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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기일忌日

 

기일忌日

                                       /정운희

12월의 억새는 바람에 잠들었다

강가에 박힌 돌에선 별 냄새가 난다

아무도 다녀간 흔적이 없는

평면의 바닥

강 건너 묶여 있는 배 한 척

그 풍경 속으로 건너갈 수 없어

돌멩이만 만지작거린다

네모지거나 굽이쳤거나

옛집을 떠돌던 혼령의 이빨들

노래할 수 없는 시간을 물고 있다

물의 주름이 잡힌다.

고요는 또 다른 풍경으로

곁을 내준다

나의 안부를 전하고 싶어

큰 돌멩이 힘껏 던져본다

빈 가지를 지키고 있던

새들이 날아오른다

제상에 소복했던 흰밥에

새 발자국 난다

정박한 배

내부 속으로 흐르는 달빛

그곳에도 그리운 것들이 있어

별처럼 쏟아지는

노을을 쥐었다 놓는다

억새풀에 베인 자국처럼

강가에 피멍이 드러난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오 년째 되는 날이다

- 시집 ‘안녕, 딜레마’ / 푸른사상

 



 

죽은 자를 기억하는 날.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만이 존재하는 忌日. 고인에 대한 그리움은 어디까지 전달되는 것일까. 살아남은 자는 그저 “돌멩이만 만지작거리”거나 “돌멩이를 힘껏 던져”보는 정도의 행위가 고작이다. 물은 하염없이 주름을 잡고 고요는 조용히 곁을 내줄 뿐…. 그러나 던진 돌멩이에 화답하듯 새들이 날아오른다. “억새풀에 베인 자국처럼 강가에 피멍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아 저쪽으로 건너간 자들도 이쪽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기꺼이 믿는다.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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