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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포성 뒤로하고 평화의 희망가 울린다

한국전쟁 정전 올해 ‘환갑’ 맞아
소외·낙후된 경기북부 접경지역
한반도 긴장·이산가족 등 비극
평화 염원하며 세가지 주제 연재
참전용사가 전하는 ‘나의 전쟁’
전쟁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정전 60주년 특별기획

전쟁과 인간, 그리고

1. 프롤로그

‘포연이 자욱히 피어오르는 저 언덕묘지위에/비에 젖은 흐느낌 울려퍼지어 살아 귓가에 넘실거린다/피분수 솟구쳐 붉게 드리운 흰옷의 꽃망울/상처 남은 가슴위로 분노의 염원이 숨쉰다/떨리는 저 몸부림 목메인 그 함성으로/쓰러져 간 그대 원혼 가슴에 남아/타올라라 복수 복수를 위해/굽이쳐라 해방을 위해/총성이 아련히 멀어져가는 메마른 흙무덤에/핏발서린 눈동자 잠들어 있고 깊은 어두움만이 고였다/불꽃에 휩싸여 재가 되버린 흰옷의 옛사랑/타다 남은 잿더미에 피의 이 산천이 숨쉰다…(하략)’(김영남 시 ‘진혼곡’ 중에서)



올해로 한국전쟁 정전(停戰) 60주년을 맞는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동시에 분단도(道)인 경기도민에게 2013년은 그래서 남다르다. 도내 접경지역은 동두천·고양·파주·김포·양주·포천시, 연천군 등 7개 시·군 46개 읍·면·동에 면적만 2천426㎢로 한반도 접경지역 전체면적의 39%를 차지한다. 총성은 멎었지만 종전평화(終戰平和)가 아닌 정전은 환갑(還甲)의 세월동안 경기북부 접경지역에는 소외와 낙후를, 한반도에는 긴장과 불안을 가져왔다.

전쟁은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합법적으로 파괴시킨다는 점에서 인류가 탄생시킨 최악의 비극 가운데 하나다. 물론 현실은 전쟁을 통해 부(富)를 증식시키려는 군산복합체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비극은 재생산된다. 이 극단의 비극은 중동에서 남미에서 아시아에서 ‘전쟁도 돈’이라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끊임없이 반복돼 인명은 물론 지구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불과 63년 전인 1950년 6월 25일,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눴던 불행한 역사를 경험했다. 이 사건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7천만 겨레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로 남아있다. 한국전쟁이라 불리는 이 전쟁은 이전의 전쟁과 달리 ‘민족상잔의 비극’으로 불린다. 이전의 전쟁에서 민간인은 전쟁 결과에 따라 귀속여부가 바뀌었지 사상이 다르다고 죽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남·북한 모두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살을 벌였고 전체 사망자 가운데 70% 이상이 민간인이었기 때문에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까닭이다.

한국전쟁은 민족사의 비극이며 동시에 그 시대를 지나온 개인들에게도 엄청난 불행의 역사다. 어느 시대나 사건은 사람을 빗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속칭 ‘아바이 마을’을 비롯해 한반도 전체에 퍼져있는 이산가족들이 비극의 산증인이다. 고령으로 인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삶을 마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분단 1세대들의 현실이다. ‘죽기전에 고향 땅을 밟았으면’하는 것이 10명도 안되는 생존자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이 때문에 정전 60주년인 2013년을 맞아 정전(停戰)은 종전(終戰)으로, 또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UN도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경기신문은 정전 60년이며 동시에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60주년이 되는 올 한해동안 ‘정전 60주년…전쟁과 인간, 그리고’를 주제로 기획물을 연재한다. 이 시리즈는 분단 1세대에게는 고향을 선물하고 한민족과 한반도에는 평화를 심어야 한다는 간절함과 분단 현실에서 지방 언론이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 △나의 전쟁 △평화는 어디에 △상처, 그리고 희망 등 세가지 소주제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다.

‘나의 전쟁’은 인류의 비극인 전쟁이 지니는 오류에 대한 거시적 안목을 넘어 전쟁의 개체로 참가할 수 밖에 없었던 개개인의 전쟁사를 소개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또 모든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다고 믿었던 사회주의 조국 건설을 위해 참전했던 생존 인물들의 경험담을 통해 전쟁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디테일하게 짚어볼 예정이다. 동시대를 겪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도 전쟁의 상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상처는 대를 이어 답습되고 있다는 우리시대의 자화상을 외면할 수 없는 소명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한국전쟁은 힘없는 국민들에게는 씻을수 없는 상처로 가다왔지만 남북 위정자들에게는 정권유지를 위한 호기(好期)로 작용할 수 있다는 추론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숨기지 않겠다.

또 종전지역에 찾아온 평화의 분위기를 담은 ‘평화는 어디에’는 전쟁 넘어 평화라는 평범한 진리를 통해 인류의 행복 코드를 모색하는 지면으로 꾸밀 계획이다. 독일과 티모르 등 20세기까지 분쟁의 나락에서 화평의 세상으로 거듭난 국가들이 찾은 행복과 그로인해 얻어진 풍요로움은 무엇인지를 찾아갈 예정이다. 결국 행복은 찾는 자들의 몫이니까.

‘상처…그리고 희망’은 사실 어렵다. 희망은 자본주의 밖에 있고 두 발은 자본주의에 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은 꿈꾸는 자의 몫이라는 진리를 믿기 때문에 간다. 무기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제시할 수 있을까.

다시 처음으로 복기(復碁)다. 희망은 여전히 사람 속에 있고 사람만이 희망이기 때문에 전쟁이후 60년 동안 삶을 살았던 시대의 어른들께 답을 구하려 한다. 그래, 다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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