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이라는 나이가 가까워지니 가끔은 죽음을 생각해 본다. 내가 죽으면 선산으로 가게 될까? 아님 화장을 해서 고향 강가에 뿌려달라고 유언을 할까?
진부한 생각에서 피씩 웃어본다.
세계 각국을 여행하다 보면, 온통 꽃으로 장식된 유형의 공동묘지를 보고 묘지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던 것은 아마도 내 머릿 속에 그려진 우리의 매장문화 때문이리다.
좁은 국토에 무질서한 묘지 천국인데 다행히 1990년 이후 우리도 이젠 점차 화장 문화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퍽 다행한 일이다.
지난해 8일간 티벳여행을 했다. 그곳은 매장, 화장, 수장, 조장, 탑장 등의 다섯가지의 장례문화가 있었다.
가장 많이 하는 조장은 높은 산 분지 같은 조장터에 주검을 몇 등분으로 절단해 던져 놓으면 독수리 떼가 몰려와 육신을 처치하고 이 독수리가 높이 날아가면 영혼이 하늘나라로 올라간다고 티벳인들은 믿는다고 했다. 1년 평균 강수량이 500mm가 안되는 티벳에서는 조금은 잔인하겠지만 매장을 해도 미이라로 몇 천년 동안 있다면 미이라천국이 될텐데 그들만의 지혜로운 장례문화인 것 같았다.
두 번째로는 화장인데 이것은 주로 스님들의 장례문화로 티벳 불교에서는 스님들의 사리를 찾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은 수장으로 물살이 센 강가에 수장터를 만들어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조장 때와 마찬가지로 주검을 몇 등분해 물고기에게 던져준다. 주로 가난한 사람들의 장례문화이다. 이 수장문화 때문에 티벳 사람들은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장체와 시가체를 가면서 라싸강과 얄롱창포강이 만나는 물살이 센 강가의 수장터를 지나게 됐다. 외국인에게는 절대 안 보여주는 곳이라 버스 기사한테 간청해 봤는데 무수한 깃발이 펄럭였다. 그런데 좀 의아한 것은 수장터 옆에 기념품을 파는 행상인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무엇을, 누구에게 파는 지 궁금했다.
다음은 매장으로 대체로 죄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 또한 죄수들의 장례문화였다.
마지막으로 탑장인데, 이 장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티벳의 불교에도 몇 가지 종파가 있는데, 그 중 달라이라마 종파와 판첸라마 종파가 명맥을 이어 포탈라궁(달라이라마의 겨울궁전)에 홍궁과 백궁이 있는데, 백궁은 일반 수도승의 생활관과 수도관으로 사용하나 홍궁은 역대 달라이라마 13대까지 판첸라마 10대까지의 시신을 각각 아래서부터 탑을 쌓아올려 맨위에 미이라로 모셔 놓았는데 그 라마승의 업적이 클수록 탑의 높이는 높다고 했다.
티벳의 모든 사찰이 그렇듯이 포탈라궁 내부 역시 전깃불 없이 야크버터불로 밝힌 어둠 컴컴한 내부에서 많은 미이라를 보며 깜짝 놀랐다. 14대 날라이라마는 1954년 25세의 나이에 인도망명길에 올라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11대 판첸라마는 북경에 계신다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고 언젠가는 가는 길이다. 그것이 천당이든 극락세계든…. 그러나 살아서 인간답게 살아야 사후세계도 아름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눈빛 착한 티벳 사람들이 오늘따라 더 그립다. /황영숙 시인
▲ 수원문학 1회 시부문 신인상 당선 ▲ 자랑스런 수원 문학인상 수상 ▲ 경기문학인상 수상 ▲ 시집 <동강에는 착한 물새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