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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된 새를 향한 따뜻한 배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6월 15일까지 ‘아네트 메사제’展

 

파리의 분주한 아침.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죽어있다.

행인들은 걸음을 재촉하느라 그 새가 붉은색 피를 흘렸는지 푸른색 피를 흘렸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정면을 주시하며 걷느라 무심히 지나쳤을 뿐이라고 변명하지만 목격자는 없다.

다만, 아네트 메사제라는 여인이 그 새를 집으로 데려가 색색의 털실로 옷을 지어 입혔다는 섬뜩한 소문이 들릴 뿐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새의 시체.

 

그 여인은 죽은 듯 묻혀있던 생의 인식과 감각에 온기를 불어 넣으려 했던 것일까?

이 기묘한 소문은 프랑스 현대미술가 아네트 메사제의 ‘기숙생들’이라는 작품에 숨어있다.

유리장 속에 죽은 새들을 진열해 놓은 이 작품의 일부는 실제 새를 박제해 쓰기도 했다.

혹자는 그의 이러한 행동이 ‘모성과 여성성을 드러낸다’고 평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모성적인 보호가 오히려 잔인한 구속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난해하고 낯설게만 느껴지는 통념적인 현대미술에 방향을 제시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기하고 흥미로운 아네트 메사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6월 15일까지 올해 첫 국제기획전으로 ‘아네트 메사제’전을 개최한다. 앞서 언급했던 ‘기숙생들(1971년 作)’을 비롯, ‘나의 트로피(1987년 作)’, ‘카지노(2004년 作)’ 등 대표작 60여점을 전시한다.

그는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박제된 새, 봉재인형, 섬유, 사진, 드로잉을 넘나드는 다양한 매체로 회화, 조각, 사진, 드로잉 등 다양한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2005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프랑스 대표로 초청됐으며 붉은 실크로 꾸민 가로 세로 12m의 공간에 컴퓨터장치를 설치한 작품 ‘카지노’로 그해 영예로운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현실을 변장시키는 일과 같다’고 말한 아네트 메사제.

여성으로서의 경험과 자각을 중시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모든 감각들을 일깨우는 그의 작품들….

관객들은 삶의 혼란과 긴장, 모순을 얘기하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일상에 칼날같은 깨우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의)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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