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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초대석] 김제규 농진청 작물과학원장

“실용적 개발 통해 국내 농산업 세계 최고 만든다”

 

 

 

 

 

“농 산업은 식품가공이나 농약 등 농화학분야를 제외하고 민간기업의 참여가 어려운 만큼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세계적인 식량위기 속에 농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벼 품종 개발과 보급을 담당하고 있는 작물과학원 김제규(58) 원장은 국내 농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원천기술과 기초기술 개발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미래 경쟁력 확보에 대비한 전문 연구인력의 지속적 양성과 손에 잡히는 실용적 기술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경제성과 수익성, 오랜 생산기간 등으로 아직 산업화가 어려운 국내 농업 현실을 감안한다면 국가기관이 맡아 관리·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물과학원은 벼, 보리, 콩, 옥수수 등 주요 식량작물과 참깨, 들깨, 땅콩 등 특용작물 및 인삼, 약초 등 약용작물의 신품종 개발과 새로운 재배기술 개발을 주로 연구를 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산하기관이다. 올해 4월 취임한 김 원장은 작물 육종 및 재배분야의 전문가로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작물의 부가가치 제고 등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작물과학원장에 적임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농진청 영남작물시험장 농업연구사로 공직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작물생리생태과장과 본청 국제기술협력과장, 영남농업연구소장 등을 거치며 많은 연구 성과와 실적을 거뒀다. 특히 친환경 고품질 작물 품종개발 및 보급에 힘써 고품질 중 하나인 ‘칠보쌀’을 비롯해 기능성 고품질 검정깨 ‘윤흑’ 등 14개 신품종을 개발했다. 또한 ‘1팀 1작목반’을 최초로 도입해 농가현장 기술의 조기 보급에도 힘써 왔다. 김제규 작물과학원장을 만나 최근 국제적 식량위기의 원인과 이와 관련한 우리나라 작물연구 현황 등에 대해 물어봤다.

-최근 곡물값이 폭등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량부족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곡물값의 폭등원인과 이에 따른 식량부족 원인은.

▲곡물 생산증가가 1990년대 이후 소비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지속적인 세계 인구 증가와 기상이변에 따른 이상 고온 및 저온, 가뭄, 홍수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지속적인 식량 및 육류소비 증가, 곡물의 바이오에너지 생산 활용, 유가상승으로 인한 곡물운송비의 급격한 상승, 사재기 및 투기자본의 식량시장 유입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식량자급률이 어떻게 되며 앞으로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는지, 이에 대한 농진청의 대안은.

▲우리나라의 경우 쌀은 98.2%로 충분히 자급자족이 되나 이외 대부분 곡물(식용콩 36%, 옥수수 0.2%, 밀, 0.3% 등)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곡물 자급률은 27%에 불과하다. 다시말해 곡물의 7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농진청은 식량자원을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보고 있다. 국내 생산을 늘리는 것과 해외 식량을 안정적으로 수입하는 것, 비상시를 대비해 식량을 비축하는 것, 해외에 진출해 식량을 개발하고 이의 일부를 수입하는 방법 등이다.

식량안보 대응을 위한 최선책으로는 국내 생산과 비축을 늘리는 것으로 우선 단위면적 당 생산성이 높은 품종개발과 재배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밥맛은 다소 나쁜 편이나 보통 품종보다 20%이상 수량이 높고, 병해충에도 매우 강한 벼 품종이 개발돼 있는 상태다.

또 한정된 경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겨울철에 놀고 있는 논과 밭을 활용하는 것이다. 약 100만㏊의 논면적 중 30여만㏊에서 겨울철 맥류재배가 가능하며, 밀을 재배하면 수입되는 식용 밀 20%이상을 국내생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 또 겨울철 논의 일부에 사료용 벼, 귀리, 호밀 등 사료용 겨울 작물을 재배하게 되면 가축에게 들어가는 수입 사료 곡물의 일부를 자급할 수도 있다.

현재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업정책팀과 긴밀히 협력해 겨울철 맥류 및 사료작물 생산을 위한 품종개발과 생산기술개발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밖에 해외 농업개발투자 방법도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전 치밀한 조사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이 땅에서 우리의 먹거리를 가능한 많이 생산하고 수입 곡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이 협력해 곡물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정책개발과 기술개발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쌀 품종은.

▲1906년 국내 최초의 근대적인 농업연구기관인 ‘권업모범장’이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총 292개 벼 품종이 개발됐다. 농가에서 재배되는 품종 수는 해마다 차이는 있지만 160~200개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이 중 재배면적 상위 5개 품종이 전체 벼 재배면적의 약 65%, 10개 품종이 80%, 20개 품종이 95%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비교적 적은 면적에서 재배되고 있다.

우리나라 녹색혁명과 식량자급을 이룩했던 다수확 ‘통일형’ 품종 재배는 1992년 이후 농가재배가 중단됐다. 그러나 식량부족과 남북통일 등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다수확 품종 개발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개발된 다수확 품종은 안다, 아름, 한아름, 큰섬, 다산1호 등 5개 품종으로 이는 ‘통일형’ 품종보다 10a 당 700㎏ 이상의 생산력을 가지고 있으며 보통 품종보다는 생산량이 30% 이상 높다. 특히 앞으로 900㎏ 이상의 수량성을 가진 품종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다수확 품종의 경우 고품질 품종보다 맛 등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지.

▲흔히 수량이 높으면 밥맛이 무조건 떨어지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 개발된 일반형 벼 품종은 1970년대의 ‘통일형’ 벼 보다 훨씬 밥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생산량도 그보다 더 높게 개량됐다. 품질과 수량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 쌀 생산 목적과 용도에 따라 품질연구와 수량성 증대연구를 분리해 추진하고 있다.

밥쌀용 품종의 경우 품질향상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수량성은 깨진쌀이나 금간쌀을 제외한 완전미를 10a 당 약 500㎏을 생산할 수 있는 품종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다수성 품종은 2012년까지 10a 당 쌀 수량이 900㎏ 이상 되는 품종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5년엔 10a 당 수량이 1천㎏이 되는 품종개발이 목표다.

-맞벌이 부부 및 독신 가구 증가로 사회구조가 급변하면서 쌀 소비가 감소하고 채소 육류, 빵류 등 대체 식품 소비가 늘고 있다. 쌀 소비량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밥쌀용 쌀 소비량은 점차 감소되고 있는 반면 가공용 쌀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최근 밀가루 값이 급등하고 있어 가공용 쌀 소비확대에 대비한 집중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쌀 소비량을 높이고 쌀 상품의 부가가치 증진을 위해서는 쌀 가공 제품별 그 특성에 맞는 다양한 품종개발과 새로운 특수미 소재개발 확대, 다양한 쌀 가공 제품 개발 등이 필요하다.

먼저 다양한 기능성 특수미 쌀 전용 벼 품종개발로는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나 생리활성 함량이 높은 특수미, 신장병 환자에게 적합한 저 단백미,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돼 당뇨병 환자에 적합한 쌀, 스낵·양조·식혜 등에 적합한 저 아밀로즈 품종과 쌀국수용의 고아밀로스 및 호화응집성이 높은 품종 쌀 등 다양한 기능성 쌀 품종개발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현재 작물과학원에서는 다양한 쌀 가공제품 개발로 쌀국수 등 면류와 쌀피자, 쌀빵, 쌀쿠키 등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프리믹스 등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햇반으로 대표되는 무균포장밥류, 잡곡밥 및 죽류 등 제품 가공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 농가들이 사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료비 절감을 위해 작물과학원에서 하고 있는 일은.

▲우리나라는 가축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곡물 가격 급등은 축산농가 부담을 가중시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반추가축(소)은 국내 조사료 생산기반 취약과 수입사료 급여로 인해 급여 비율이 부적합하고 외래 가축전염병 발병 위험이 있다. 따라서 조사료용으로 청보리를 재배해 양질의 조사료를 공급할 경우 농후사료 대체 효과 뿐만 아니라 겨울철 휴경 논을 이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청보리는 영양적 측면에서 볏짚에 비해 월등히 앞서고 수입 조사료와 대등한 수준으로 영양적 가치가 우수하며 가격측면에서도 가소화양분총량(TDN) 기준으로 볼 때 수입 조사료 보다 20~60% 정도 저렴하다. 작물과학원은 수량이 높고 가축 선호성이 우수한 청보리 전용품종인 영양과 선우, 상원, 소망(일반망), 우호(매끈망), 유연(삼차망)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으며, 청보리 조기 확대보급을 위한 우수품종 시범포를 전국적으로 운영해 조사료 생산 확대 분위기 조성과 자체 종자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현대 의학으로 고치기 어려운 아토피 등 질병을 한방 및 약용 식물을 이용해 치료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현재 국내에 자생하고 있는 약용식물 종류와 활용범위 및 기술 등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일반적으로 한방 또는 약용식물을 이용하는 치료법을 대체의학을 이용해서 치료한다고 표현한다. 합성의약품을 이용해 치료하는 것과 한약·허브를 이용한 아로마테라피, 목욕요법, 식이요법 등의 방법으로 병증을 치료하는 것이 이에 속한다 할 수 있다.

국내 약용식물 1천100여종 중 아토피에 이용되는 약용식물은 인삼, 지황(생지황), 맥문동, 천문동, 대황, 황련, 자작나무(화피), 알로에, 달맞이꽃(월견초 종자유) 등 종류가 다양하며 한의학에서도 아토피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위 식물들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작물과학원내 인삼약초연구소가 약초자원 440종 중 아토피 피부염 개선에 가장 효과적인 식물을 선발한 결과 현재까지 검은콩, 자두, 민들레, 삼백초, 유근피가 면역개선과 환경호르몬 독성 해독 효과가 있고 아토피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물과학원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 및 올해 중점정책은.

▲작물의 품종개발, 생산기술연구 등 주로 기술개발을 해 왔던 작물과학원도 지금까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관점으로 사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개발 부문에서도 농업인단체와 협의를 통해 현장 중심의 손에 잡히는 실용기술을 개발하려 시도 중이며, 농업인과 기업체를 연계해 주는 다양한 사업(기업과 MOU체결 등)도 펼칠 계획이다. 중점정책으로는 중부지역 적응을 위해 친환경 고품질 벼 지역특산화 지원, 기후변화에 대응한 작물생산 안정화 연구, 농가소득을 위한 벼 대체작목 개발, 녹비작물 수입종자 대체 및 효율적 이용 기술개발, 식량작물의 다양한 이용성 구명 및 부가가치 향상, 바이오에너지 원료작물 품종육성 및 생력화 기술개발 등 작물과학원 6대 핵심과제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선 국가차원의 R&D에 대한 장기적 투자확대가 절실하다. 특히 농산업은 식품가공이나 농약 등 농화학분야를 제외하고는 민간기업의 참여가 매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반드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우리 농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원천기술과 기초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미래 경쟁력 확보에 대비한 전문 연구인력이 지속적으로 양성되어야 한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우리 농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내외 여건변화에 능동적 대처가 가능한 고부가가치 기술개발에 힘써 국내 농산물의 품질과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을 높이고, 웰빙 추세에 대응한 기능성 농산물 및 가공식품 개발과 수량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품종과 생산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함께 국제식량시장의 불안정성과 북한 식량지원에 따른 식량안보를 든든히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식량자원 공급선을 확보할 수 있는 해외 식량기지 구축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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