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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겨진 시간 겹겹이 쌓인 인생의 두께

안양 롯데화랑, 내달 3일부터 최필규 ‘종이유희와 회귀’展

우리가 갖는 미학적 환상은 삶에 강한 긍정을 준다.

즐겁게 놀며 장난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유희(遊戱).

그 즐거움은 언제 다시 되돌아가도 좋은 곳, 누구나 끌어안을 수 있는 넉넉한 시간적 의미의 공간이 된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 생의 두께가 전화번호부만큼 두꺼워질 때쯤 누구나 한번은 페이지를 되돌리고 싶은 자리가 있을 것이다.

인간의 회귀본능의 일부분은 아름다움을 좇는 데 있지 않을까?

여기, 회귀를 통해 생성과 소멸을 말하는 작가가 있다.

안양 롯데화랑은 6월3일부터 9일까지 작가 최필규의 초대전으로 ‘종이유희(遊戱)와 회귀(回歸)’전을 연다.

왔던 길로 그대로 되돌아간 듯 하지만 그 깊은 걸음에 패인 발자국은 그동안의 삶과 욕심을 모두다 버린듯 정갈하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쌓음(積)과 흰(白)으로 드러난다.

적백은 시간에 대한 책임이며 삶에 대한 성찰을 표현한 것.

작가 최필규는 하얀 종이를 쌓는 작업을 통해 그 심상을 드러낸다.

30여점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회귀의 이미지는 예전에 있던 그 곳보다는 조금 더 앞서있는가 하면 적극적이고 진취적이기까지 하다.

최 작가는 자신의 예술세계 안에서 겪었던 새로운 시도, 시도의 익숙함, 작품의 깊이를 거듭 보여줘 왔다.

작가가 가진 창작과 창조의 달란트를 깊이 삭히고 본연의 모습이 들어날 때까지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쳐 비로소 알게 된 조형언어의 원점으로 되돌아가보는 작업을 통해 자기성찰을 시도한다.

그는 ‘오랫동안 지속했던 종이작업을 중단하고 디지털에 한동안 매달렸다가 다시 종이로 돌아왔다’고 독백하기도 한다.

탄생, 죽음, 환희, 슬픔의 무거움을 가벼운 소재를 통해 반어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그 무게를 잊고 잠시, 즐겁게 놀며 장난하게 한다.

또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자연의 이치, 그 긴 회귀의 과정을 작가만의 미학을 통해 드러내며 공감을 자아낸다.

우리가 돌아가고 싶은 곳, 꿈 꿔왔던 아름다움에 대한 환상이 겹겹이 쌓여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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