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색 모자 색깔로 기수와 말 구분
경주마다 달달 그래도 가끔 실수
“2코너에서 3번마 천창기 기수의 섭서디가 9번마 윤기정 기수 밸리브리를 제치고 앞장서기 시작했습니다.”
촉각을 다투는 경마경주 못잖게 한판승부를 중계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숨 가빠진다.
그런데 경마팬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 중 하나가 시속 60km를 넘나드는 빠른 스피드로 엎치락뒤치락 순서가 뒤바뀌는 경주에서 어떻게 아나운서가 기수와 마필을 정확히 구분하고 속사포처럼 빠른 중계를 할까하는 점이다.
비밀은 기수의 복색과 모자의 색깔에 있다.
중계석과 경주로와의 거리는 대략 150m.
이 정도 거리라면 육안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중계석에 모니터가 비치돼 있지만 얼굴까지 구분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아나운서들은 출전 기수와 기승한 마필이름 발주 번호 외 기수의 복색, 모자의 색깔을 필수적으로 암기해야 한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 입사한 마필은 1400여두.
매년 수 십 마리씩 신마들이 들어오고 그 때마다 일일이 말 이름을 외운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기수들의 고유 복색을 외운 후 1~14번까지 출주번호별로 다른 모자 색과 출주마들과 매치시킨다.
지난 4월 22일 제7경주에서 박태종 기수의 ‘잔치마당’이 간발의 차로 우승선을 통과한 순간 박 기수의 복색과 3번 마를 나타내는 빨강색 모자, 흰색 바탕에 녹색 별들이 수놓은 천 기수의 복색과 1번 마를 나타내는 흰색 모자를 구분, 실수 없이 중계했다.
모자색상은 발주번호에 따라 하얀(1번), 노랑(2번), 빨강(3번), 검정(4번), 파랑(5번) 등으로 정해진다.
기수복색은 한 명당 한 종류로 ‘보라, 초록, 고동, 하얀, 분홍, 검정, 하늘’ 등 10가지 색상 중 3도색 이내로 고른다.
이미 다른 기수가 등록한 복색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복색의 선택은 안된다.
이 때문에 경주 중 기수들의 복색 하나하나가 고유한 의미가 부여돼 있다.
또 하나 서울경마공원에 숨은 색상의 비밀은 바로 경주마의 안장 밑에 깔려 있는 번호 재킹이다.
번호 재킹은 출주 마필의 발주 번호를 나타내는 동시에 국산경주의 경우 ‘하얀’, 혼합경주의 경우 ‘노랑’으로 색상을 달리해 마필 산지를 알려준다. 또 경주의 격에 따라 특별경주는 ‘초록’, 대상경주 중 비(非)그레이드 경주는 ‘파랑’, 그레이드 경주는 ‘빨강’으로 각 각 경주의 격을 나타낸다.
경마를 처음 접한 사람은 이런 사항을 알면 출주 마필의 산지와 경주의 격을 알아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수 복색과 모자 색상, 번호판 등을 달달 외워도 단박에 출주 마필과 매치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중계 아나운서는 “경마경주를 중계 한 지 3년이 넘었는데도 매번 중계 시 긴장이 된다.”며 “특히 햇빛이 강렬하거나 진흙이 많이 튀는 날는 1번 하얀 모자와 11번 하얀 바탕에 파랑 줄무늬 모자의 분간이 어려워 헷갈릴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기수와 마필의 질주를 즐기는 자체도 좋지만 수수깨끼 찾듯 갖가지 복색과 번호를 미리 입수하고 경주를 보면 즐거움은 배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