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객과 사찰 사이에서 수십 년째 마찰을 빚던 지리산국립공원 천은사 통행료가 마침내 폐지된다. 천은사를 관람하지 않고 그냥 노고단만 방문하려는 많은 이들에게도 사찰 측이 꼬박꼬박 1인당 1천600원씩 징수하면서 ‘산적 통행료’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터라 폐지 소식이 무척 반갑다. 천은사는 32년 전인 1987년부터 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국립공원 입장료와 함께 관람료(통행료)를 받았고,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뒤에도 계속 받았다. 매표소가 있는 지방도 861호선은 지리산 노고단을 가려면 꼭 지나야 하는 도로인데, 천은사에 가볼 생각이 없는 탐방객에게까지 통행료를 내라 하니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민원이 계속 제기됐고, 소송까지 이어졌다. 관련 소송에서도 모두 등반객 측이 승소했다. 참여연대가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대법원은 2002년 당시 관람료 1천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고, 2013년에도 탐방객 74명이 낸 통행 방해 금지와 문화재 관람료 반환 및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도 탐방객 측이 이겼다. 하지만 이런 판결 효력이 당사자한테만 적용돼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물론 천은사 측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노고단으로 통하는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중략)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에 나오는 ‘문화강국론’의 일부다. 세계 속에 강한 존재로서 자리하기 위해서는 그 기저엔 문화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이 짧은 시간의 궤적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고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었던 원동력 또한 결국은 영화, 애니메이션, K-POP 등의 한류소프트파워가 그 선봉에서 문화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국가경쟁력이 자본과 인력의 집약인 굴뚝산업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닌 감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콘텐츠산업시대에 돌입했다는 사실의 반증이며 귀결인 것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미술, 음악, 연극, 사진, 무용, 국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초예술 분야의 과거를 포함한 현재적 관점은 이와는 대조적이며 불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과거와 현재의 반영인 미래적 가치와 비전 또한 매마찬가지다. 사고의 전환을 통한 창의적이자 창조적인 문화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음에도 불…
어쩔까. 낭창거리는 저 봄의 허리. 매화 향이 지자 목련이 북으로 고개를 돌려 한 장 한 장 꽃잎을 열어젖힌다. 봄을 앓는 벚나무, 몸이 달아 화르르 열꽃을 피운다. 솜을 얹은 듯 촘촘히 매달린 꽃무리. 하늘거리는 연분홍. 그 몽환적인 가지라니. 한 번에 피고 한 번에 지는 벚꽃. 모든 송이가 하나의 운명 공동체다. 사는 것도 같이, 죽는 것도 같이 하자고 약속을 한 것 같다. ‘피어라’ 혹은 ‘떨어져라’ 하고 누군가 명령을 한 것도 같다. 한꺼번에 피었다가 미련 없이 잎자루를 놓는 것을 보면. 꽃잎을 여는 것은 힘들어도 지는 것은 잠깐이다. 마음을 열기는 어려워도 돌아서는 것은 순간인 것처럼. 꽃이 진다는 것은 세상이 흔들리는 일이다. 동백의 낙화가 가슴을 무참하게 만드는 것은 피보다 붉은 꽃잎이 시들지도 않은 채 떨어진다는 데 있다. 상대는 이미 변심했는데 동백의 사랑은 여전히 붉다. 생으로 목을 꺾은 절개가 땅으로 떨어진다. 아리다. 목련의 낙화는 처참하다. 하나둘 천천히 피었다가 먼저 핀 차례로 꽃잎을 떨어뜨린다. 화려할수록 생은 짧아서 요절한 미인처럼 애달프다. 땅에 떨어진 꽃잎이 갈색으로, 검은색으로 변…
어느 분야나 ‘가설’이 있다. 과·의학에선 경험적인 검증의 과정을 거쳐 참과 거짓의 여부를 가리는 것을 의미해 널리 쓰인다. 이처럼 확인된 가설을 법칙 또는 이론이라고 한다. “아이를 너무 깨끗하게 키우면 알레르기성 질환에 약해진다”고 하는 위생가설도 그중 하나다. 실제 선진국 어린이의 아토피성 피부염 유병률(20%)은 저개발국 어린이(2%)의 10배고, 형제가 많아 방과 물건을 함께 쓰며 자란 아이들이 아토피나 천식에 덜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면역력은 어린 시절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자연스레 강화되는데 그렇지 못한 결과란 얘기다. 누구나 위생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위생에 너무 철저하다 보면 오히려 병에 취약해 질 수도 있다고 한다. 요즘 대표적인 후진국 병인 A형 간염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형 간염 환자 수는 2002년만 해도 224명에 불과했으나 올 1월부터 어제(28일)까지 신고된 A형 간염 환자는 총 3천597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천67명)과 비교하면 2.4배에 이른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생한 전체 A
성실신고 확인제도란, 수입금액이 일정금액 이상인 개인사업자와 소규모 부동산임대업 법인 등에 대해 장부기장의 정확성여부와 증빙서류의 적정한 수취 및 보관 여부를 외부 세무사 등에게 확인받아 제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종합소득세와 법인세의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개인사업자는 2011년 소득에 대한 신고분부터, 법인사업자는 2018년 이후 개시하는사업연도 신고분부터 시행됐다. 성실신고 확인대상자는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의 기준이 다르며,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업종 각호별 [제1호] 농·임업 및 어업, 광업, 도·소매업(상품중개업 제외), 부동산매매업, 부동산개발 및 공급업, 아래 2,3호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 [제2호] 제조업, 음식 및 숙박업,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사업, 하수·폐기물처리·원료재생 및 환경복원업, 건설업, 운수업,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 금융 및 보험업, 상품중개업 [제3호] 부동산임대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보건업 및…
링컨은 혹독한 시련과 고난을 통해 자신의 마음근육을 단련시켰다. 그래서 역경과 불행, 실패를 겪은 후 그는 더 강한 링컨이 됐다. 실패가 거듭될수록 그는 더 강해져 갔다. 역경 속에서 마음근육을 단련했기 때문이다. 마음근육이란 무엇인가. 다양한 고난, 시련, 실패, 불행을 오히려 발전의 계기로 삼는 회복력, 탄력,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복원력을 말한다. 밑바닥으로 떨어져도 되튀어 오르는 힘이 마음의 근력이고, 마음근육은 역경과 시련 속에서 더욱 단련된다. 몇 년 전 나는 아들이 거실에 설치해 놓은 철봉을 잡고 턱걸이를 시도했으나 단 한 번을 할 수 없었다. 군대에서 팔굽혀펴기 기합이 내게는 기합이 아닐 정도로 나는 팔굽혀펴기를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턱걸이를 하나도 못하다니. 턱걸이와 팔굽혀펴기는 쓰는 근육이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함께 주문한 고무 밴드가 철봉에 장착됐다. 밴드를 발에 걸고 하면 턱걸이가 훨씬 쉬워진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나중에는 밴드 없이도 턱걸이를 할 수 있게 된다. 밴드를 이용한 턱걸이로 안 쓰던 근육이 차츰 단련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밴드 없이 턱걸이를 여러 번 할 수 있게 됐다. 마음 혹은 멘탈도 마찬가지다. 몸 근육…
푸시 /하린 나 오늘밤 절벽에게 고백할래 사람은 새가 될 수 없지만 새를 품을 순 있다고 말할래 새를 꺼내는 그 순간, 1초 동안의 긴 고백 어둠이 왜 이렇게 투명한 건지 윤곽을 가진 것들이 온전히 자신을 다 드러내 놓기 좋은 시절이라고 속울음까지 들킬 것 같아 불편이나 불안의 차이를 알 필요 없을 것 같아 노크를 하듯 툭, 머리로 지구를 한 번 두드려 볼래 손을 쓰지 않은 채 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미리 써 놓은 유서를 방치해 둔 채 절벽 아래 스프링은 없지만 몸 안에서 잔뜩 부풀길 좋아하는 관념어들을 위해, 폴짝 뛰어 볼래 물론 고백은 자정이 적당하겠지만 자정이 지나도 계속해서 어둠 다음에 어둠이겠지만 한 번의 고백으로 절벽 없는 날이 완성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온전히 선명해지려는 태도를 참을 수 없으니 나 오늘 밤 절벽에게 반드시 고백할래 어중간한 태도와 가면을 전부 벗어던지고 불편한 프랑켄슈타인을 끝장내 볼래, 진짜로 폴짝 - 하린 시집 ‘1초 동안의 긴 고백’ / 2019 푸시(push)는 ‘밀다’, ‘밀고 나가다’라는 뜻이다. 이 시를 읽으면 어떤 절박한 상황이 떠오른다. 절벽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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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걷기의 시너지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예부터 지식인들의 ‘걷기 예찬론’이 수없이 전해져 온다. 루소는 고백론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고 말했고 철학자 니체는 “모든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고 했다. 다비드 르 브르통도 걷기를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의 초대”라고 표현했는가 하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걷기에 필요한 여가와 자유와 독립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걷는 자가 되려면 신의 은총이 필요하고 하늘의 섭리가 필요하다”는 채근담도 있다. 걷다 보면 마음이 맑아지고 생각도 깊어지지만 건강 또한 지켜진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배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약보다는 식보(食補)요, 식보 보다는 행보(行補)‘란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와사보생(臥死步生), 즉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각종 ‘길’이 속속 등장하고 백세시대 걷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요즘 오히려 걷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1주일에 30분씩 5일 이상 걷기를 실천한 비율이 2008년 50.6%에서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엔 40.8%까지 떨어졌다고 해서 안
반야계 여러 경전의 정수를 뽑아 반야경전의 중심 사상을 270자로 함축했으며 수백 년에 걸쳐서 편찬되고 반야사상의 핵심을 담은 경전이 ‘반야심경’이다. 완전한 명칭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으로 ‘지혜의 빛에 의해서 열반의 완성된 경지에 이르는 마음의 경전’으로 풀이한다. 한역본으로는 현장의 것이 가장 많이 읽히고 그의 번역에 의한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은 널리 알려진 구절이다. 현상은 무수한 원인과 조건에 의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이며 변하지 않는 실체란 있을 수 없고, 또 변화하기 때문에 현상으로 나타나며, 중생은 그것을 존재로써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인의 주석서로는 신라시대 원측의 ‘반야심경소(般若心經疏)’ 1권과 ‘반야바라밀다심경찬(般若波羅蜜多心經贊)’ 1권, 원효(元曉)의 ‘반야심경소’ 1권, 태현(太賢)의 ‘반야심경고적기(般若心經古迹記)’ 1권과 ‘반야심경주(般若心經註)’ 2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현존본은 원측의 ‘반야심경소’ 1권 뿐이며, 원효의 소는 최근에 복원됐다. 경에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말은 곧 유형‘색(色)’이 무형‘공(空)’이고 무형이 곧 유형이라는 말이기도 하며 물이 기화해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