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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양날의 칼’ 한·미 FTA

지난해 7월 발효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에 이어 올해부터 한-미 FTA가 발효될 예정이다. 세계 무역 시장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과의 문이 열린 것이다. 이로써 한국경제는 임진년 새해를 정점으로 본격적인 개방과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게 됐다.

 

FTA는 기본적으로 특정국가 간에 배타적인 무역 특혜를 서로 부여하는 협정으로서 기본적으로 양국 간 관세를 없애고 투자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개방은 경제규모를 늘려 기업활동을 자극하고 고용창출, 소비자 후생증가 등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소득 불평등에 따른 업종별·계층별 양극화, 경제·문화 종속 등 부작용을 수반한다. 이처럼 ‘양날의 칼’인 한-미 FTA가 우리에게 미칠 산업별 ‘명’과 ‘암’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 주>

자동차·부품 ‘맑음’ 가격 경쟁력 커져

세계 무역 시장에서 미국의 수입 규모는 지난 2010년 기준 1조9천681억 달러로 전체 수입 시장의 12.8%를 차지(2위 중국 9.1%)하고 있다.하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양국 간의 최근 10년 간 수출, 수입의 비중은 감소세에 있었다. 더욱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은 지난 2002년 20.2%에서 2011년 10.0%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미 FTA는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시장 확대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수혜 업종 자동차, 자동차 부품 업계

경제전문가들이나 증권가에서 꼽는 한-미 FTA의 최대 수혜 업종은 자동차 부품이다. 발효되는 즉시 관세(2.5~10%)가 철폐되는 만큼 대미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부문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비중에서 지난해 각각 15.7%, 8.9%로 전체 2, 3위를 차지(1위 무선통신기기)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계 관계자들은 GM, 크라이슬러, 포드 등 ‘Big 3’를 비롯한 미국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27%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FTA를 체결한 한국 업체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완성 자동차의 관세 2.5%는 4년 후 사라진다. 그러나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차에 부과되던 8%의 관세도 FTA 발효 후 4%로 내려가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 영향이 그만큼 상쇄될 수도 있다.

▲수출 유망 상품, 섬유업계 및 기타

수출액 가운데 중소기업의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섬유업계는 한-미 FTA 발효로 인해 그동안 걸림돌이었던 관세 폐지에 따른 교역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그동안 섬유제품에 대해 고관세(평균 13%)를 부여해왔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관세가 폐지되면 일본, 중국, 인도 등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커져 대미 수출이 늘어나고, 인건비가 비싸진 중국을 대체할 곳을 찾는 미국 바이어들이 한국으로 눈길을 돌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고급 섬유류는 한-미 산업기술협력을 통한 기술이전 효과로 고급 생산기반 확대가 예상된다.

노희찬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은 “단기적 효과는 부분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섬유품목에 대한 관세가 폐지됨에 따라 수출경쟁력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기계, 전기·전자, 정밀화학 등의 제조 분야도 관세 철폐로 인한 수출 확대가 기대되는 부문이다.

▲ 넓어진 국제 영토와 국가 신뢰도

한-미 FTA로 인해 우리나라는 국제 신용도와 국격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유럽·아시아·북미 3대륙을 잇는 자유무역 중심국가로의 도약과 3대륙 통상마찰의 조정자 역할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경제 신뢰도 제고로 외국인 투자가 증가해 투자 자본에 대한 한국 경제에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외국인들의 투자를 더욱 촉진하는 선순환을 유발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농수축산업 ‘흐림’ 수입 증가로 타격

미국과의 관세 철폐로 이익을 얻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타격이 우려되는 업종도 있다. 기존의 미국과의 관계에서 무역 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업종들의 마이너스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고, 새롭게 확대·적용되는 저작권법으로 인해 문화 컨텐츠 분야의 비용도 예상되는 부문이다.

▲ 개방 직격타 농축수산업

한-미 FTA로 가장 우려가 되는 분야는 농축수산업이다.

지난해 8월 국책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미 FTA로 인한 국내 농업의 생산 감소액은 향후 15년간 연평균 8천150억원에 이른다. 특히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축산업은 향후 15년간 연평균 4천866억원의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지난달 국회 농림수산식품위는 FTA발효로 농축산물 가격이 지난 5년 평균 가격의 90% 미만으로 떨어지면 차액의 90%를 직불금 형태로 보전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FTA로 인한 총 4건의 농축산업 피해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향후 국제 곡물 가격과 축산물 가격 상승 등 비상 시 대처할만한 식량 안보와 농민과 축산인들이 충분히 이해할 만한 대책이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 제약업종과 문화 컨텐츠 분야

수출보다 수입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제약업종의 피해도 적지 않다. 한-미 FTA로 인한 제약업의 대미 수입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천923만 달러가 증가하는 반면, 수출은 334만 달러 증가에 불가해 연간 1천590만 달러의 무역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다국적제약사의 특허권이 강화돼, 복제약 생산이 위축될 전망이다.

한-미 FTA 이후 국내 복제약 생산은 10년 동안 연평균 686억~1천197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한-미 FTA로 국산 영화 쿼터가 25%에서 20%로, 애니메이션 쿼터가 35%에서 30%로 각각 5%p씩 축소된다.

국내 영화·애니메이션 산업의 소득 감소 규모는 향후 15년간 연평균 52억원 수준으로 분석된다.

또한 한-미 간 저작권법이 확대돼 출판·음악·캐릭터 저작물에 대한 보호기간이 현행 50년에서 70년으로 20년 늘어난다. 이에따라 해외 저작권자에게 추가로 지불할 저작권료가 향후 20년간 연평균 89억원이 발생될 전망이다.

▲관세 철폐는 유통업자의 몫?

정부는 한-미 FTA가 국내 소비자에게 선진국의 질 좋은 공산품에 대한 접근성 확대를 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통해 소비자 후생을 높여 물가안정과 저축액 증대, 한국산 제품의 품질 제고 노력을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미 발효된 한-칠레 FTA, 한-EU FTA를 겪은 우리는 이것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관세 철폐로 인한 가격 인하는 결국 고스란히 유통업자의 몫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되는 가격이 그대로 인채 이뤄지는 관세 철폐는 소비자에게 전혀 이득이 되지 못할 수 있다.

對美 무역수지 5억달러 증가할 듯

한국개발연구원 등 10개 국책연구기관은 한-미 FTA 발효 후 대미 수출은 15년간 연평균 12억9천만 달러, 수입은 7억1천만 달러 늘어나 대미 무역수지가 5억7천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함께 이번 FTA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약 0.02%에서 최대 5.66%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자본 축적 및 생산성 향상으로 국내 취업자가 35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적으로는 수출증대와 생산증가 등에 따라 취업자가 4천300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산업 및 고용 분야 등 전반적인 호조를 바라보는 장밋빛 예측도 있지만, 개방과 무한경쟁의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큰 우려도 있다.

준비 없는 개방, 노력 없는 개방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면서 선진경제 진입을 확신하던 멕시코가 빈부격차, 문화 종속, 공공서비스 기반 붕괴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이 단적인 예다.

한-미 FTA가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재도약으로 이끄는 ‘약’이 될지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시키는 ‘독’이 될지는 정부, 기업, 국민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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