기로 삼았다. 평소에는 어떤 이유로든 게을리 했던 독서를 이때만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교훈적인 뜻에서 그런 말이 만들어 졌을 것이라 짐작된다. 실제로 인간의 정신이 살찌고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은 마음의 양식이 되는 독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대와 같이 융복합 다변화된 사회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빠른 변화와, 하루가 멀다않고 쏟아지는 정보와 새로운 지식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독서는 필수적이라 여겨진다. 책을 읽지 않는 변명과 구실을 보자면 흔히 시간의 부족과 바쁘다는 핑계를 들게 된다. 독서란 습관적으로 길들여 져야한다. 하루 세끼 밥을 먹듯 규칙적이어야 한다. 익히 알려진 명심보감의 한 구절인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는 뜻으로 매일 같이 책을 읽고 사유하라는 의미다.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서체로 남긴 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뒤 여순 감옥에 투옥돼 사형 집행전 간수가 소원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때 “5분만 시간을 달라, 책을 아직 다 읽지 못…
어느새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느끼게 된다. 시월도 중순이 넘어 가을이 깊어간다. 지금은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결혼식을 하지만, 그래도 주로 봄가을에 결혼을 많이 한다. 지금이 한창 결혼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은 결혼하는 나이도 점점 늦어지는 추세이다. 그나마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시대에 결혼의 의미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식을 둔 부모는 결혼을 시킬 때 한 번쯤 눈물을 글썽이게 된다. 언젠가 지인의 자녀가 결혼을 하게 되어 결혼식장에 간 적이 있다. 그 혼사는 아들을 결혼시키는 자리였다. 그런데 혼주인 아버지가 계속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앉아있는데 끝날 때까지 아버지는 많이 울어서 눈자위가 붉어졌다. 하객들이 모두 의아심에 궁금증을 느꼈다. 혼주인 어머니 말인즉 원래 아버지가 감성적이고 눈물이 많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아도 그렇게 잘 운다고 하였다. 내가 결혼을 할 때는 스물셋의 나이였지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철부지였다. 그때도 가을인 시월의 마지막 날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가려고 부모님과 인사를 하는데, 어머니의 눈이 붉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