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구치소에서는 사회 통념상 상상하기 힘든 행사가 열렸다.
‘희망이 있는 문학과의 데이트’
얼핏 제목만으론 어느 예술단체가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개최하는 문화행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수용자들의 독후감 발표회로 고정관념을 확 뒤집는 뜻 깊은 자리였다.
과천문인협회와 연예 예술인협회도 거듭 태어나려는 수용자들에게 시낭송과 가수공연으로 화답했다.
서울구치소가 지난 2월 김태희(56) 소장 취임 이후 예전 모습을 탈피하고 변화를 시도하려는 진동이 감지되고 있다.
사회와의 단순 격리만으론 교화가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 문화 프로그램을 도입, 정신적인 교화에 나선 것이다.
이른바 M.W.P.(fine classical music, wonderful writing, wonderful painting)운동.
좋은 음악, 아름다운 글,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아름다운 심성을 갖게 한다는 게 이 운동의 취지다.
‘희망이 있는 문학과의 테이트’는 M.W.P의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이날 독후감 발표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정모 수감자는 달라이 라마가 쓴 ‘용서’란 책을 통해 “한때는 미움과 분노로 숨쉬는 것조차 버거움을 느꼈으나 이젠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다”며 “용서는 단지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닌 그들을 향한 미움과 원망을 스스로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서울구치소는 현재 도서실에 1만5천권의 양서를 비치, 방송을 통해 책 읽기를 권장하는 한편 신청 시 대여해주고 있다.
특히 독서 생활화를 위해 일년에 2~3차례 독후감을 열어 우수작 선정자는 면회횟수를 늘려주고 문화상품권도 주는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또 본인이 원하는 도서가 없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여겨 도서의 대폭 확충 계획도 세웠다.
음악을 통한 순화교육은 취침 전엔 조용한 음률로 명상의 시간을 갖게 하고 기상시간엔 경쾌한 음악을 틀어 활기찬 하루를 유도하고 있다.
침울한 면회 대기실 분위기 바꾸기론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수용자들에게도 전문가를 초빙, 그림그리기도 가르쳐 올바른 심성 갖기에 일조를 할 참이다.
오는 23일 국립 국악원의 국악연주를 시발로 각종 공연도 잡혀있다.
구치소 관계자는 “독서는 스스로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고 출소 후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