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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가혹한 복수를 위한 고백이 시작된다

어린 딸을 잃은 여교사의 충격적 고백
희생·가해자 맘 깊숙히 담긴 얼룩 그려
고백
미나토 가나에 글|김선영 옮김 비채|272쪽|1만1천원.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어린 딸을 잃은 여교사 유코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날, 학생들 앞에서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불행한 익사 사고로만 알고 있던 학생들에게 느닷없이 공표된, 차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담은 ‘고백’이 출간됐다.

고백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나직하고도 상냥한 어조로 시작된 이야기는 점차 잔인한 진실로 이어지고,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는 파문으로 치닫는다.

“내 딸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그 범인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

술렁대는 학생들에게 유코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고백을 던지고 만다.

“저는 두 사람이 생명의 무게와 소중함을 알았으면 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깨닫고 그 죄를 지고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래서….”

그녀가 준비한 복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피해자가 있으면 가해자가 있고, 살인범이 있으면 희생자가 있다.

대개의 경우,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엄정히 가린 후에 사건의 진상과 동기를 밝혀가게 된다. 그러나 ‘정말 그것으로 끝일까?’라는 의문을 갖고 소설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작가 미나토 가나에는 소설의 중심을 철저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평생토록 지워지지 않을 정신적 외상을 입고 살아야 하는 희생자와 가족들. 한동안은 슬픔을 나누었지만 어느덧 조금씩 잊어버리거나 그 자체를 하나의 가십거리로 여기게 되어버리는 주변 사람들. 어떤 의미에서든 범죄를 저지르기 전과는 결코 같은 삶을 살 수 없게 변해버린 가해자.

충격을 밖으로 드러내지도 못하고 가족을 향한 본능적인 애정마저 훼손당하는 가해자의 가족들까지….

하나의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의 마음속에 크고 작은 상흔이 새겨지고, 그들의 삶이 영구히 바뀌어가는 이 모든 과정을 작가는 현미경 같은 시선으로 잔혹하리만치 집요하게 묘사한다.

작가는 ‘고백’을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 첫 번째 장인 ‘성직자’에서 이미 살인사건의 전말과 복수의 과정에 이르는 모든 것을 명백하게 밝혀놓는다.

그러나 첫 장에서 모든 것을 알았으면서도 독자들은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의 내면을 더욱 들여다보고 싶어하고, 그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가게 될지를 궁금해 하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장부터 펼쳐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백에 서서히, 그러나 더없이 깊숙하게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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