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내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정년을 앞둔 A초교 교장이 낸 동시집을 수십∼수백권씩 구입, 물의를 빚고 있다.
15일 의정부지역 초등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오는 8월 정년을 앞둔 A초교 B(62)교장이 최근 발간한 153쪽 분량의 동시집을 학교마다 교장의 지시에 따라 수십권에서 많게는 200권까지 학교예산으로 구입했다.
C초교의 경우 지난 3월 교장 추천으로 1개 학년 전원에게 책을 나눠주기 위해 200권을 구입했다.
D초교도 각종 시상식 때마다 학생들에게 주던 도서상품권을 대신해 동시집을 상품으로 주기 위해 140만원을 들여 200권을 구입했다. 또 인근의 E초교도 28만원을 들여 40권을 구입했으며 F초교와 G초교도 수십권의 책을 비슷한 시기에 일괄 구입했다.
책을 구입한 C초교 교장은 “동료교장이 발간한 동시집을 학생들에게 상품으로 전달하기 위해 선생님들의 양해를 얻어 구입했다”며 “다른 초등학교들도 비슷한 규모의 책을 구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교감은 “양이 너무 많아 줄이자는 얘기도 했었다”며 “그러나 교장 선생님들이 이미 얘기가 오고갔다는 말을 듣고 방침에 따랐다”고 말했다.
각 초등학교마다 특정 동시집을 수십권에서 수백권씩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교사와 학교운영위원들은 예산 낭비라며 철저한 조사를 벌일 것을 시교육청에 촉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소속 이모(38) 교사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학교예산을 들여 수백권씩 책을 구입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학교예산의 5%를 도서구입비로 사용하도록 규정한 것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도서를 구입해주라는 의미라며 시교육청은 철저한 조사를 벌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의정부지회는 각 학교 분회를 통해 동시집 구입현황과 도서구입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뒤 의정부시교육청에 적절한 조치와 재발 방지를 촉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동시집을 낸 B교장은 “다른 학교에 책을 사달라고 요구한 적 없다”며 “학교마다 도서선정위원회에서 책을 구매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의정부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학교별 도서구입 현황과 절차의 적절성 여부를 확인한 뒤 부적절하게 예산이 집행됐을 경우 회수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