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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무제無題

 

무제無題

                                                              /김용균

하늘과 바다가 처음 만나 수평선을 이루었다.

하늘도 바다도 끝없는 쪽빛이다.

하늘의 설레임이 바다를 물들였는가.

바다의 수줍음이 하늘로 번졌는가.

이보다 더 뜨거운 포옹이 세상에 또 있으랴.

- 김용균 시집 <낙타의 눈>에서

 



 

이율곡의 ‘화석정’이라는 시에 이런 시구가 보인다. 遠水連天碧, 霜楓向日紅. 멀리 강물은 하늘과 이어져 푸르고, 서리 맞은 단풍은 햇빛 좇아 붉고나. 바다 끝이 하늘과 만나면 하늘처럼 푸르다. 이럴 경우에 수평선은 분리선이 아니라 만나는 곳이 된다. 하늘과 바다의 만남이 보통의 만남이겠는가. 그런데 시인은 이 만남을 남녀 간의 뜨거운 만남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늘은 바다라는 여인을 만나 가슴이 마냥 설렌다. 바다는 하늘이라는 사내를 만나 수줍기 짝이 없다. 그래서 수평선은 차가운 분리선이 아니라 뜨거운 만남의 장인 것이다. 결국 하나 되는 자연의 합일이 아름다운 세계를 연출해낸다는 것이다.

/장종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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