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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IN]아버지들이여 용기를

 

지난 2월 12일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이 있었다. 국정연설은 매년 연초에 대통령이 국회에서 그 해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연설하는 것으로, 이번 연설은 사회보장제도, 중산층의 번영, 일자리, 최저임금 인상, 세제개혁, 교육, 안보와 핵 문제 등의 주제로 1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문을 읽던 중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를 임신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남자가 아니라 그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용기가 있어야 남자이다.” 자녀 양육에서 아버지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이다. “책임 있는 부성”(responsible fatherhood)은 아버지의 부재 속에 성장했던 그가 2008년 대통령에 당선되고 2012년 연임된 후 지금까지 줄곧 강조하고 지원해 온 정책으로, 현재 미 보건복지부 아동가족청에서는 이 단위사업에만 매년 7천500만 달러(약 81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문득 이런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날 자신의 인생을 위해 기도하고 있던 한 남자에게 천사가 나타나 가장 원하는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 남자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굉장한 일, 아무도 하지 못했고 감히 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천사는 “좋아, 당신은 이제 어머니가 됐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가장 어렵고도 위대하다는 뜻의 유머일 것이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어쩌면 이 말에 많이들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과연 자녀를 잘 키우는 일을 가장 중요한 일로 보고 최우선으로 지원하는 사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얼마나 많은 아버지들이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인식이 실천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저출산 시대에, 우리사회가 가족친화사회로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과 사람들(특히 남성)이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고, 사회생활만큼이나 가족생활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요즘 부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적 장애인 아버지의 부성애를 다룬 영화 <7번방의 선물>, 민폐 아버지의 참회와 속 깊은 자녀 사랑을 다루는 KBS TV <내 딸 서영이>, 그리고 아빠와 어린 자녀와의 하룻밤 여행기를 다루는 MBC TV <아빠 어디가?> 등이 그것이다.

요즘 매체에서 부각되는 부성의 이미지는 20여 년 전 흥행했던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의 가부장적 이미지와는 매우 다르다. 자녀와 이야기하고,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자상하고 친구 같은 아버지의 상이다. 자녀 양육은 부모가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가하는 권위 행사가 아니라 부모-자녀가 한 가족원으로서 부딪히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로 묘사된다. <아빠 어디가?>를 보다보면 마치 이 프로그램이 “우리 아빠 좋아요”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아빠들의 성장기처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 아버지들의 모습은 매체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거리가 먼 사람들도 있고, 그보다 훨씬 더 친구 같고 자상한 아버지들도 있다. 지난 설을 지나면서 페이스북 지인이 쓴 글에 매우 놀란 적이 있다. 그 글은, 대학 휴학생, 고1, 중3의 세 자녀를 둔 51세 남성분이 2박 3일의 설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 한 활동을 꼼꼼히 기록한 꽤 긴 가족일지였다. 그 일지는 “가족이 다함께 무엇인가를 같이 했다는 뿌듯함”을 생생히 전달하면서, “별 것 아닌 일을 의미 있게 바라봐 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격려를 얹어주는 것이 가족”이라는 말로 마무리돼 있었다.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하기도 힘든 요즘, 자녀에게 자상한 아버지까지 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용기가 필요한 일일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외적 조건과 상관없이 자녀에게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친구나 동료 앞에서 가족과의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버지들이여, 아내와 자녀로부터 소외받는다고 우울해 하기 전에 먼저 다가가는 용기를 내시라. 별 것 아닌 것을 의미 있게 바라봐 주는 가족들을 믿으시라. 그들도 그렇게 자신을 바라봐 주는 남편과 아버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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