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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LG전자 노동조합 평택1지부장

 

“노조지부장도 경영인입니다.”

지난 2010년부터 LG전자디지털파크(평택공장) HE(Home Entertainment)·VC(Vehicle Components) 사업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노동조합 평택1지부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 영(53) 지부장은 노조업무에 관한한 국가대표다. 직장 생활 중 ⅔ 이상의 시간을 오직 직원과 회사와의 가교역할인 ‘노조’만 담당한 그는 시쳇말로 노동계의 산 증인이다. 직원들에게는 경영을 이해시켜야 하고 동시에 경영진에게는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오늘도 그를 반긴다. 김 지부장이 지난 4년간 어떤 마술을 써서 평택1지부를 이끌어 왔는지, 또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 속내를 들어봤다.



- LG전자 노조 소개 및 노조와 인연을 맺게 된 동기는.



LG전자는 지역과 제품에 따라 국내 4개 도시인 평택, 창원, 구미, 청주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지역 기준으로 노동조합의 지부를 두고 있고, 평택과 창원은 각각 2개 지부로 분리돼 있다.

LG전자 노동조합은 LG전자강서빌딩에 본부를 두고 있고 배상호 노조위원장을 중심으로 각 사업장의 노동조합 지부장들은 노동조합 대표자로서 건전하고 바람직한 노경관계 형성에 노력하고 있다.

지금의 LG전자 노조와 경영진과의 관계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과거 극심한 노사분규로 인해 사업전반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국내 전자사업의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경영위기를 겪었었다. 과거의 아픔을 토대로 양측의 관계 형성에 심혈을 기울여 1989년 이후 25년간 LG전자는 무분규 사업장이 되었다.

김영 지부장의 노조와 인연은 9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11월 금성사 구미공장에 입사해 이듬해인 1985년 현재의 평택공장으로 이동했다. 당시 비교적 핵심 부서인 산업설비 자동화 추진부서에 근무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고 1995년 어느 날 제의가 들어왔다. 노조 활동 직전까지 공구실에 근무하고 있어 많은 직원들을 상대했고, 그만큼 공장 돌아가는 흐름을 훤히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도 있었다. 이때부터 노조와 인연을 맺었다. 노조 문화부장을 시작으로 교육선전부장을 맡았고, 1997년에 총무부장으로 선출되면서 상근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사무국장에서 현재의 지부장 자리에 앉게 됐다.



- LG전자 노조만의 차별화된 활동은?



LG전자의 모든 노조활동은 USR(노조의 사회적 책임/Union Social Responsibility)을 기반으로 한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단순 명료하면서도 지부만의 색(色)을 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가장 자랑하고 싶은 활동은 지역 상인과의 윈윈 활동인 ‘I LOVE LG SHOP’이다.

인근 식당에서 에어컨, 냉장고 등 자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면 ‘I LOVE LG SHOP’ 스티커를 발부한다. 그리고 직원들은 회식 시 선정 식당을 애용한다. 자사 제품을 아껴주는 만큼 보답하는 활동으로 반응이 좋다. 올해 4년차로 지역 상인들을 대상으로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회식 문화도 바꿨다. ‘118 회식문화’ 캠페인이 바로 그것. 1차에서 1가지 술로 8시 전에 끝나는 것이다. 5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술 마실 시간은 충분하다. 직원들이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대기업다운 모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계속 시행해 나갈 것이다.

동시에 전 사원을 대상으로 금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먼저 노조 간부들이 금연서약을 하고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노조간부 38명은 전부 금연에 성공했다. 직원들에게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금연을 원하는 신청이 들어오면 노조가 수시로 체크하고 성공하면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일등 제품을 만들기 위한 ‘QI120(Quality Improvement)’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QI120의 ‘1’은 1등 제품, ‘2’는 노(勞)와 경(經) 공동으로, ‘0’은 불량률 제로를 의미한다. 이 활동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생산법인도 동일하게 실행하고 있다.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을 제공해야 기업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원초적 활동이다.

경영진들에게 외치는 부분도 있다. 항상 현장 중심의 경영을 주문한다. 전무, 상무, 부사장 등 직급을 떠나 현장에서 근로자들을 만나면 그들의 기를 북돋아 달라고 당부한다. 제조업체는 생산 분위기가 활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체 직원의 10%를 차지하는 야간 근로자를 위한 활동도 마련돼 있다. 야간 근무는 체력소모가 굉장히 크다. 노조는 분기마다 야간 근로자를 위해 손수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해장국 회의’를 열고 있다.

이밖에 ▲시골 농촌과 1사 1촌 ▲협력업체 사원 대상 장학금 지급 ▲독거노인 돕기 ▲헌옷 모으기 ▲환경개선 사업 등이 있다.



 

 

 

- LG전자 노조는 그동안 매스컴에 많이 노출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평상시에 경영진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한다.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거의 없다.

본인의 경우 새벽에 6시 30분에 출근해 사업장을 살핀다. 낮에는 주로 안전과 관계된 부분에 초점을 두고 사업장을 다니며, 이외의 시간에는 직원들과 대화의 자리를 종종 연다. 모든 작업현장에 가면 상담실이 있는데 먼저 감독자 면담을 실시하고 이어 개개인을 대상으로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관계 부처의 도움을 주기 위한 가교 역할을 한다.

그리고 LG전자는 노사(勞使)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노경(勞經)이라는 표현을 쓴다. 노사라는 표현은 수직적인 관계를 내포하고 있어 동반자적 수평관계를 나타낼 수 있는 노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표현 한 가지 바꿨지만, 실질적인 관계도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 전자업계의 특성상 타사 제품과의 비교가 많다. 경쟁 업체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면.



국내·외 많은 경쟁 업체들이 있다. 모두 다 훌륭한 회사고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비교를 하지 않는다. 제품에 대한 자긍심만 생각한다.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업체가 훌륭하게 소화해 내는 부분이 있다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본인 역시 누구와 비교하는 것을 싫어한다. 비교하는 순간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자부할 만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임직원 모두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을 하면서 주인의식을 갖자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일등 제품이라고 믿으면 된다.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이다.



- 앞으로 노조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



올해는 무엇보다 직원교육에 집중할 계획이다.

배려가 없는 세상이다. 직원간의 단합을 위해 인성교육부터 시작해 부정적인 마음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뀔 수 있도록 각종 교육을 많이 펼칠 예정이다. 단합과 하나라는 마인드가 심어지기 위해서는 교육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조직문화에도 플러스 효과로 작용한다. 결국, 우리의 제품이 좋아지는 것이다.

또 직장에서는 직원이지만 가정에서는 가장인 직원도 대다수다. 때문에 남직원들에게는 건강과 60세 정년을 준비할 수 있는 교육을, 여직원들에게는 요리 및 성교육 등을 통해 심신을 건강하게 가꿔 직장과 가정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도록 숨은 조력자 역할을 맡을 것이다.



글 | 권혁민 기자 joyful-tg@kgnews.co.kr

사진 | 노경신 기자 mono316@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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