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의료 시스템이 압박을 받고 있다. 고령화 인구, 과부하된 응급실, 제한된 재정 자원, 의사 부족 문제 등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해결의 방안 중 하나로 원격 의료가 부상하고 있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 현재 이 나라의 1차 진료 10% 이상이 원격으로 진행된다. 원격 진료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도 프랑스 보다 2년이 앞선 2016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스웨덴은 원격 의료의 선구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선 94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스웨덴의 21개 지역이 일반적으로 관할하는 원격진료율과 보험금 지급 조건을 설정하는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이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서 전국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치 않았다. 민간의 협조가 필요 하였다. 마침 크리(KRY)가 원격 의료에 참여하게 되었다. 스웨덴 정부의 야심 찬 지원에 크리는 20명의 팀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였다. 2015년 스웨덴 일부 지역에서 원격 진료 시범 사업을 시작한 크리는 2016년까지 약 100만 건을 달성하였다. 당시 스웨덴은 유럽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의료 불모지로 전락하던 중이었다. GDP의 1
화면 가득 낯선 땅이 채워집니다.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땅입니다. 버려진 계곡과 능선과 봉우리가 그 땅 위로 누웠습니다. 저런 것도 산이랄 수 있을까요. 숲은커녕 변변한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습니다. 하늘을 덮은 먹구름 그늘 밑에서, 누렇게 드러누운 산이 기지개를 켭니다. 흙먼지를 거죽 삼아 모로 누운 산의 모양새는 살쾡이를 닮았습니다. 산의 거죽을 뚫고 삐져나온 바위가 서로 부대끼며 기둥처럼 섰습니다. 샘물은, 돌의 기둥과 기둥이 부딪치고 갈라선 틈에서 솟구칩니다. 쏟아지지 못하고 찔끔거리는 꼴이, 꼭 살쾡이가 지리는 오줌발 같습니다. 그래도 샘물이랍시고, 자갈 틈을 비집고 흘러 실개천을 이룹니다. 산길은, 실개천을 따라 흐릅니다. 오름이든 내림이든, 나란히 흘러간다는 점에서 산길과 실개천은 서로 닮았습니다. 사내가 산을 오릅니다. 덥수룩한 수염으로 나이를 가린 사내입니다. 삽을 쥐고 배낭을 등에 업은 사내가 실개천 따라 산을 오릅니다. 등에 업은 배낭 주둥아리로 밀려 나온 곡괭이 자루가 보입니다. 산을 오르던 사내가 살쾡이 같은 능선을 가리키며 읊조립니다. 사내가 읊조리는 말을 나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런 말을 아랍어(Arabic)라고 하던가요. 사내
이달 22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당권레이스가 시작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그리고 국민에 대한 사과는커녕 특검 조사마저 거부하고 있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치러지는 전당대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에도 큰 위기를 맞았지만 민심을 따라 쇄신 노력을 한 탓에 어렵게 기사회생 했고, 5년 만에 재집권까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반성도 없고 쇄신도 없다. 민심과 싸우려고 작정한 듯 난폭한 역주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에게는 이번 전당대회가 마지막 승부처다. 여당 시절 윤 전대통령이 저지른 내란에 대해서 진솔히 사과하고, 이른바 ‘찐윤’ 지도부가 만들었던 탄핵반대 당론도 폐기해서 민심을 따라 궤멸직전의 보수 정치를 살려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쇄신, 혁신이란 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윤어게인’ ‘전한길’ ‘찬탄VS반탄’ ‘신천지’ ‘극우유튜버’가 국민의 힘 전당대회를 삼켜버렸다. 당연히 민심은 더 싸늘해지고 있다. 지난 달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10%대로 떨어졌다. 7월 2주차 갤럽조사에서는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도 민주당에 밀렸다.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다이 하드’ 시리즈, ‘식스 센스’ 등 전세계 팬들로부터 사랑받은 20세기 할리우드 대표 액션 배우인 브루스 윌리스(70)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소식이다. 2022년 실어증 진단을 받으며 배우 활동을 중단했고, 다음해엔 전두측두엽 치매 판정까지 받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도 치매로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이 급증하고 있다. 고령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UN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나라를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 비율이 20% 이상)에 진입했다. 올해 7월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 명으로 비율은 20.3%나 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도 이에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국내 치매 환자 수는 약 124만 명(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이었다. 앞으로 2030년에는 178만 7000명, 2040년에 285만 1000명, 2050년에는 396만 700명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 자신의 이름과 추억도 잊고 아내나 자식 등 가족의 얼굴도 알아
얼마 전 비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하에 살고 있는 이웃들의 얼굴이 떠올라서다. 폭우가 지나간 후 연일 낮 기온이 최고치를 경신한다는 뉴스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고시원이나 옥탑방에 거주하는 분들의 안전이 염려된다. ‘지옥고(지하, 옥탑, 고시원의 줄임말)’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주거 현장을 둘러보면, “이런 집도 세를 받는구나” 싶을 만큼 열악한 곳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우리는 인간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를 ‘의식주’라 부른다. 먹는 것, 입는 것, 그리고 사는 곳은 단순히 존재만으로 그치지 않고,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그 품질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먹는 것과 사는 곳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만 놓고 보면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과연 우리 사회는 먹거리에 쏟는 관심만큼, 우리가 머무는 공간에도 같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식품은 국가나 공신력 있는 기관의 철저한 안전성 및 품질 인증을 거치고, 부당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지 않도록 권장소비자가격이 설정되기도 한다. 심지어 2000원 짜리 소스를 사도 부정·불량 식품을 신고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쓰여있다. 그런데 집은 어떨까.…
최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초지능 인공지능(AI)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손 회장은 미래산업 변화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갖고 있어 남보다 한발 앞서 미래 성장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세계적인 기업가로서의 명성을 얻고 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플랫폼이 미래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점을 일찍부터 깨달았다. 플랫폼 산업이 거대한 중국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을 예측하고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차량공유 기업 디디추싱에 투자하여 성공하였다. 일본에선 야후재팬을 설립하고 일본 인터넷 포털 시장을 주도했다. 손정의는 플랫폼이 세계적으로 성장산업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우버·그랩·올라 등 차량공유 플랫폼과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투자했다. 손 회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바라본다. 쿠팡의 부실한 재무제표 성적에도 불구하고 성장 추세를 보고 두 차례에 걸쳐 30억 달러를 투자하였으며, 결국 쿠팡은 뉴욕증시에 상장되었고 손정의는 큰 수익을 보았다. 손 회장의 투자가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 투자했던 공유오피스 업체 WeWork가 창업자 아담 노이만의 부도덕한 행위와 경영난으로 파산하여 큰 손해를 보았다. 일본에서 야후재팬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경기도 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증가한 반면 성별 임금 격차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고령화, 1인 가구, 한부모가정인 여성, 경제활동 비율은 모두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홀로 가계를 꾸려가야 하는 여성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으나 처우나 복지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한부모가정인 여성 등 경제활동 여성들에 대한 지원과 복지 환경 개선 방안이 중점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경기도일자리재단 ‘여성 일자리사업 혁신 방안 PART 1. 경기도 여성인구구조와 산업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65세 이상 여성은 2000년 7.3%에서 지난해 18.3%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소년 인구(0~14세)는 20.0%에서 11.5%로 크게 줄었다. 2020년 기준 도내 전체 가구 중 여성 가구는 약 176만 가구로 전체의 32%를 점했고, 이 중 1인 가구 비중은 44% 이상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3년 기준 도내 전체 한부모 가구 약 38만 5000가구 가운데 여성 한부모 가구는 약 28만 9000가구로 전체의 75.2%를 차지했다. 특히 여성과 미혼자녀로 구성된 모자가구는 약 24만 5000가구로 전체 한부모 가구의 6
지난 27일은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이었다. 72년 전 그 날, 이렇게 오랫동안 휴전과 분단이 이어질 줄 아무도 몰랐다. 미·소 냉전체제가 강력한 데다 남북한 분단체제와 적대관계도 그만큼 확고했다. 참전국 협상으로 분단을 해소하려던 1954년의 제네바 정치회담이 실패했고, 1970년대 이후 남북대화 시도도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1990년대초 냉전 종식의 와중에 독일 통일이 이루어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불안정한 분단 상태에 놓여있다. 남북간 적대행위와 군사충돌은 특히 DMZ 접경지역에서 위험성이 두드러진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하고 개전시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유사시 접경지역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실로 일상적이고 현실적이다. 지역 주민들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도발, 2014년 10월 연천군 중면의 고사총 낙탄 사건 때 크게 동요했고 대피소로 피산해야 했다. 당시엔 군의 포사격 훈련과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발송이 빌미였는데,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중단하면서 접경지역 긴장완화를 위한 노력이 한때 성공했다. 그 해 4월의 판문점선언과 9월의 평양공동선언, 그리고 9.19 남북 군사합의가 채택될 때 필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