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야영은 오래간만이었다. 중학교 때 반장, 부반장들을 대상으로 야영을 떠났던 게 마지막이니 까마득한 옛날이다. 가서 뭘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얼기설기 설치된 그물을 타고, 산 타고, 높은 곳에 있는 평행봉을 걷기도 하고, 뭘 자꾸 탔었던 잔상들만 남아있다. 평행봉에서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리던 장면처럼 고소공포증과 관련된 기억들만 남아있는 걸 보니 야영 자체가 썩 재밌진 않았던 것 같다. 이후에는 야영을 간 적이 없다. 야영은 다른 숙박형 활동보다 안전사고 확률이 높고, 1일형 체험학습들도 없어지는 상황이라, 직접 밥을 해 먹고 잠자리도 불편한 야영이 살아남을 리 만무했다. 중, 고등학교면 모를까 주변에 야영하러 갔다는 초등학교를 찾는 게 흔치는 않았다.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학교라 다양한 활동을 하는 와중에 숙박형 야영이 들어왔다. 부모님과 놀러 다닐 때 주로 호텔과 펜션을 다니는 어린이들이 경험하기에 야영장은 너무 힘든 환경일 것 같았다. 산 주변이라 벌레가 많고, 샤워장과 화장실이 불편하고, 다닥다닥 붙어서 단체로 잠을 자야 한다. 수학여행 다녀와서도 숙소와 교통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세대인데 애초에 고생이 목적인 야영
지난 24일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에 위치한 이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김동연 경기도 지사와 정명근 화성시장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머물면서 노동자 수색, 현장 수습, 피해 지원 등을 일일이 독려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저녁 현장을 찾아 화재 수습 상황을 보고받고 소방청장에게 화재의 원인을 철저하게 정밀 감식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도 고용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 행안부·소방청·환경부 등 관계기관과 노동자 수색, 현장 수습, 피해 지원 등을 총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화성시도 즉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리고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희생자의 장례부터 발인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화성시대책본부는 현재 유가족 지원시설 5곳과 상담실 1곳 등 6곳의 쉼터를 마련, 심리 상담과 법률 상담 등을 진행 중이다. 관내 장례식장과 협의해 장례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화재로 인한 2차 환경 피해를 막기 위해 재난 현장 환경 정비도 실시했다. 앞으로도 대기질과 수질을 지속해서 측정할 예정이다.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들의 깊은 슬픔과 고
X세대 이상의 기성세대에게 흔히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참 당돌하고, 예의가 없다고 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젊은 세대에게 기성세대에 대해 질문하면 소통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기원전 1700년경 만들어진 수메르 점토판에도 이집트 피라미드 내벽에도 적혀있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젊은이들은 버릇없다는 말을 남겼다고 하니, 세대 간 갈등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빚어지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커리어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2천236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세대 차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9%가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이 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인 M세대와 Z세대 역시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하니 세대 간 자연스러운 소통문화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MZ세대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세대로, 아날로그가 기본이었던 기성세대와는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개성과 삶의 형식이라도 삶의 흐름과 경험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젊은 세대를 상담하면서 느낀 바로는 삶을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는 X세대인 내가 그 나이에 겪었던 상황과 그리
북한이 다시 국제사회의 관심을 한반도로 돌리고 있다. 6월 19일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였다. 다음날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조약 전문 4조에는 1961년 7월 소련과 맺은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에 준하는 자동 군사 지원 내용이 포함되었다.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는 경우 지체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2000년 2월 체결한 친선·협력 조약에서 수준이 ‘퀀텀 점프’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푸틴이 조약 전문의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 점쳤던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해온 북한은 지난해 9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정점으로 하여, 푸틴의 이번 답방을 통해 두둑한 보상을 받은 셈이다. 국제사회의 군사적, 경제적 대북제재의 수정을 주장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의 조약이었다. 물론 양국 형편상 파격적인 수준의 경제협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군사 행위에 대한 담보는 조약에 불과할지 모른다. 불과 4년전 러시아판 나토(NATO) 즉, 구소련국 군사안보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CIS 6개국)의 가입
8·18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 전폭적 지지로 171석 거대야당이 된 지 불과 두 달만이다. 민주당의 중진 정치인들은 물론 친명계 내부에서조차 위기의식이 표출되고 있다. 여의도 정가의 많은 사람들은 민주당이 현재 ‘경계’에 서 있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의 핵심은 당내 민주주의 위축과 다양성의 실종에 있다. 민주당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무위원회 권한을 위임받아 전국당원대회준비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은 당내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또대명’(또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이제는 ‘당대명’(당연히 대표는 이재명)으로 고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압승 후 친명계는 ‘이재명 연임론’을 공론화 했다. 이어 대선 1년 전 사퇴하게 되어 있는 당헌·당규를 속전속결로 개정했다.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 규정을 둔 것이다. ‘이재명 맞춤형’ 당헌·당규 개정이라는 여론의 비판이 있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려면 거대 야당을 이끌어갈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 대표…
내가 몸 담고 있는 화성시에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화성시의 서쪽에 위치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2명이 생을 달리했다. 먼저, 고인들과 유가족에게 절절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20명에 달하는 대다수의 희생자가 외국국적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가족과 고향을 떠나 돈을 벌기 위해 이주를 감행한 이주노동자는 당장 죽음을 애도 할 가족도 곁에 없다. 우리 사회의 이주노동자 관련 이슈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수 십년 동안 한국사회의 주변부 이슈로 상존해 있었다. 이주노동자는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 할 수 없는’ 그런 존재이다. 정부에서는 이민청을 설립하여 체계적인 이주민 정책을 추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나 단기 미숙련 이주노동자에 대한 미래지향적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주지하듯이, 우리사회는 이미 인구절벽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출산율은 오르지 않고 국민의 평균연령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 살아서 생산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부정 할 수 없다. 혹자는 이주민들이 한국인과의 임금경쟁을 통해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한다. 또는 아무런
태백 장성광업소가 오는 7월 1일부로 폐광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장성광업소는 일제 강점기인 1936년부터 가동된 우리나라 최대 탄광이다. 개광 이래 87년간 석탄 9천400만 톤을 생산하며 서민들의 연료인 연탄 수급을 안정적으로 이루어왔다. 약 5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대부분 가정의 난방 연료는 연탄이었다. 연탄을 때워 아랫목 구들장이 뜨뜻해지면 깔아놓은 이불을 나눠 덮고 그렇게 한겨울을 보냈다. 아직 연탄을 때는 가구들이 꽤 있지만 머지않아 연탄을 비롯한 석탄 사용량은 현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며, 환경오염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탈석탄 정책으로 2036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총 59기 중 절반가량을 줄일 것이라고 한다. 태백시는 폐광으로 인한 대량 실업과 경기 침체에 미리 대비해왔다. 장성광업소 부지에 청정 수소 생산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사업계획을 수립,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다. 그리하여 지난 해 3월 16일에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심의위원회와 4월 11일 개최된 국무총리 주재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차례로 통과하여 태백시는 최종 ‘청정수소 규제자유특구
우리나라에 장마가 시작됐다. 최근 기상청이 공개한 지난해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는 오랜 가뭄 뒤에 폭우가 쏟아지거나 극심한 기온 변동 등 기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심각한 것은 기후위기가 가속화하고 있어 이런 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양극화된 기후’로 인해 남부지방에 기상관측 이후 가장 길었던 가뭄이 계속됐고 해소되자마자 66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장마철 역대 1위 강수량이었다. 이로 인해 53명의 인명 피해와 8071억 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극한 기후현상으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장마철이 되면 주거 취약계층이 사는 지역이나 반지하 주택에서는 재해 사고와 반복되는 상습 침수 우려 때문에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특히 반지하 주택은 집중호우, 화재 등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채광, 환기, 습기, 곰팡이, 하수 역류, 사생활 침해 등 주거환경도 열악하다. 그럼에도 반지하에 살 수밖에 없는 것은 저렴한 방값 때문이다. 반지하는 인구급증 시기에 대량의 주택공급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일시적 건축기준 완화로 양산된 비정상적인 시설이다. 원래는 거주 공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비상 대피용 목적의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첫경험의 순간들이 있다. 한의사를 업으로 택한 숙명인지 나는 어려워보이는 병들이 좋아지는걸 목격할 때 온몸의 전율이 흐른다. 특히 꼬꼬마한의사시절에 잘 안낫는 질환의 환자들이 놀라웁게 호전되는 광경을 목격한 순간들의 경이감들은 그 이후의 수많은 치료경험이 쌓여도 퇴색되지 않고 생생하다. 한 파킨슨 병 환자의 경우도 그렇다. 한방병원의 내과전문의과정 2년차 레지턴트였던 때 입원병동에 파킨슨 병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한 환자분이 중풍으로 입원하였다. 70대중반의 뇌경색환자였다. 침대에서 절대안정을 취해야 하는 급성기가 지나가고 회복과 재활훈련이 시작되자 종종걸음, 느린동작, 지팡이를 잡는 손의 떨림 뻣뻣한 일상동작까지 파킨슨 병의 증상이 또렷이 보였다. 그녀는 변비가 심했다. 중풍자체로도 오는 증상이지만 발병전에도 무척 배변이 힘들어서 다양한 변비약을 처방받아서 복용했다고 하였다. 그녀는 일제강점기와 6. 25 한국사회의 고도성장기에 여성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온 삶의 궤적 속에서 화병도 같이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게 낯선, 그저 참고 인내한 세월이었다. 변비와 우울, REM수면행동장애, 후각소실 기립성 저혈압
드라마 '전원일기'는 1980년 10월 21일에 시작하여 2002년 12월 29일까지, 22년이 넘게 방송된 국내 최장수 주간 드라마이다. 나이 든 세대에게 드라마 '전원일기'는 너무도 친숙하다. 젊었던 시절 자신의 시대를 향한 향수를 담고 있는 고향 같은 드라마이기도 하다. 김포 양촌리라는 농촌 마을을 드라마의 공간으로 삼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던 시대 배경을 맥락으로 거느리며, 농촌의 일상사를 다룬 드라마이다. 그 일상사에서 묻어나는 마을 사람들의 인정을 인간적 시선으로 다가가,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드라마이다. 그런데, 드라마 '전원일기'가 방송을 중단해야 할 위기는 진작에 찾아왔었다. 20년 넘게 그저 빤하기만 한 농촌 마을, 그것도 몇 가구의 이야기로만 계속 드라마를 이어가기로는 궁색한 구석이 많았다. 말하자면 소재 고갈에 직면한 것이다. 그런 문제가 제기되자 이 드라마의 주역 주연인 배우 김혜자 씨가 획기적 제안을 했다. 그것은 이 드라마에서 자신을 죽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김혜자 씨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인 김 회장(최불암 역)의 부인으로서, 드라마상의 역할 비중이 크다. 그녀는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그녀가 드라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