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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수레질 찻잔

 

수레질 찻잔

/白利雲

푸른 시간 위에 네 입술은 닿아 있다

꽃 피는 상처 위를 네 손은 짚고 있다

놓으렴,
 

 

재에 대한 명상

환하고 눈부시다.

-시조집 ‘무명차를 마시다’(동방기획, 2011)에서

 

시간도 주눅이 들어 핏기 없이 파리합니다. 시인은 시간의 주검 앞에서 당신도 입술을 대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라 넌지시 말합니다. 그러면 시간의 포로가 되어 아귀다툼하며 살아온 우리 삶의 상처 속에서 꽃이 피듯 새 살이 돋는 기적과 조우하리라 속삭입니다. “놓으렴.” 순간, 그동안 맺혔던 마음 응어리가 다 녹는 듯합니다. 시인은 어쩌면 이런 말을 할까요? 투박하고 소박한 찻잔이 우리의 입술과 마주대하기까지 불타오르는 시련의 시간을 견뎌야 했을 것입니다. 오톨도톨 흉터 진 찻잔을 감싸 안아 문지르기까지 종당엔 재가 되는 소멸의 시간을 지나왔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 고요히 죽음을 생각합시다. 아무 이유 없이 스러져간 목숨들을 깊이 명상합시다. 그러면 환하고 눈부신 부활을 매일 마시고 호흡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모든 상처를 서로 어루만지자고 시인은 말합니다. 아무 말 없이. /이민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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