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민간위탁 사업이 허술한 관리·감독 아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는 법인·단체 등에 대가를 지불하고 일부 사무를 맡기는 민간위탁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는 민간의 자율적인 행정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함인데, 취지와 달리 여러 문제가 발생한 법인·단체라도 위탁을 이어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경기신문은 경기도를 중심으로 지자체 민간위탁 관리 실태와 개선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문제 법인도 계약 연장…경기도 위탁사업 관리 부실
<계속>
경기도가 잇따라 운영상 문제가 드러난 일부 수탁기관에 대한 소극적 대처로 도 안팎에서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수탁기관은 형식적인 점검만 받은 채 십수 년째 위탁 계약 관계를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한 해 600여 개의 사무를 민간 법인·단체 등에 위탁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각 부서별로 소관 업무를 위탁받은 수탁기관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수탁기관은 도의 각 부서와 연관된 일부 정책사업을 대행하는 기관으로서 업무 권한을 위임받고 대가로 크게는 수십억 원대의 위탁 사업비 등을 지급받는다.
도는 수탁기관에 권한을 위임한 만큼 직접적으로 위탁사업 운영에 관여할 수는 없으나 도 담당 부서가 사업계획과 인력·예산·성과 등을 점검하는 등 수탁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진다.
그러나 관리·감독이 한 부서 재량에 맡겨지다 보니 일부 수탁기관의 운영 실태에 대해 확인조차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도내 장애인 생산품 판매·유통 등을 대행하는 경기도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이하 판매시설)은 지난 2023년과 지난해 이뤄진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공무원 자녀 특혜채용, 근무수당 부정지급 등 다수의 의혹이 제기됐다.
판매시설은 사단법인 경기도장애인복지시설연합회(이하 연합회)가 2002년부터 도에 시설 관리 업무를 재위탁받는 방식으로 십수 년째 운영하고 있고, 매년 8억 원 안팎의 운영비를 받고 있다.
도의회 등에 따르면 도의회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판매시설장의 지방의원과 고위공직자 자녀의 판매시설 부정합격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도는 지난해 12월 26일 경찰에 수사 의뢰를 요청, 현재 조사 진행 중이다.
도의회는 판매시설이 지난 2022·2023년 실시한 정규직 면접과 비정규직 면접, 정규직 전환 면접 등 채용 과정에서 부정합격의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부 지침을 어기고 판매시설 전임 시설장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원 21명 등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기준 범위를 초과해 시간 외 근무 수당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 환수조치를 했다.
또 판매시설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수억 원 규모의 선수금을 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고준호(국힘·파주1)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제382회 임시회에서 판매시설의 잔존 선수금이 남아있다며 도의 후속 조치가 미비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지난 2월 17일 열린 복지위 업무보고에서 “지도점검을 통해 잔존 선수금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했으나 지난해 12월 16일 시설에서 제출한 서류에는 약 6400만 원의 선수금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외 판매시설은 정부가 정한 직원 공개모집 지침과 채용 절차 등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도는 연합회에 개선명령을 내리고 전임 시설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요구를 했을 뿐 위탁 계약 취소 등 엄중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에 따르면 도는 위탁사무를 맡은 수탁기관이 계약 조건을 위반하거나 수행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반면 도는 지난 2021년 11월 연합회와 재위탁 계약 체결에 앞서 실시한 성과평가 조사에서 100점 만점 중 89.16점을 매기며 해당 기관에 ‘적정’ 의견을 냈다.
해당 수탁기관에 대한 지도·점검은 경기도 장애인복지과가 담당한다.
특히 시설이 선수금을 운용한 2021년에 조사를 실시했으나 ▲예산 집행률에 3점 만점 중 3점 ▲예산집행 관리에 7점 만점 중 6.16점을 매겨 ‘예산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또 전임 시설장과 직원들의 근무수당 부정수급이 있었지만 ‘인력관리’ 항목에 15점 만점 중 12.9점을 매겼고 지적사항 등이 없다고 평가를 내렸다.
여기에 최근 판매시설 경영진에 대한 갑질 피해 신고가 노동청에 접수돼 내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관련 지침에 따른 절차를 소홀히 하고 형식적인 지도·점검만 이뤄진 것이다.
이에 대해 도는 현행 조례에 명시된 계약 취소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위탁계약 취소 처분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관행적으로 운영된 사안들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뭐 하나 잘못됐다고 해서 계약을 취소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연합회의 경우 집행부가 주기적으로 교체되다 보니 여러 문제점들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 지적사항들에 대해 인지했고 앞으로 적극적으로 정상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행정 편의와 관습 등의 이유로 민간위탁에 대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임정빈 성결대 행정학과 교수 겸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공직사회의 행정 편의주의로 큰 말썽이 없는 경우 위탁계약 대상자를 변경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치법규 제개정을 통해 특정 사유가 발생한 기관에 대한 위탁계약을 취소하는 등 수탁기관 관리 규정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