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만’이 함께 달렸다. 남북의 열차가 반세기만에 분단의 벽을 넘어 한반도를 오르내렸다. ▶관련기사 2·6·7면

반세기가 넘도록 달리기를 갈망하던 남북 열차가 17일 냉전의 그늘을 뒤로 하고 분단의 한을 뛰어넘었다.

경의선의 경우 1951년 6월12일 서울∼개성 운행이 중단된 이후 56년 만이며 동해선은 1950년 이후 57년 만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서린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것은 처음이다.

열차시험운행이 있던 17일 오전 10시 파주시 문산읍 문산역 앞. 친정이 개성이라는 오숙희(77) 할머니는 “서울에서 수원거리 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에 56년이나 걸리다니요”라며 연신 아쉬움이 섞인 탄성을 자아냈다. 문산역 앞은 행사를 구경온 실향민들과 시험운행을 축하하는 시민 등 1만여명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남북철도연결을 축하나온 시민들은 저마다 환한 미소를 띄웠다.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45분께 경의선 문산역과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각각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 공식 기념행사를 갖고 오전 11시30분 북측 개성역과 남측 제진역을 향한 열차를 동시에 움직였다.

녹슨 철마의 염원을 담은 남측의 경의선 디젤기관차는 낮 12시15분께 북으로, 동해선의 북측 열차는 낮 12시20분을 전후한 시간에 남으로 각각 MDL 통과하며 역사에 남을 한 장면을 연출했다.

경의선에는 북측 열차 탑승자들이 출입사무소를 거쳐 행사장인 문산역에 도착했고, 동해선에 타는 우리 측 탑승인원은 북측 금강산역으로 이동해 오전 10시45분을 전후해 각각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경의선 기념행사에서 “한반도를 하나로 연결하는 종합적 물류망을 형성해 남북경제공동체 형성과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측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서해선’ 축사에서 “이제 저 열차는 민족 염원과 지향을 그대로 안고 통일의 이정표를 향해 달릴 것”이라며 “앞으로도 북과 남이 몰고가는 통일의 기관차가 민족중시, 평화수호, 단합실현의 궤도를 따라 달릴 수 있도록 모든 노력과 성의를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경의선 열차는 문산역을 떠나 도라산역에서 세관·통행검사를 거쳐 MDL을 통과한 뒤 판문역을 경유해 개성역에 도착했고, 동해선 열차는 금강산역을 떠나 감호역에서 세관·통행검사를 받고 제진역으로 되돌아왔다. 운행구간은 경의선이 편도 27.3km, 동해선이 25.5km이다.

경의선에서는 오전 11시4분께 열차가 꽃길 사이로 등장해 승무신고를 마치고 승객을 싣고 북으로 떠났으며 도라산 역에서는 철마가 부활하는 극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양 쪽 열차에는 우리 측에서 100명, 북측에서 50명 등 모두 150명씩이 탑승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신뢰를 쌓아온 결과”라면서 “역사가 또 한번 평화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딛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