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도 나와 있습니다. 언론, 스핀 닥터는 무엇인가? 스핀 닥터 역할 중의 하나입니다.” 국회에서 열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언론 장악 논란 관련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이 후보자는 문제없다는 식으로 답을 했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대변인 혹은 홍보수석 시절 정부에 우호적 보도가 나도록 노력한 것이 당시 홍보를 맡은 조직의 기본 직무였다는 취지로 답했다. 대변인 시절 작성한 ‘VIP 전화 격려 필요 대상 언론인’ 보고서를 작성한 경위에 대한 추궁에서도 마찬가지로 답변했다. 스핀 닥터의 일을 한 것일 뿐 딱히 특별할 것 없다는 식의 대답이었다. ‘스핀 닥터’란 무엇인가? 한국말로 공보비서관, 정치홍보 전문가, 정치활동 고문으로 부르는 역할을 지칭한다. 최근 한 언론에서는 언론기술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 입장이나 국민에게 알려야 할 정책을 설명하고 전달하는 대변인의 차원으로 이 후보자는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 야당의 추궁은 그뿐이 아니었다.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일종의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함을 포함했다. 여기서 일종의 전문성이란 의도한 대로 분위기를 조작하거나 조성하는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언론
아이들이 독립했다. 세 아이 모두 오롯이 홀로 섰다. 아이들이 떠난 둥지는 겨울들녘이다. 씨앗과 줄기와 열매는 떠나고 냄새만 남았다. 겨울들녘의 냄새는 춥고 쓸쓸하다. 보듬는 냄새마다 어김없이 명치끝에 박힌다. 나는 차마 냄새를 떨어내지 못하고 도리질한다. 그때마다 길게 누운 그림자가 내게 묻는다. 겨우살이 준비는 했어? 나는 우물쭈물 대답을 찾지 못한다. 발끝만 보며 아득바득 살아온 내게 겨울을 날 준비라니. 식량은커녕 땔감조차 옹색하다. 어쩌자고 이렇게 살았을까. 어디를 둘러 봐도 겨울들녘엔 내 그림자뿐이다. 생계형 글쟁이로 살았다고? 시답잖은 소리. 뿌리내린 나무 하나 없는 글쟁이에게 겨울바람을 견뎌낼 기둥은 없다. 그래서겠지. 겨울들녘을 가르는 바람소리가 귓속을 울린다. 삐이이이. 종일 울려대는 소리는 이제 그만 들녘을 떠나라는 경고음 같아 숨이 가쁘다. 뒷목이 뻣뻣해지면서 어지럽다. 뜨거운 열기가 경동맥을 타고 머리로 치솟는다. 눈앞이 흐릿해서 걷다가도 주저앉기 일쑤다. 두 달째 이 모양이다. 동네병원에서는 경추디스크라고 하였지만 대학병원의 판단은 달랐다. MRI 판독 결과 경추불안정증이 의심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오랜 검사 끝에 얻은 결론은 ‘해당
경기도가 ‘정비사업 표준 예산‧회계규정’을 마련해 고시했다. 앞으로 도내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이 규정에 맞춰 업무추진비나 경조사비를 지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도내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예산 부적정 사용 등에 따른 분쟁이 상당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는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흔히 복마전에 비유되는 정비사업의 잡음을 제거하기 위해 투명성을 높이는 지방정부의 노력은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경기도 내에서 현재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모두 169개로서 관계된 주민만도 24만2248세대에 이른다. 운영 전반의 불투명성에 기인하는 정비사업을 둘러싼 잡음과 혼란은 고질적인 병폐다. 정비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소위 기술자들이 전국의 사업장에 침투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위태로운 모험에 빠트리는 요인은 사업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가없는 욕심이다. 자금력을 앞세운 시공사(대형건설사)의 개발이익 창출 욕심(분양수익)과 조합의 시세차익 욕심(지가상승)이 서로 뒤엉키면서 정
십 년을 만난 연인이 신혼여행 갔다가, 대판 싸우고 돌아와서 파혼했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들려오는 이야기는 의문을 안긴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서로를 속속들이 다 안다 여겼던 그들은 왜 결혼까지 하고도 헤어졌을까?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면, 여행이 문제인 걸까? 여행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긴 시간 함께하는 일이다. 붙어 있는 시간이 긴 만큼 일상에서 인지하지 못했던 다름을 깨닫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 여행은 액티비티와 체험으로 꽉 찬 짜릿한 경험이고, 어떤 사람에게 여행은 보송보송한 호텔 침구에 몸을 파묻고 룸서비스를 주문해 하루 종일 방에서 나가지 않는 휴식이다. 여행에서 추구하는 목적이 다른 만큼 서로 사소한 일에서 부딪힐 일도 많아진다. 또 여행은 익숙함을 벗어난 새로움의 세계다.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짰어도 예상을 벗어난 일이 숱하게 발생한다. 서로에 대한 예의와 거리를 유지하던 세계를 벗어난 곳에서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난다. 사람은 본래 전부 다르다. 하지만 만남의 회수가 잦아지고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서로에게 일정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러니 서로를 잘 안다고 여겼던 관계일수록 여행 중 상대의 다른 모습
내년 4월이면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실시된다. 각 정당의 국회의원들은 이미 총선 준비 일환으로 지역구 다지기에 바쁘고, 여의도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은 비례 의원들도 적당한 지역구 찾아 뿌리 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정당은 정당대로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 준비 등 향후 두세 달 정도 외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지금의 국민의힘당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이란 위성 정당을 등장시켜 생겨난 혼란과 진행을 기억한다. 미래한국당이 모든 비례 국회의원을 쓸어갈 비상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 나서서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켜 그에 대응했던 과정도 있었다. 지난 총선 이후 그런 혼란과 난맥을 없앨 선거법 개정이 가장 필요했건만, 내년 22대 총선도 기존 선거법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 국정 운영, 미숙한 국제 외교, 한반도 전쟁 위기 조성 등을 지켜보며 사회 퇴행을 실감한다. 악명 높았던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여당 인물로 다시 등장하고, 반국가 세력이나 공산주의 등의 발언이 암시하는 새 공안정국의 현실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한편, 약속했던 선거법 개정을 포함해 사회개혁은커녕 정권마저 무력하게 넘겨준 민주당이, 국민과 당원들
경기신문은 16·17·18일자 1면 기획기사를 통해 “정신질환자가 적기에 치료받는다면 증세가 완화돼 충동적 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전했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에서 1명을 숨지게 하고 13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피의자 최원종은 정신적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15년부터 정신과에서 치료받기 시작했고 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바 있다. 2020년엔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최원종을 지속해 치료했더라면 이번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벌어진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인 조선도 반사회적 성격 장애, 이른바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았다.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20대도 지난해까지 조현병·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자 국민들 사이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를 넘어 혐오와 증오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정신질환자 문제를 다룬 한 신문의 기사 댓글에는 “위험한 정신질환자는 강제격리, 수용해야 한다. 선량한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심장! 폭력을 멈춰주세요’ 테니스 세계 랭킹 2위의 수퍼스타, 노박 조코비치의 지난 5월의 발언에 발칸반도가 들썩였다. 코소보는 즉각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조코비치의 징계를 요구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조코비치의 고향은 코소보다. 그런데 왜 코소보의 적국(?), 세르비아 편을 든 걸까? 이 의문은 코소보 문제의 핵심을 품고 있다. 코소보 분쟁의 해결이 난망한 이유는 세르비아와 코소보, 양국의 입장과 주장이 좀처럼 만나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나라의 속내를 가상 토크로 꾸며보았다. 코소보 : 한 마디로 우리 코소보의 주장은 ‘우리를 독립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오!1980년 대 말, 발칸반도를 장악하던 유고슬라비아에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몬테네그로,마 케도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이 모두 독립했는데 왜 우리만 독립국으로 인정 하지 않는 거요? 세르비아 – 코소보 땅은 우리 세르비아인들에게 유대인의 예루살렘같은 곳이요. 우린 6세기부터 이 땅에 세르비아 왕국을 건설했고 중세 세르비아 정교회의 첫 번째 교구도 이곳 에 만들었소. 그뿐 아니지. 오스만 터키와 싸울 때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역사의 현장도 이곳이오. 한마디로 우
1. 사냥꾼이 수풀을 헤치고 있다. 사슴을 찾는 중이다. 드디어 바위 모퉁이에서 사냥감이 나타났다. 어미 사슴이다. 방아쇠를 당기려는데 옆에 무언가가 보인다. 새끼 사슴이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총구를 거둔다. 어미와 새끼를 함께 쏘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한지 4년 만에 조민 씨를 기소했다. 하반신을 못 쓰는 상태로 3년 3개월째 실형 살고 있는 어머니와 재판 중인 아버지에 이어 딸까지 기소의 형틀에 묶은 것이다. 주범을 처벌하는 경우 가족은 함께 기소하지 않는 법적 관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태다. 유례가 없는 전 가족 처벌 시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나라를 말아먹은 압도적 범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 대한 기소를 포기했다. 조민 씨의 경우는 왜 다른가. 검찰이 제기한 입시서류 제출 관련 ‘업무방해’가 최순실이 저지른 국정농단과 천문학적 뇌물수수보다 더 크고 심각한 죄목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검찰의 사적 감정이 개입된 것이다. 부모자식 관계를 천륜이라 부르는 것은 그것이 모든 인간관계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