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년원생 전국 최대 규모 IT 경진대회 우수상 영예
“불우환경 이겨내 미래의 공무원 부푼 꿈 반드시 이룰 것”
10대 소년원생이 초·중·고·대학생 수만명이 출전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IT 경진대회에서 당당히 우수상을 차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안양시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안양소년원) 사무자동화과 김모(18)양.
김양은 지난 달 30일 전국 23개 지역에서 열린 ‘i-TOP 경진대회’ 개인 IT 부문에서 3위에 해당하는 우수상을 수상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하는 ‘i-TOP 경진대회’는 전국 예선을 거쳐 본선에만 개인IT, 통합IT, 그래픽 등 3개 분야에 전국 1천800여 단체 7천800여명이 참가하는 전국 최대규모의 IT 부문 경진대회다.
지난해 10월 이 학교에 들어와서야 체계적인 컴퓨터 공부를 처음 시작한 김양은 1년만에 ITQ(파워포인트A, 한글A), 컴퓨터활용능력 1급, 정보기기운용기능사, 워드프로세서 1급 등 OA 관련 자격증을 모두 획득했을 정도로 컴퓨터 운용에 재능을 보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고졸 검정고시 합격과 네일아트, 피부미용 관리사 자격증까지 따내는 등 학업과 직업교육에도 열성적이다. 또 명랑한 성격으로 교장·교감 선생님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가르치는 등 사회성도 뛰어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김양은 18일 꿈을 묻는 질문에 ‘10급 기능직 공무원’이라고 씩씩하게 밝히면서 앞으로 이 꿈을 이루기 위해 “학업과 컴퓨터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가 고향인 김양은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교도소 수감 등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할머니 손에 자라며 외롭게 지내던 김양에게 컴퓨터는 유일한 선생님이자 친구였다.
“어렸을 때부터 홈페이지를 꾸미고 컴퓨터그래픽 등을 다루는 게 좋았어요. 컴퓨터 작업은 언제나 제가 노력한 만큼 정확한 결과가 이뤄져서 좋아요.”
하지만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 지내며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던 김양은 남의 명의를 도용해 인터넷 쇼핑 등을 하게 됐고 결국 지난해 이 곳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걸 계기로 “이곳(소년원)에 들어와 컴퓨터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일들과 공부가 참 많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는 김양은 오는 12월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시종 씩씩하게 질문에 답하던 김양도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그동안 아빠, 할머니 속 많이 썩여서 죄송해요. 이제 가족들에게 정말 잘 할 거예요”라며 울먹였다.
김양의 컴퓨터 지도교사 박현경(32·여)씨는 “김양처럼 영특하고 착한 아이가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집으로 다시 돌아가서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 많이 된다”며 “아이들이 새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편견이 아닌 따뜻한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