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 /최기순 왕물결나방 칙칙한 날개에 화려한 물결무늬 누대에 걸쳐 유전된 몸의 파장 점열무늬 모든 무늬들이 기억하는 상흔 날카로운 무엇에 살을 베여 피 흘린 - 최기순 시집 ‘음표들의 집’ 나에게 새겨져 있는 무늬를 생각해본다. 왕물결나방의 날개에 있는 물결무늬처럼 나의 몸과 마음에도 무늬가 있을 것이다. 누가 내 마음에 새겨진 무늬를 본다면 그것을 화려한 물결무늬라고 부를까, 투박한 점열무늬라고 부를까, 아니면 무엇인가에 베여 피 흘린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험상궂은 상흔 자체로서의 무늬라고 부를까. 상흔과 상흔으로 이어지고 그어진 나의 무늬들이지만, 현재의 지인들과 후대의 아름다운 유전을 위하여, 잘 다독여지고 마무리되어 그저 꼴사납지는 않기를, 눈살 찌푸리게 하지는 않기를./김명철 시인…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시작된 여야의 냉각기가 좀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그 탓에 국회는 일손을 놓은 채 5월도 다 보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인영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함께 국회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됐던 게 사실이다. 나 원내대표가 ‘밥 잘 사주는 누나’가 되겠다고 하고 이 원내대표는 ‘경청’을 강조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까지 가세하여 세 명이 호프 타임을 가진 것이 신뢰의 단초를 마련할 것으로도 예상됐다. 그러나 서로 이견이 작지 않음을 새삼 확인했고 최근엔 한미정상 간 통화 내용을 주미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사건을 두고 대립이 격화되어 우려된다. 이럴 때일수록 거대 양당을 포함한 정치권에 요구되는 것은 국민과 민생을 중심에 두고 현안을 다루는 관점과 능력일 것이다. 최근 나타나는 여러 징후를 보면 더욱 그렇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부는 지난 2월 14일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경찰청에서는 올해 8월 공모계획을 확정하고 9월중 공모를 거쳐 10월에 시범시행 2개 시도를 선정할 계획이다. 자치경찰제는 경찰권의 민주적 분권과 주민밀착 치안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으로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지역경비 등 주민밀착형 민생치안활동을 담당한다. 정부 안에 따르면 시·도에는 자치경찰본부를, 시·군·구에는 자치경찰대를 신설, 국가경찰 사무와 인력 중 일부를 자치경찰로 이관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자치경찰제는 지방정부들의 숙원과제였으나 중앙권력의 반대로 입법화가 어려웠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다시 전면으로 나왔고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를 중심으로 학계·시민사회 등의 의견을 수렴한 ‘경찰법 전부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앞에서 밝힌 것처럼 지역특성에 맞는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관광·산업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안서비스가 제공되며,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시도지사 소속의 자치경찰제
우리 인간생활은 건강을 첫째로 보기 때문에 ‘안녕하십니까? 건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나 목숨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누구나 건강하기 위해 좋은 것을 먹고 병원을 드나들고 열심히 운동을 한다. 의사들은 최고의 건강 비결을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건강하다고 한다. 그렇지 못하면 병원을 찾아온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자고 싸는 것일까? 우선 잘 먹는 것이 중요하지만 잘 먹는다고 비싸고 보기 좋고 먹기 좋고 맛있는 것이 좋은 식품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 옛말에 입에 쓴 것은 약이 된다고 했다. 달콤한 맛을 내는 음식은 모든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말이겠다. 요즘 흰쌀, 소금, 설탕, 조미료 등 흰 색깔은 밥상에서 없애라고 충고한다. 그것들이 우리 몸속에서 당뇨병, 동맥경화, 고혈압 등 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자연친화적이므로 비자연적인 요소가 개입되면 질병이 되기 쉽다. 특히, 우리가 날마다 먹고 있는 식품 가운데 화학물질에 오염된 식품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우선 우리 식탁을 보면 알 수 있다. 배추,…
이 일화에는 아직 학교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와 그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방문교사가 등장한다. “다음 그림에서 모자를 쓴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 물음 아래 책을 읽는 사람, 모자를 쓴 사람, 낚시질을 하는 사람 그림이 나란히 제시돼 있다. 문제를 읽은 아이가 손가락으로 모자를 쓴 사람을 짚어주면 된다. “이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 아이는 일단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반문했다. “내가 어떻게 모자 쓴 사람 이름을 알겠어요?” 이번엔 방문교사가 난감했다. 그 대답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옳은 답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그건 학교에 들어가면 응당 모자 쓴 사람을 고르는 것(출제 의도대로 골라주는 것)이 정규교육이 요구하는 보편적 능력(요즘 식으로 하면 ‘기초역량’쯤?)이기 때문이다. 방문교사가 난감해한 것은 이런 경우 우리의 학교교육이 엉뚱한 혹은 의외의 답을 예상하거나 기꺼이 수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은 우선 아이의 반문(反問)을 장려하거나 응답자에 따라 각기 다른 답을 염두에 두는 번잡한 교육을 하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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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문들을 열고 닫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방문을 열고 화장실 문을 열고 현관문을 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방문을 열고 가족들과 하루가 시작되고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서 세상과의 소통이 시작된다. 몸살 기운이 있어 병원에 갔다. 회전문에 들어서면서 잠시 긴장이 된다. 둥근 원 안으로 들어섰는데 회전하던 문이 멈추면서 순간 당황했고 뒤에 있던 사람이 문을 밀자 회전문은 돌기 시작했다. 아마 혼자였다면 어찌할 줄 몰라 했을 것이다. 별 것도 아닌데 익숙하지 않은 것은 두려움을 갖게 된다. 우리는 많은 문을 접하고 산다. 어릴 때는 마당 넓은 집의 사립문을 열었고 청소년기에는 자물쇠를 채우는 문을 사용했으며 지금은 번호나 지문인식 혹은 카드를 대면 열리는 디지털 도어 록을 많이 사용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문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며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의 생활이 급격히 늘면서 공동현관 문도 거주자의 도움이 없이는 출입이 곤란하다. 잡상인이나 입주민의 안전한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기도 하지만 우리네 삶이 그만큼 팍팍해졌음이기도 하다. 우리 자랄 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대문 먼저 열어젖히고 마당과 골목을 쓸면서…
경기도지사가 국무회의에 배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역대 도지사들도 한목소리로 국무회의 배석을 요청했지만 허공 속 메아리였다. 이제야 오랜 숙원이 풀어졌다. 비록 경기지역 관련 사안을 논의할 경우에만 참석할 수 있다는 단서지만 그 의미는 자못 크다. 인구 1천350만 명의 경기도가 980만 명의 서울시를 제치고 최대광역단체로 등극했다. 뒤늦었지만 당연한 수순(手順)이다. 이번 청와대 결정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포용의 리더십’이란 말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임 후 꾸준히 국무회의 배석대상에 경기도지사를 명시해달라고 국무회의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법적으로 딱 부러지게 명시된 건 아니지만 서울시장은 장관급, 경기도지사는 차관급으로 분류된다. 그간 국무회의에 서울시장만 유일하게 배석할 수 있던 것도 이런 이유일 듯하다.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정책심의기관이다.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등 15~30명이 참석한다. 그간 지자체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자, 11년 전에 국무회의 규정을 개정해 서울시장만 배석해왔다. 대통령인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참석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있었지만 그동
느낌 /여림 이렇게 바람이 심한 날이면 느낄 수 있어 사랑은 저리도 절절이 몸을 흔드는 나무와 같다는 걸 그 나무 작은 둥지에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새와 같다는 걸 그런 풍경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우리 두 마음이라는 걸. - 여림, ‘안개 속으로 새들이 걸어간다’ 중에서 이러한 사랑의 순정성. 바람 부는 날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저것이 ‘사랑’이야. 사랑일꺼야. 느낄 수 있는 감각의 나이는 몇 살쯤일까. ‘작은 둥지에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새’의 돌봄에 주목하는 사랑의 층위. 여림은 주로 홀로였을까. 그는 ‘함께’ 견뎌내는 마음을 사랑의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러나 주체는 “그리운 사람”을 멀리에 두고 농밀한 감정을 견디는 존재이다. 먼 곳에서 조금씩만 미워하자는데(‘손가락들이 봉숭아보다 더 붉어서 아프다’) 여림의 시 세계 속에서 사랑은 결국 고통으로 묶인다. 어떤 질문은 타자를 향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향할 때 더욱 비극적이다. 왜 하필 너일까. 설명할 수 없는 데에서 오는 멈출 수 없는 고통. 마침내 그는 “…
전국 기초자치단체들이 현금복지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그리고 늦은 감은 있지만 더 나은 복지정책 성안에 기여할 수 있다면 환영할만 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염태영 수원시장이 준비위원장을,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간사를 맡은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산하 기구로 6월 출범할 예정이다. 특위는 중앙-지방정부 간 복지 역할 분담 합의, 지방정부 자체 현금복지 성과 분석과 정책조정 권고안 도출,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공동 국가복지대타협 이행에 관한 대원칙을 2022년 지방선거 전까지 만들 모양이다. 특위는 전국 기초지자체가 시행 중이거나 계획한 현금복지 정책을 조사하여 효과 있는 정책은 전국적으로 시행할 보편복지로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효과 없는 정책은 일몰제로 적용하여 폐기하기로 했다고도 한다. 지방정부의 선심성 현금복지 과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선, 삼선을 노리는 지자체장을 정점으로 하는 지방정부들은 앞다퉈 현금복지 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했다. 그러나 현금복지는 소득재분배 효과를 가지는데, 지자체마다 복지 공급의 정도가 천차만별이라면 그것이 과연 정의로운 것이냐는 물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