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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지방자치제도 부활 20년 ‘明과 暗’

 

1991년 3월26일 기초의원선거, 1995년 단체장 선거로 부활한 지방자치가 올해로 스무살 성년이 됐다. 예로부터 스무살 남자에게 아직 부드럽고 약하지만 ‘갓’(관)을 쓸 만한 나이라는 뜻의 ‘약관’이라고 불렀다. 스스로 행동에 책임을 져야하는 성년이라는 의미에서다.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일컬어 지는 지방자치, 이제 갓 스무살을 맞이한 지방자치의 명암을 되짚어 본다.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능동적 自治’

다른 나라에 비해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지방자치 20년.유권자에 의해 선출된 단체장들은 재선·삼선을 위해 유권자 입맛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권위적인 모습의 공무원들은 국민과 한층 가까워지고 행정 서비스의 질은 날로 발달하고 있다. 각종 권한이 자치단체장에게 집중되던 예전과는 달리 또 의회의 수준도 날로 높아져, 집행부를 견제하는 의회의 힘은 보다 강력해졌다.

■ 역대 민선 도지사들 무슨 일 했나

민선시대를 맞아 주민의 투표로 임기가 보장된 지방자치단체장은 당연히 유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유권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각종 정책과 아이디어로 다른 지자체와 경쟁을 시도, 지방자치의 발전을 이끌어 나갔다.

이를 통해 행정 서비스가 개선되고 시청과 구청에 가면 반갑게 웃는 얼굴의 안내 도우미도 생겼다. 공무원의 민원서비스도 친절해졌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던 주민소환제, 주민소송제, 감사청구제, 참여예산제 등이 형식적이나마 도입되는 성과도 있었다.

결국 경기도 지방자치의 가장 큰 성과는 민선 자치시대를 맞이한 도지사들의 업적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95년 초대 민선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이인제 전 도지사(1995.7.1~1997.9.18)는 1997년 대선도전을 위해 중도에 지사직을 사퇴하긴 했지만 임기 내 가장 높은 일자리 증가를 기록한 도지사로 기록됐다. 이 지사 재직 기간의 경기도의 일자리 증가 비율은 26%로 2기 임창렬 지사(17%), 3기 손학규 지사(16%) 보다 월등히 높았고 당시 조순 씨가 시장으로 있던 서울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았다.

▲민선 2기에는 임창렬 지사(1998.7.1~2002.6.30)가 경기도를 맡았다.

임 전 지사는 재임기간 중에 경기도는 100억불을 단 3년 동안에 유치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그 성과는 수출실적으로 나타나 2001년 한해 약 225억불을 수출해 한국 전체의 약 25%를 차지하면서 국가경제를 주도했다.

이를 통해 총 10만명의 고용 증대 효과를 얻으며 타 지방자치단체의 롤모델이 되기도 했다.

▲민선 3기에는 손학규(2002.7.1~2006.6.30) 현 민주당대표가 지사직을 맡았다.

손 전 지사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경기 북부 파주에 LG필립스 공장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투자액수만 해도 100억달러에 달했다.

벤처기업단지인 킨스타워와 판교테크노밸리 등의 유치를 비롯해 영어마을 사업, 한류 우드 조성 등도 손 전 지사의 업적으로 손꼽힌다.

▲김문수 지사가 이끄는 민선4기 도정(2007.7.1~2010.6.30)은 ‘무한돌봄’으로 대변된다.

‘위기가정 무한돌봄 사업’은 전국 지자체와 정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한 대표적인 복지사업으로 현행법상 복지 수혜 대상은 아니지만 이혼·실직·질병 따위로 급작스럽게 위기를 맞은 가정에 생계비·의료비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이와 함께 민원업무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자평하는 ‘찾아가는 도민안방’과 ‘365.24 언제나 민원실’, ‘달려라 민원전철’은 경기도의 역작으로 꼽힌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민선도지사 최초로 재선에 성공한 김문수 지사는 ‘여소야대’라는 특수한 상황을 만나 리더십의 시험대에 올랐다.

김 지사의 도정 능력과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를 통해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지방자치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집행부 견제

지방자치는 지방의회와 함께 시작한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의 ‘꽃’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치단체장으로 대변되는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한 기구인 지방의회는 집행부의 독주를 막고 중앙에서 일일이 챙길 수 없는 지역 현안들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지역 실정에 맡는 각종 정책 제시를 비롯해 대규모 사업과 소소한 편의시설 건립까지 지방의회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전문성에서 공무원에게 밀렸던 예전 지방의원들과는 달리 학력면이나 전문성면에서 월등히 집행부를 뛰어넘기 시작했다.

성결대 문원식 교수의 ‘경기도의회 입법활동의 진단과 평가’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개원한 8대 도의회가 지금까지 처리한 조례는 모두 126건으로 이 가운데 의원발의가 57% 72건를 차지했다. 집행부 제출 조례건수는 43% 54건으로 의원발의에 비해 18건 적었다.

의원들의 입법활동 실적이 도의회 출범 이래 처음으로 집행부를 추월한 것이다.

이에 대해 도의회 관계자는 “의원들의 수준이 정체된 집행부를 뛰어넘어 예전 집행부에 끌려만 가던 의회에서 벗어났다”며 “지방자치 20년을 맞이하는 동안 의원들도 성장해 나가며 집행부 견제·감시라는 지방의회의 역할에 충실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적 취약·도덕성 위기 ‘산적한 과제’

지방자치 20년은 풀뿌리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방자치제는 주민 복지서비스개선, 낮아진 행정관청의 문턱,봉사하는 단체장의 등장 등으로 주민 생활에 여러모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자치권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 지방정부 간 알력, 자치단체의 재정적 취약 등 미완의 과제도 여전하다.

■ 재정의 위기로 흔들리는 지방자치

지난해 7월, 성남시가 지방자치제도 시행 20년 만에 전국 최초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한 이후 지방자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성남시 뿐만 아니라 전시행정 등으로 인한 예산 낭비로 인해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가 의외로 많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인기몰이를 위한 치적을 쌓기 위해 재정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을 펼쳐 물의를 빚기도 한다.

하지만 지자체의 재정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중앙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지자체의 세수입 감소를 꼽을 수 있다.

결국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하던 사회복지서비스마저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 재정위기에 직면한 자치단체의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은 지방자치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1991년 지방의회 선출로 지방자치가 부분적으로 부활할 당시 지방 재정자립도는 69% 수준. 그러나 20년이 지난 2010년 52.2% 수준으로 17%포인트 추락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3월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따른 취득세 인하 방침을 발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취득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한 세수원이라 지방재정 수입에 막대한 피해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취득세 감소액 전액을 보전키로 함에 따라 일단락 됐지만 지방재정이 중앙정책에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 지역 축제, 지역 특화인가. 예산 낭비인가?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경기도 지역축제 차별화 방안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2009년 기준, 경기도의 축제는 서울 다음으로 많은 115개로 전국 축제의 12.5%를 차지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지역 이미지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앞 다퉈 축제를 개최하고 있지만 차별성을 갖추지 못해 예산만 낭비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중 정부 지정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축제는 5개에 불과한 것은 물론, 3년 평균 방문객 수가 10만 명 이상인 A급 축제는 13개에 불과하고 방문객 수가 1만 명 이하인 C급 축제는 무려 55%에 이르고 있어 축제의 수준 또한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현실이다.

각 지자체들은 지역 이미지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앞 다퉈 축제를 개최하고 있지만 나머지 차별성을 갖추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같은 지역 축제 난립의 이유는 지방자치로 인해 중앙의 통제가 어려운 점도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재임 기간 치적용으로 쓰이는 것도 한 몫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혈세낭비와 시행착오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 볼썽사나운 추태로 돌아서는 민심

사상초유의 여소야대 체제로 출발한 제8대 경기도의회는 개원일부터 파행의 연속이었다.

특히 개원식에서는 도의회를 견학 온 김포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 앞에서 도의장 선출을 둘러싸고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기초의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성남시의회의 이숙정 의원은 주민센터의 여직원이 자신의 이름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민센터에서 행패를 부렸다.

스카프 절도 혐의로 기소된 용인시의회 한은실 의원은 결국 제명되기도 했다.

결국 이같은 지방의회 의원들의 행패와 추태는 민심을 돌아서게 하고, 결국 정치에 대한 관심까지도 멀어지게 만들었다.

■ 밥그릇 키우는 데 급급한 지방의회

지난해 도의회는 본예산 심사과정에서 스마트폰 지급 예산 9억원을 신규로 편성해 비난을 초래했다.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스마트폰 지급 예산은 곧바로 철회했지만 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7대의회에서는 낙선 의원들의 졸업 여행이 구설수에 올랐다. 선진지를 돌아보고 의정에 반영하겠다는 해외연수의 취지에 무색하게 더이상 의정활동을 할 수 없는 낙선의원들이 무더기로 해외 여행을 떠난 것이다.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매번 ‘혈세 여행’이라는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다.

또 도의회는 전·현직 도의원들의 모임인 경기의정회 지원 예산을 편법으로 증액시키기도 하고 1인당 연간 30만원의 혈세를 지원받는 ‘스크린골프 동호회’ 회원을 모집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주민들에게 봉사하라는 당초 지방의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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