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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실험·연구 진화된 작품의 원천

이주의 문화인 안봉균 화가

 

안봉균(40) 화가의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금어리 작업실에 들어서면 빈 화판이 즐비하다. 화가가 공들여 만들고 있는 화판은 다른 작가들이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안 화가만의 화면이다.

삼나무로 직접 그림틀을 만들어 캔버스용 천을 뒤집어 붙인다. 그 위에 흰색반죽인 모델링 컴파운드(modelling compound)를 얇게 바르고 보름에서 한 달간 말린다. 늘어진 천을 당겨 팽팽하게 하고 다시 컴파운드 바르기를 4번 반복해야 비로소 안 작가가 원하는 화판이 된다.

“시간과 돈을 약간 들이면 완벽한 밑작업을 할 수 있죠. 온도변화와 수분에도 변함없이 오래 갈 수 있는 그림밑바탕이 되는 거예요. 수 년 동안의 시도와 실험으로 지금의 화면을 완성했어요.”

안 화가의 끊임없는 실험과 연구는 작품에서도 계속된다. 마치 생명체처럼 ‘진화’한다.

작품의 주제는 ‘현대고증(Research on Contempoary)’, 먼 훗날 화석이 된 현대문명을 발굴·고증하는 것이다.

1999년 첫 개인전에서의 ‘발굴대상’은 컴퓨터였다. 조각난 컴퓨터 모니터와 자판, 회로는 화석이 된다. 그 위 에는 발굴현장을 표시하는 격자줄과 나침반, 망치가 놓여 있다.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문명의 이기도 나중에 화석이 되겠죠. 후세 사람들이 그걸 발굴하는 모습을 그렸어요. 이 세상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공간이죠.”

지난 해까지 6번의 개인전을 치르며 문명의 이기는 문자로, 발굴도구는 살아있는 듯한 개구리와 나비, 생선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표현할 때 너무 사실적으로 보여주면 거부감이 들어요. 그래서 직접적 표현을 은유적으로 바꿨어요. 문자는 문명의 메타포(metaphor, 은유)죠.” 작품기법도 발전했다. 발굴현장을 표시하는 격자줄은 점점 얇아지고 한지에 쇳가루를 넣어 만든 색감은 오래된 느낌이 더하다. 하지만 화판을 손수 만들고 그 위에 1mm정도 높이의 글자를 만드는 작업은 시간과 노력의 산물이다.

“요즘 학생들은 힘이 들지 않는 쉬운 작품만 하려고 해요. 모든 것이 디지털인 시대에 저는 아주 아날로그한 작업을 원하죠. 작업량은 많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싶어요.“

안 화가의 연구와 실험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밋밋한 바탕색을 울긋불긋한 강한 색으로 바꾸고 싶어요. 또 화면의 정면 뿐만 아니라 옆면에도 글자를 넣으려고 해요. 기법이 계속 진화하기에 지금은 한글만 쓰지만 한자, 영어 등 다양한 문자를 쓸 꺼예요.“

남들의 간섭에도 아랑곳 없이 자신의 예술성을 지켜나가는 안 화가의 웃는 모습은 굳은 의지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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