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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웅덩이

 

웅덩이

/이경호

비 그친 흙탕물이

하루가 지나

깨끗하게 떠올랐다



떠돌던 흙이

그 아래

곱게 가라앉았다



한세상 분탕질로 살았던 사람들

죽을 땐 저렇게

맑게 가라앉는다지

파란 하늘이 그 위에 스며들 만큼

깨끗해진다지



그 웅덩이 속

첨벙대는 사람 하나

곱게 떠오를 수 있을까

-시집 <비탈>(애지, 2014)에서

 



 

삶은 흙탕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에 지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수많은 걱정과 두려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엄습하여 애가 탑니다. 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길은 없을까 번민하다 한순간 못된 생각에 이르기도 합니다.

세상은 시궁창과 같습니다. 아무리 깨끗한 삶을 추구해도 쉽사리 불결한 지경에서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그때 악마처럼 속삭이는 소리는 포기의 목소리입니다. 정작 물러나 손 놓고 엎드려 쥐죽은 듯 고요해야 할 자들은 따로 있습니다. 그들은 압니다. 자신들이 저질로 놓은 일들이 무엇인지 모를 리 없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이 진창에 밀어 넣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보다 겸손해지고 자숙하는 때 우리 모두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첨벙대며 불안에 떨기보다 차분히 세상을 응시한 채 보다 낮게 가라앉아야 합니다.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우리 삶의 공기는 푸른 생기로 포말을 만들어 내리라 믿습니다.

/이민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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