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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초대석] 문병대 신임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설립 60주년 효율적문화 접목 시너지효과 극대화
이산가족 상봉 횟수 늘려 평화 메신져 역할 ‘한몫’

 

‘널리 구제하고 고루 사랑하라’ 1905년 고종황제의 칙령과 함께 한반도에 적십자 운동이 뿌리내린지도 어느덧 백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6·25전쟁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터, 수해 등 자연재해 복구현장, 90년대를 휩쓸었던 삼풍백화점·성산대교 붕괴같은 인재 현장, 최근 ‘아프간 한국인 피랍 사태’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고통이 있는 곳이라면 대한적십자사의 표장인 ‘빨간 십자가’는 늘 함께 있었다. 경기도민의 곁을 지키며 함께 한지는 올해로 60년이다. 공자는 예순이되면 모든 것이 원만해지고 어떤 말을 들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 했다.

 

예순이라는 세월. 이 안에 ‘사랑·봉사·희생’이라는 견고한 수식어들이 적십자사 경기도지사를 대표해 왔다. 이러한 적십자사 경기도지사는 이 세월을 바탕으로 더욱 폭넓고 견고한 ‘사랑’을 실천하겠다고 다짐, 최근 새 역사를 쓰기 위한 페이지를 열었다.

 

삼성전자 수원주재 대표이사,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한 경영·경제 전문가로 불리고 있는 문병대(67) 회장이 지난 11월 제30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적십자사 경기도지사의 진용(眞勇)이 더욱 확고해 진 것. “적십자의 존재 이유는 고통받는 우리 이웃의 아픔을 보듬는 데 있다”며 “각종 재해로 실의에 빠진 이재민과 전쟁으로 가족과 생이별해 살아가고 있는 이산가족 등 소외된 우리 이웃 모두가 적십자가 보듬어야 할 사람들”이라는 것이 신임 문병대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의 지론이다.

 

문병대 회장을 만나, 그가 그리고 있는 도내 적십자활동 전반에 대한 밑그림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밝은 세상 만들어요”

-경제인 출신으로서 봉사기관인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에 몸담게 된 계기가 있다면.

▲40년 가까이 기업인으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1983년 수원과 인연을 맺은 이래 25년 동안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지만 지역사회가 내게 베풀어준 사랑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왔다. 그러던 차에 올해초, 기업인 생활과 여타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이제는 남은 생을 그동안 제게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준 지역사회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주위 여러분들과 우봉제 전 경기적십자 회장의 도움으로 제 미래설계와 일치하는 영광스런 기관을 맡게 돼 무척 기쁘고 막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적십자사 운영에 있어 경제인 출신이라는 장점을 살린다면.

▲어느 조직이나 그 조직만의 특수한 ‘문화’가 있기 마련이다. 올해 설립 60주년을 맞이한 경기지사도 도민과 반세기 이상을 동고동락하며 지사만의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이 오래되면 자칫 그 조직은 경직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우려를 예방하기 위해 기업의 ‘효율적인 문화’를 접목해볼 생 각이다. 기업의 스피드한, 유연한, 심플한 변화. 도전하는 문화를 지사의 좋은 문화와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싶다.

-최근 남북 정상의 합의로 한반도 평화번영 시대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 시기에 적십자사가 해야 될 역할은.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주고, 서로 얻고, 서로 오해를 불식하고, 역지사지하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논리를 ‘피스메이킹(peace making)’이라 표현한다.

하루에도 십여 명의 이산가족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러한 슬픈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 횟수를 늘리고 서신교환, 생사확인 등을 수시로,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통일로 나아가야 할 이 때에 적십자사가 할 수 있는 피스메이커(peace maker)로서의 역할이다. 이밖에도 남북한의 유일한 평화 메신저로서 평화번영 시대의 도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북 퍼주기 논란으로 적십자사의 대북구호사업에 부정적 시각이 있는데 대북 구호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제적십자운동 7가지 기본 원칙중에는 ‘공평과 중립’의 원칙이 있다. 적십자는 국적, 인종, 종교, 계급 또는 정치적 견해 등에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고 그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는다는 이념이다. 이 이념에 따라 적십자는 모든 차별과 이념을 초월해 실향민의 아픔을 달래고 북한 지원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적십자사는 올해에도 잇단 수해로 어려움에 처한 수많은 북한 이재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했다. 조용하지만 강한, 그리고 부드러운 적십자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 이들을 지원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 유지는 물론, 나아가 통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이기도 하다.

-적십자사가 주변의 취약계층을 위해 펼치고 있는 활동은.

▲적십자사는 구호활동, 사회봉사활동, 청소년적십자(RCY) 활동 그리고 보건·안전교육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도주의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이중 사회봉사활동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이 활동은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자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나선 도내 9천여 명의 적십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펼쳐나가고 있다. 경기지사는 도내 2천여 소외 어르신들과 결연을 맺고 ‘어버이 결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버이 결연’ 활동은 봉사원이 독거노인 등 소외 어르신과 1대1 결연을 맺고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쌀과 밑반찬 전달, 청소, 빨래 등과 같은 가사 서비스 봉사활동 등을 뜻한다.

얼마전에는 여러 기업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연탄, 김장김치, 생필품 등을 전달하는 활동을 펼쳤다.

-적십자 회비에 대한 도민들의 인식이 부족한데 적십자 회비는 무엇인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부 모금제도인 적십자회비는 6·25 전쟁이 끝난 1953년, 긴급 재난구호와 소외계층 지원 등을 위해 시작됐다. 현재 자율모금제도인, 지로납부제로 운영되고 있는 적십자 회비는 1년에 한번 세대주나 개인사업자 혹은 기업 앞으로 나가는 적십자 지로용지를 통해 적십자 회비에 동참함으로써 적십자사가 다양한 인도주의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적십자사가 정부의 보조기구로서 정부로부터 일정부분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적십자 활동은 1년에 한번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동참하는 ‘적십자 회비’를 통해 이뤄진다.

-자율적인 참여에 의한 것이라 회비 모금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자구책은.

▲지난 백년동안 적십자사가 국민들 곁에서 활발한 인도주의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적십자에 보내준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적십자 회비 모금에 대한 국민들의 동참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적십자 활동에 크나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적십자 회비는 일종의 사회보험의 성격이다. 어느날 갑자기 닥치는 천재지변이나 재해, 재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적십자 회비납부에 동참하는 것은 이웃을 돕는 길인 동시에 곧 미래의 나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소위 상류층의 참여 저조가 두드러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혼자 산속에서 폐지를 주워다가 생계를 이어 살아가면서도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선뜻 회비를 전해온 어느 노인. 부모 앞으로 나온 적십자 회비를 내기 위해 동생과 함께 저금통을 가득 채운 한 초등학생. 커피값을 아껴 모아 이웃을 돕는데 뜻을 함께 한 공무원들. 감동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평범한 시민들이다.

 

이제 우리사회의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이웃을 돌보는 따뜻한 시선들이 잔뜩 움추려 있는 지금, 가진 자들의 의미있는 나눔은 우리사회를 움직이는 큰 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또 회비 모금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제가 해 나가야 할 임무 중 가장 큰 역할이라 생각하는 만큼 열심히 뛰겠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지자체의 각 기관에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 이벤트 등도 구상 중이다. 현재는 자선걷기대회 등 몇몇 이벤트를 언론사와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대회를 좀 더 다양하게 기획, 모금 활동이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하겠다.

-임기내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먼저 숭고한 적십자 정신을 도내에 보다 넓게, 적극적으로 전파해 나아가겠다. 적십자 정신은 인도주의 정신이며 박애주의 정신이다. 오늘날 도처에서 인간의 비인간화를 말하고 인간소외를 말한다. 그러나 이세상에서 ‘인간’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 적십자 운동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존엄성 회복 운동이며 이웃과 더불어 밝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랑과 봉사의 운동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숭고한 적십자 정신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적극 계몽, 홍보하고 전파해 나아갈 계획이다. 또 적십자 봉사 인구의 저변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해 보다 많은 어려운 이웃을 도와 사랑과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이야말로 적십자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봉사조직과 전문 봉사조직의 확대에 노력하고 그동안의 회사생활 경험과 기업 네트워크(Network)를 십분 활용해 다양한 협약운동을 통해 많은 기업과 단체들이 적십자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토록 유도할 것이다. 적십자 가족의 사기앙양에도 힘쓰겠다. 직원 개개인의 개성과 인격을 존중하고 조직 저변의 이야기를 폭넓게 경청하겠다.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자율과 창의가 최대한 발휘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자발적이고 활력있는 직장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인생이란 잠깐 왔다 가는 것이며 사는 동안 이웃과 사회에 따뜻하고 아름답고 좋은 흔적을 많이 남기고 가는 것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지금 경기지사가 갖고 있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행하는 것으로서, 그동안 우리가 축적해온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기여하는 바로서 도민 여러분께 평가받도록 하겠다. 이웃과 더불어 밝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경기적십자의 사랑과 봉사 운동을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도와주시기 바란다. /최지현기자 /사진=노경신기자

 

 

문병대 회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도내 경제계를 책임지던 경제인이었다.

 

 

1983년 삼성전자 수원공장 관리담당 이사를 맡으면서 도와 첫 인연을 맺은 문 회장은 1993년 삼성전자 수원공장장과 다음해 삼성그룹 경기지역장을 거쳐 1997년 삼성전자 수원주재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처럼 경기지역의 중심 기업인 삼성전자를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1999년 그는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장을 지냈다. 문 회장은 도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생을 바쁘게 살아온 와중에도 자기 주변을 돌아보고, 어려운 사람들 돌보기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3년간에 걸쳐 경기도자원봉사단체협의회 회장직을 훌륭히 해낸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충남 부여군에 태어나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을 수료했다.

 

1968년 삼성그룹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얼마 전까지 경제인으로서의 길을 걸어 왔으나, 최근 사랑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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