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여
/싱카와 가쓰에
억년을 울어왔는데도
새는 아직 그 노래를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억년을 자라왔는데도
나무는 아직 궁극의 하늘을 모르고 있다
지구여 지구여
어찌 화로의 불을 끌 것인가
씩씩하게 손을 드는 어린애들의
목소리가 울리며
학교는 수업중이다
- 싱카와 가쓰에시집<저를 묶지 마세요/서문당1995>
억년을 울어왔으니 또다시 억년을 울 자는 이야긴 아닐 것이다. 궁극의 하늘을 증명하자는 이야기는 더욱 아닐 터이다. 우리가 아무리 자라서 지구를 뚫고 나가도 태양계를 지나 은하계를 넘나든다 해도 속도와 그에 동반한 진보의 개념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 좋은 흙이 되었으면 한다’는 시인의 말에서 흙으로 돌아갈 것들에 대한 무한한 연민을 느낄 수 있다. 우린 죽어 어떤 흙이 될 것인가, 어쩌면 씩씩하게 손을 드는 어린애들의 지금이 궁극의 하늘일지도 모른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