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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편의 시] 슬픈 계절엔

김철기

아직까지 무얼 감추고
놓지 못할 자존심 있어
명치끝이 아픈 슬픔이라도
밤송이 마냥 가시를 세운 건
모르는 결에

속병을 키워 온 거예요.
슬픈 계절엔
아예 슬퍼해요.
낙엽이 지다 못해
뭇 발길에 부서져
노을 비낀 허공을 맴도는
처절한 그림 속
실제 주인공으로
눈물은 많을수록 좋겠어요

옷깃 거칠게 뒤흔드는 바람에
심하게 휘청거려 모 걸음 치며
힐끗거리는 눈길 있다손 개의치 말아요
슬픈 계절엔
된통 슬퍼 버리는 게 나아요.

 

시인 소개 : 충남 당진 출생. <문예사조> 로 등단
시집 <불켜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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