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7.8℃
  • 구름많음강릉 35.1℃
  • 흐림서울 28.9℃
  • 구름조금대전 30.8℃
  • 구름많음대구 30.9℃
  • 맑음울산 33.1℃
  • 구름조금광주 30.3℃
  • 구름조금부산 30.5℃
  • 구름조금고창 31.3℃
  • 맑음제주 32.3℃
  • 구름많음강화 28.7℃
  • 구름많음보은 30.1℃
  • 구름많음금산 31.6℃
  • 구름많음강진군 30.9℃
  • 맑음경주시 34.2℃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54년만에 주어진 투표권 꼭 행사하겠다"

"54년만에 주어진 소중한 한 표를 꼭 행사하겠습니다."
5.31 지방선거에서 50대의 나이에 첫 투표권을 행사하는 중국계 류위쥔(54)씨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의미는 남다르다.
'투표권'은 한국에서 태어나 세 자녀를 키웠으면서도 '화교'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국민 취급을 받지 못했던(?) 그의 지난 세월을 보상하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도청 앞에서 중국음식점 만빈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50여년간 한국 생활을 하면서 겪은 서러움은 이로 말할 수 없다.
뒷자리가 '6'으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 때문에 민원서류 한 장 떼는 것도 쉽지 않았고, 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이 주민등록번호를 인식하지 못해 가입도 원활치 못한 현실이다.
2003년 음식점을 수리하기 위해 대출을 신청했을 때도 보통의 경우 15일이면 족했지만 그는 2개월을 매달려야 했다.
언젠가 손자가 병원에 갔을 때는 간호사가 국민건강보험 처리를 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그에게는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그에게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아 '방관자'에 머물렀다.
그런 그에게 지난 27일 비로소 선거공보가 배달됐다. 2002년 영주권을 받은 지 3년만이다.
내국인은 물론 영주 체류자격을 취득한 후 3년이 경과한 19세이상 외국인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지도록 공직선거법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류씨는 선거공보를 받아들고 그간 받아왔던 차별 생각에 새삼 울컥함을 느꼈다. 이번에 입학하는 손자는 한국인으로 살아가라며 화교 학교가 아닌 수원 매산초등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아 있다.
여전히 출입국관리소에서는 중국 조선족과 한국에서 나고 자란 화교를 같은 주민등록번호로 묶어 처리하기 때문이다.
"화교가 한국에 온 지도 100년이 넘었습니다. 이제 한국사람으로 보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7남매 중 5남매가 차별을 피해 이민을 가는 안타까운 세월이었다.
한편으로는 빼앗긴 인권을 찾은 듯한 기쁨으로 흥분돼 있다.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투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그의 세 자녀와 사위, 며느리에게도 첫 투표권이 주어졌다. 그는 지금까지 선거에 무관심했던 것과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공약을 유심히 들어보고 투표할 생각이다.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 경제를 살릴 참신한 사람을 뽑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는 투표권이 주어진 것을 계기로 화교 3,4세는 한국사람처럼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까지 권리를 누리지 못했던 만큼 그에게 투표권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그는 내국인에게 투표를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국민의 한 표가 미래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