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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 오순도순… 집없는 작가 모듬살이터

‘내건너 창작마을’ 개소 미술가 이윤숙·김정집 부부

 

10여년전부터 화성 봉담 당하리에 정착
한칸 두칸 메우다보니 어느새 창작마을
전시관까지 갖춰 새 문화공간 지평 열어


조각가 이윤숙씨와 남편 김정집(대안공간 눈 관장)씨는 10여 년 전 화성시 봉담읍 당하리에 조그만 밭을 마련했다. 부부는 “흙 속에서 풀과 씨름하면서 땀흘려 경작한 곡식들을 나눌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고, 자연과 생태, 그리고 인간에 대하여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내 삭막하고 갑갑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속 넓은 장소로 집과 작업실을 옮기고자 집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른 공간을 혼자만 쓰기보다는, 작업실이 없어 힘들어하는 다른 작가들과 함께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비와 후원금 격인 투자금으로 어렵게 건물을 지어 올렸다. 고속기찻길 옆 ‘내건너 창작마을’은 그렇게 생겨났다.

미술가들의 모듬살이터전인 창작마을 입주식이 지난 27일 열렸다. 작가 8명과 평론가 1명, 총 9명이 예술터전을 마련했다. ‘내건너’는 당하리의 옛이름이다.

이 씨는 “항상 주변에 작업장을 걱정하는 작가가 많았다”며 “원래 살 집으로 마련했지만, 1~2명의 작가에게 공간을 내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창작마을이 됐다”고 밝힌다.

잊을 만하면 지나가는 고속열차가 적막을 깨우는 곳, 500여 평의 대지에 조립식판넬건물 3동을 세웠다. 경수미(설치), 김수철(회화), 배수관(조각), 이우숙(회화·설치), 이칠재(조각), 유지숙(영상), 최규조(조각), 황은화(회화·설치), 김종길(평론)씨 등 9명이 건물 2개 동에 들어왔다. 건물 1동은 전시관이자 숙박시설이다. 입주기간은 3년이다.

김정집씨는 “입주작가들에게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들은 전기세 등 관리비만 부담한다”며 “벌써 작가들이 운영회를 구성해 팀장을 선출했다”고 밝혔다. 이 씨도 “이제 마을 운영은 입주작가들의 몫”이라며 “1년에 한 번 오픈스튜디오를 하는 등 작가들이 열심히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밝혔다.

조각가 배수관씨는 “10여 년간 4번이나 작업실을 옮겨다녔다”며 “작가들의 공동체가 형성으로 발전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설치·회화작가인 이우숙씨는 “여기있는 작가들은 아마추어가 아닌 직업작가들”이라며 “이제는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설치·회화작가 황은화씨도 “작품크기가 작업공간크기에 비례한다”며 “이제 규모가 더 큰 작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마을주위는 온통 공장단지다. 조립식건물인 제조공장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씨는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본격화돼 ‘이주노동자들의 문화공간’이 되기도 바란다고 한다. ‘내건너창작마을’은 예술이 소수의 작가들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소외받는 이들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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