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꽃 하나를 줍다
/조창환
떨어진 꽃 하나를 주워 들여다본다
밟히지 않은 꽃잎 몇 개는 나긋나긋하다
꽃잎 하나를 따서 가만히 비벼보면
병아리 심장 같은 것이 팔딱팔딱 숨쉬는
소리 따뜻하고, 손가락 끄트머리가
아득하다 안개 속의 섬처럼, 혹은
호수에 잠긴 절 그림자처럼
-시집 ‘피보다 붉은 오후’
시인의 감각은 예민하다. 생명의 부스럭거림이나 호흡이나 맥박소리를 다 듣는다. 떨어진 꽃잎이 끊임없이 생명의 용두질하는 소리를 다 듣는다. 우레 소리처럼 크게 듣는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다. 상징이 아니다. 시인은 생명의 측근으로, 생명의 파수꾼으로, 가장 예민한 감각으로, 가장 큰 사랑으로 그들 곁에 머무르고 있다. 떨어진 꽃잎은 몰락의 길 초입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꽃잎에게 끝나지 않았다.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이자 부활의 입김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끝났다고 하는 것은 끝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세상으로 잎 뾰족이 내밀면서 살아가리라는 희망마저 안겨준다. 늘 좋은 시로 감동을 던져주는 시인의 눈이 부럽다. /김왕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