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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방불케 하는 대학가 新풍속도

 

통기타 하나 들고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에 대해 논하던 대학가 낭만은 옛 얘기가 된지 오래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극심한 취업난에 대학가는 학점관리부터 자격증, 외국어 점수에 심지어 외모 관리까지 취업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 취업 전쟁터가 됐다.

 

9일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올해 대학가에는 ‘취업계’를 핑계로 수업을 빠지는 학생들이 급증하거나 시간을 아껴쓰기 위해 혼자 다니는 ‘나홀로 족’이 느는 등 취업을 위한 신풍속들이 등장했다.

◇대학 동문회는 취업상담소= 연말연시를 맞아 대학가에는 송년회, 동문회, 학술제 등 각종 모임과 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그 성격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졸업생과 재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학창시절의 추억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대학 동문모임은 어느새 ‘취업상담소’가 되버린지 오래다.

소위 잘나가는 직장에 들어간 선배로부터 입사전략을 듣기 위해 모인 재학생들과 명함을 나눠주며 일장연설을 하고 있는 졸업생의 모습은 이제 동문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지난 10월 학술제를 개최한 부경대는 과거 사회문제나 통일 관련 내용이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올해는 학생들의 관심도를 반영해 리더십, 웃음치료 등 실용적 주제로 행사를 진행했다.

◇대통령 선거보다 ‘취업’이 더 중요해= 17대 대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선거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은 여전히 저조하다.

과거 민주화 투쟁에 앞장서 거리로 나왔던 학생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학생 단체인 대학생유권자행동이 지난 10월 서울지역 대학생 1천8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정치의식’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32.2%가 ‘투표를 하지 않거나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성신여대 법학과 4학년 이한아(27)씨는 “주위 친구들만 봐도 대통령을 뽑는 일 보다는 개개인의 학점이나 취업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취업난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계’ 이용해 수업 빠지는 학생 급증= ‘취업계’는 졸업 이전에 취업한 학생들이 출근 때문에 수업에 빠져도 학점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졸업시즌에나 허용됐던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 3학년 2학기부터 취업계가 적용되는 학교가 증가하면서 대학마다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취업계를 이유로 상당수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취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허위 취업계를 제출하고 그 시간에 공무원 시험 등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무엇이든 혼자 하는 ‘나홀로 족’ 늘어= 자기계발은 물론 취업준비로 바쁜 대학생들 사이에서 ‘나홀로 족’이 늘고 있다.

‘나홀로 족’은 공부, 취미생활, 쇼핑, 식사 등 무엇이든 혼자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친구가 없어 혼자 다니는 ‘왕따’와는 다른 개념이다. 대학가 커피전문점을 둘러보면 혼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의 대다수는 자신의 스케줄대로 생활할 수 있어서 편하고 친구들과 몰려다닐 때보다 시간활용도 더욱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예쁜 얼굴보다 호감형으로 성형=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구직자들은 스펙 외에도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요소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최근 몇 년간 불고 있는 구직자들의 성형열풍도 그 중 하나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 10월 말 오픈한 ‘취업뷰티관’(외모 컴플렉스가 심한 구직자 무료 성형 지원)에는 보름 만에 1천 건에 달하는 신청사연이 등록됐다.

아이미성형외과 정인선 원장은 “과거에는 연예인처럼 예쁜 눈과 코를 원하는 취업준비생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면접관에게 좋은 첫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호감 가는 인상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모욕스터디’ 등 이색 취업스터디 인기= 튀는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대학가에는 독특한 취업스터디가 생겨나고 있다.

기존에는 교사 임용고시나 언론고시 준비반, 토익스터디 등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합숙면접에 대비한 MT스터디를 비롯해 면접 시 개인기를 위한 노래스터디, 마술스터디 등 이색 취업스터디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압박면접을 연습하기 위한 ‘모욕스터디’도 이색 취업스터디 중 하나이다. ‘모욕스터디’는 회원간 대화 도중 상대방의 말 실수나 신체적 약점을 집요하게 꼬집어 내어 모욕감을 주고 받는 형태로 진행된다.

◇취업에 유리한 강좌 증가= 실무형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대학마다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거나 취업에 유리한 과목들을 개설하고 있다.

서울대의 ‘토론하는 법’, 숙명여대 ‘주관식시험답안 작성법’, 한양대 ‘A+리포트 따라잡기’ 등 실용성에 바탕을 둔 강좌들은 높은 경쟁률 때문에 수강신청도 쉽지 않다. 서강대에서 겨울방학 동안 실시한 프리젠테이션 워크샵의 경우 경쟁률이 5대 1을 넘기도 했다.

이들 강좌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한양대가 실시했던 파워포인트 제작기법에 관한 워크샵은 참여자의 90% 이상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며 강의 내용에도 만족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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