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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형제들의 삼국지

형제들의 삼국지
 
                                                                        /박하리

시계바늘이 부지런히 돌고 있다. 달각달각 분침이 내려앉았다가 다시 올라선다. 초침은 뱅글뱅글 바쁜 걸음으로 원을 그린다. 노모는 풀매긴 광목 이부자리에 누워 있다.



삼형제가 골프장에서 만나 단판승부를 시작한다. 홀인원을 기대하고 이글을 기대하고 파이길 기도한다. 게임의 패자는 어머니를 얻을 것이고, 승자는 어머니를 잃게 될 것이다. 첫째는 홀인원으로 끝내려 하고, 둘째는 이글이어도 괜찮다. 셋째는 더블보기를 걱정한다. 첫째는 아내의 얼굴이 떠오르자 다리가 풀린다. 둘째는 사업 걱정에 골프채가 천근만근이다. 셋째는 지난밤 술로 인해 공이 두서너 개로 겹쳐 보인다. 벙커로 떨어진 골프공이 모래 바람을 일으키다가 그린으로 올라온다. 데구루루, 홀컵을 향한다.



어머니를 얻은 아들이 어머니를 찾아온다

어머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반갑게 묻는다

누구신가요?

-계간 아라문학 2013년 가을호에서

 



 

자식의 생활이 어려워서 부모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던 시절도 있기는 하였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준 게 없어서 미안한 마음에 아예 받을 생각을 안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였다. 떵떵거리고 살면서도 늙은 부모는 못 본 척하는 사회에 들어오기 전에는 아마 그랬을 것이다. 부모를 무시하고 경멸하고 폭행하는 사회에 들어오기 전에는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이빨 빠지고 발톱이 빠진 늙은 부모를 모른 척 할 때까지는 그 자식 얼마나 고통이 많았을까. 불편한 사고를 가진 자식들을 탓하는 일도 이제는 지겨운 지경이 되었다. 노인을 챙기기 위해 자식보다 국가가 나서야 하는 험난한 세상이 되었다. 그래도 노인들은 건강하게 살다가 떠날 자격이 있다. 그래야 그 다음 노인들도 대접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와 사회를 지키는 당당한 젊은이들을 키워냈으니 노인이야말로 진실로 거룩한 존재다.
/장종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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