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이렇게도 가르친다
/박주택
마음은 이렇게도 가르친다
오래 겨울이 머물다 가는 사람처럼 두려워하고
잔고를 더듬는 사람처럼 쓸쓸해라
침대에 앉아 옆 침대 신음을 듣는다
햇살은 여리도록 창에 스미고 건성으로 연속극은
돌아간다
다친 각막으로 건너편 병동을 본다
육체를 떠나는 마음이 목례를 하고
마음이 없는 육체는 적요하리라
- 박주택 시집 <또 하나의 지구가 필요할 때/문학과 지성 2013>
마치 금강경을 새롭게 해석하는 느낌이다. <꿈의 이동건축>으로부터 그려온 삼십 년여의 시적 궤도가 별처럼 빛나는 순간이라 생각된다. 마음이 가르친다니, 마음을 마당에 내어다걸어 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스스로 홀로 빛나는 말씀들을, 우리는 모두 각막을 다친 경험을 가졌으므로 시인과 같은 곳을 같은 상(像)으로 볼 수 있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픔을 노래할 수 있다. 마음이 없는 육체는 정녕 적요하리라(?). 이것은 커다란 질문일 것이다./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